주간동아 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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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갈망한 발레, 이념을 넘다

브루스 베레스포드 감독의 ‘마오의 라스트 댄서’

  • 박혜림 yiyi@donga.com

    입력2011-05-09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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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 갈망한 발레, 이념을 넘다


    1981년 미국 텍사스에 한 중국인 청년이 도착한다. 촌스러운 양복을 입고 가슴에는 마오쩌둥 얼굴 모양의 브로치를 단 그는 중국의 문화대혁명기(1966∼1976년)에 발레 교육을 받은 리춘신(츠차오 분)이다. 눈치 빠른 이는 영화 제목의 ‘마오’가 마오쩌둥을 의미함을 알았을 것이다. 미국 휴스턴 발레단에 3개월간 교환학생 신분으로 온 춘신은 마오쩌둥을 찬양하는 발레가 아닌, 예술 그 자체로서의 발레에 눈뜨게 되면서 미국에 남기로 결심했고 결국 중국 국적을 박탈당했다. 그는 동양인 최초로 휴스턴 발레단 수석 무용수가 되고 세계적인 발레리노로 활동한다.

    영화 ‘마오의 라스트 댄서’는 리춘신이 직접 쓴 동명의 자서전을 원작으로 했다. 그의 자서전은 영화화 제의를 수차례 받았다. 고난을 극복하고 성공을 이룬 인간의 감동 드라마를 감독들이 욕심내지 않았을 리 없다. 결국 메가폰을 잡은 이는 20여 년 전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로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수상한 70대 노장 브루스 베레스포드 감독이다.

    중국의 작은 산골 마을에서 자란 춘신은 마오쩌둥의 홍위병이 되기를 꿈꾸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문화대혁명기인 1972년 춘신은 우연히 베이징 예술학교의 학생으로 선발돼 발레를 배운다. 또래와 비교해 허약한 데다 발레에 치명적인 평발이기까지 한 춘신은 열등생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교사 첸의 도움으로 밤낮 연습해 가장 눈에 띄는 학생으로 거듭난다.

    1980년대 초반, 춘신은 베이징 예술학교에 들른 휴스턴 발레단 단장 벤에게 발탁돼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가게 된다. 춘신은 중국식 혹독한 훈련으로 완벽한 발레 기술을 익힌 데다, 풍부한 표현력까지 갖췄던 것. ‘돈키호테’ 무대에 서면서 스타로 떠오른 그는 예술에 대한 열정을 자유롭게 분출할 수 있는 미국으로 망명한다.



    영화는 춘신이 미국에 있는 시간을 현재 시점으로, 중국에 있는 시간을 과거 시점으로 비춘다. 두 시점이 교차할 때 공산주의 중국과 자본주의 미국이 선명하게 대비된다. 1년 내내 일해 50달러를 버는 춘신의 아버지와 하루에 500달러어치를 쇼핑하는 벤의 모습,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로봇처럼 발레 동작을 구사하는 베이징 예술학교 학생들과 예술성을 중시하는 휴스턴 발레단원들의 모습이 대표적인 예. 하지만 그 대비가 단선적이다.

    이념 갈등이 지나치게 생략된 점도 아쉽다. 미국인은 하나같이 춘신에게 따뜻하고 친절하다. 춘신에게 모욕을 주는 이는 ‘칭크’(중국인을 비하하는 단어)라고 외치는, 얼굴조차 등장하지 않는 행인이 유일하다. 그렇다면 춘신이 단지 개인적 재능과 한 예술가를 위한 미국의 애틋한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 두 국가가 이념적으로 대립하면서도 우호적인 관계로 변하고 있던 정치 상황과 이에 따른 계산 덕은 없었을까.

    자유 갈망한 발레, 이념을 넘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오히려 춘신의 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멘토들이다. 춘신이 베이징으로 떠나기 전, 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우물 안에서 살던 개구리가 밖으로 나가 더 큰 세상을 보았다”고 말한다. 교사 첸은 춘신이 좌절할 때 “활을 제대로 쏘지 못했던 한 병사가 매일 통나무를 옮기는 연습을 한 결과, 최고의 궁사가 됐다”고 격려한다. 이는 관객에게도 따뜻한 위로와 자극이 된다.

    춘신은 ‘돈키호테’ ‘백조의 호수’ ‘봄의 제전’ 등 다양한 발레 공연을 선보인다. 춘신을 연기한 츠차오는 실제 영국 버밍햄 로열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다. 주요 출연진도 세계 유명 발레단 소속 무용수다. 감독은 수준급 발레 공연을 짧게 보여주기 아쉬운 듯 러닝 타임의 상당 부분을 공연에 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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