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6

2011.05.09

혹시나 ‘인터넷 도박’ 역시나 돈 떼먹는 사이트

다단계 판매 방식 점조직으로 운영…모니터 훔쳐보기 등 가입자 ‘백전백패’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1-05-09 10: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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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나 ‘인터넷 도박’ 역시나 돈 떼먹는 사이트
    최근 한국 사회는 ‘억’ 소리 나는 사건으로 들썩였다. 2월 서울 여의도 한 백화점에서는 현금 10억 원이 든 상자가 발견됐다. 4월에는 전북 김제의 한 밭에서 110억 원의 현금뭉치가 나와 세상을 놀라게 했다. 모두 불법 도박 사이트의 운영 수익금이다. 도대체 인터넷 도박의 세계는 어떻기에 이토록 많은 돈을 짧은 시간에 모을 수 있는 것일까. 또한 눈먼 돈이 쏟아지는 불법 도박 사이트는 이제 모두 없어진 것일까.

    ‘주간동아’ 확인 결과, 검경이 수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도 불법 도박 사이트는 대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현금 포커’ ‘현금 맞고’ ‘현금 바카라’를 입력하면 도박 사이트 주소가 링크된 글이 검색된다. 도박과 전혀 관계없는 사이트에 댓글이나 새 글 형태로 사이트 주소나 광고를 올리는 식이다. 검색으로 찾은 10여 개 주소 가운데 5개는 동일한 사이트로 연결됐다. 불법 도박 사이트는 휴대전화로 사이트 홍보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억대 당첨금 땡기시죠’ e메일

    ‘탑게임♥mo□□□.com♥◈1분내출금처리◈보너스10~50%◈체험만족후입!’

    4월 25일 기자의 휴대전화로 이런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이날 하루 동안 받은 도박 사이트 홍보 문자는 총 4건. 이들 사이트에 접속했는데, 세 곳은 폐쇄된 상태였다. 접속에 성공한 도박 사이트 메인화면에는 ‘대박’ ‘일확천금’ 같은 단어가 황금색으로 번쩍였다. e메일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e메일함에 들어온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에는 ‘2만 원으로 10만 원 만들기’‘억대 당첨금 땡기시죠’ 같은 자극적 문구가 적혀 있었다. 무작위로 수집한 휴대전화 번호와 e메일 주소로 스팸광고를 보내니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도 불법 도박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포커, 바둑이, 맞고 등의 게임은 일반 게임 사이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일반 게임 사이트는 불법이 아니다. 게임과 불법 도박을 구분하는 기준은 수익금을 바로 현금으로 환급해주는지 여부다. 만일 한게임이나 넷마블 같은 유명 게임 사이트에서 포커나 고스톱으로 딴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바꿔준다면 불법 도박이 된다.

    가장 빈번하게 검색된 한 불법 도박 사이트에 접속했다. 5월 3일 오후 180여 명이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가입 절차는 간단했다. 이름과 아이디(ID), 비밀번호만 적으면 가입 완료. 가입 후 아이디 계정으로 가입 축하금이라며 5000원이 들어 왔다. 운영자 측이 주는 일종의 미끼인 셈. 여기에 기자가 5000원을 휴대전화로 소액결재하자 베팅금액은 총 1만 원이 됐다. 1만 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베팅금액 100원짜리 방뿐. 베팅금액이 좀 더 높은 500원, 1000원짜리 방에 들어가려면 일정 금액 이상의 현금을 보유해야 한다. 베팅금액을 받는 운영자 측 계좌번호는 단속을 피하려는 듯 그때그때 문자로 발송하는 방식이었다.

    또 다른 불법 도박 사이트는 게임을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일회용 아이디를 제공했다. 휴대전화 인증을 선택한 뒤 ‘홍길동’이라는 이름을 입력했다. 본인 확인절차 없이 인증이 됐다. 문자메시지로 ‘TZA1083’이라는 체험용 아이디가 날아왔다. 아이디 계정으로 들어온 돈은 10만 원. 줄기차게 룰렛을 돌렸다. 한 게임이 끝나는 데는 20초도 걸리지 않았다. 한 번 베팅에 최소 1만 원. 원한다면 칩을 다 걸고 ‘올인’할 수도 있다. 3게임이 끝나고 남은 돈은 4만 원으로, 6만 원을 잃는 데 걸린 시간은 1분이었다. ‘올인’했다가는 ‘오링’(판돈을 전부 잃었다는 은어)되기 십상이었다.

    잃고 따고, 잃고 따고의 연속. 15분이 채 안 돼 기자는 8만 원을 땄다. 도합 12만 원. 현금 인출은 20만 원부터 할 수 있다. 하지만 체험용 아이디로 딴 돈은 인출할 수 없었다. 이 기세라면 ‘실제로 가입해 게임을 해도 수입이 쏠쏠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바로 이것이 ‘그들의 수법’이다. 비슷한 생각으로 인터넷 도박을 시작했다가 가산을 탕진한 사람이 부지기수. 도박 사이트 메인화면에는 ‘·#51931;·#51931;님이 얼마를 따서 가져갔다’고 선전하는 수익금 출금내용이 매분 갱신돼 올라왔다. 적게는 10여만 원에서 많게는 500여만 원까지 사이트 메인화면에 표시된 수익금 출금내용은 방문자를 현혹하기에 충분했다. 이를 대놓고 공개하는 것은 불법 도박 사이트임을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상위 추천인 되면 돈 버는 구조

    하지만 네티즌의 운은 여기까지다. 경찰에 따르면, 네티즌이 이처럼 인터넷 도박으로 돈을 따기 시작할 무렵, 사이트 운영자 측은 상대방 모니터 훔쳐보기, 짜고 치기 등 교묘한 술수를 동원해 돈을 빼앗아 간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대부분의 불법 도박 사이트가 추천인 제도를 활용한다는 점. 실제 각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는 ‘본인이 추천해 가입한 사람이 게임에서 이기면 일정 금액의 수익을 나눠준다’며 솔깃한 제안을 했다. 피라미드형 다단계 판매와 비슷한 구조다. 누군가의 ‘추천인’이 되면 가만히 앉아서 부가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내가 누군가를 추천인으로 등록하면 내가 따는 돈 또는 입금액(판돈)의 일부가 추천인의 아이디 계정에 차곡차곡 쌓인다. 추천인을 정하는 작업은 간단하다. 그냥 추천인 칸에 그의 아이디만 적으면 된다. 추천인은 여러 사람에게 추천받을수록 수익금이 늘어난다. 추천인이 그렇게 모은 수익금으로 다시 인터넷 도박을 하면 내 추천인을 추천한 그 위 단계의 추천인은 더 많은 돈을 거머쥘 수 있는 구조. 아래 단계에 영업력 있는 사람을 얼마나 많이 거느리느냐에 따라 수입이 결정된다. 이런 식이라면 결국 정점에 있는 운영본사가 돈을 싹쓸이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김제의 한 밭에 110억 원을 숨겨놓게 한 불법 도박 사이트 총책임자 이모(45) 씨도 형태는 위의 사이트와 다르지만, 다단계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막대한 돈을 긁어모았다.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010년 4월 6일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매출액 1540여억 원에 부당이득금 170억 원을 챙긴 이씨 등 운영본사 측 42명과 도박 가담자 및 모집책 113명을 입건했다. 김제에서 발견된 110억 원은 부당이득금 170억 원 가운데 일부. 충남지방경찰청 노세호 사이버수사대장은 2009년 4월에도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 31명을 검거했다. 올 2월 여의도의 한 백화점 물품보관소에서 발견된 현금 10억 원도 이들 일당이 숨긴 검은돈이었다. 그는 “어쩌다 보니 맡은 사건마다 의외의 장소에서 돈을 발견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조폭 개입 흔적도 발견

    “대부분의 불법 도박 사이트는 다단계 형태다. 운영자는 일정 금액을 딜러비 명목으로 받는데, 이를 많이 받으려고 인터넷 홍보, 스팸 문자 발송, 오프라인 전단 배포 같은 방법을 동원해 공격적 마케팅을 펼친다. 2010년 4월에 검거한 불법 도박 사이트는 판마다 베팅금액에서 12.3% 정도의 수수료를 빼내는 구조였다. 운영본사가 1%를 갖고, 루트본사(0.3%), 총본사(0.5%), 부본사(0.5%), 총판과 매장(10%)이 각각 나눠 가졌다.”

    이처럼 다단계 형식을 취하는 메이저급 도박 사이트는 각 단계와 라인별로 철저히 구분해 운영된다. 이 때문에 피라미드 최상위의 운영본사 외에 하위 단계 사람들은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한다. 2010년 4월 6일 경찰은 한 불법 도박 사이트의 운영본사 측 42명을 포함해 113명을 검거했지만, 도박 사이트 자체가 근본적으로 해체됐다고는 볼 수 없다. 경찰 수사 결과, 수천억 원의 판돈이 흘러 다닌 이들 메이저급 도박 사이트는 영세한 도박 사이트를 “해킹하겠다”고 협박해 매달 몇백만 원씩을 가로채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도박 사이트 사이에 상납구조가 만들어져 있는 것. 실제 오프라인 도박판처럼 조직폭력배가 개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결국 경찰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불법 도박 사이트가 아직 상존한다는 얘기다.

    노 수사대장은 “다단계 형식을 취하는 메이저급 도박 사이트의 경우, 운영본사에 소속된 수십 명을 소탕한다고 해서 하위 단계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검거되지 않은 이들은 새로운 머리, 운영본사를 찾아가 접촉하고 빠른 속도로 조직을 재건한다. 총책임자를 검거한다고 해서 조직이 와해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제 110억 원 신고 보상금은?

    경찰 200만 원 vs 신고자 22억 원…너무 큰 간극


    혹시나 ‘인터넷 도박’ 역시나 돈 떼먹는 사이트

    최초 신고자인 안점상(56) 씨는 “영영 못 찾을 뻔한 국가적 유실물을 찾았으니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라고 주장한다.

    다단계 형식으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얻은 수익금 110억 원이 현금으로 발견된 전북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축령마을. 이 마을에선 지금 최초 신고자인 굴착기 기사 안점상(56) 씨가 포상금으로 얼마를 받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안씨와 경찰 간 포상금 문제를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하기 때문이다.

    경찰 측은 “검찰이 밭에 돈을 묻은 이씨(53)를 어떤 혐의로 기소하느냐에 따라 포상금 액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씨는 불법 도박 사이트의 총책인 처남 이씨(45)에게서 돈을 받아 밭에 묻은 혐의(범죄수익 은닉)를 받고 있다. 김제경찰서 문대봉 수사과장은 “밭에서 나온 110억 원은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수익금으로, 점유권은 매형인 이씨, 소유권은 처남인 이씨에게 있다. 그렇기에 유실물이 아니라 장물이다. 안씨가 받을 수 있는 포상금은 최대 200만 원가량”이라고 주장한다.

    현행 경찰의 범인검거 공로자 보상금 지급 기준에 따르면, 범인검거에 공을 세운 사람에게 지급하는 보상금은 최대 5억 원을 넘지 못하는데 강도, 강간, 성폭력, 방화, 피해액 500만 원 이상의 절도, 장물사건, 그 밖에 사회이목 집중사건의 범인검거에 공을 세웠을 경우 200만 원 이하의 보상금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안씨에게 ‘사회이목 집중사건’ 항목을 적용해 최대 보상금인 200만 원을 주려 하는 것.

    하지만 안씨 측은 위험을 무릅쓰고 신고한 대가치고는 너무 부족하다고 반발한다. 그는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검거된 게 2010년 4월이다. 원래대로라면 국고에 환수했어야 할 돈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못 찾고 있었다. 국가적 유실물을 찾게 도왔으니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안씨는 110억 원의 돈을 국가가 잃어버린 유실물로 판단하는 것. 유실물법 제4조에 따르면, 물건의 반환을 받는 자는 물건가액의 100분의 5 내지 100분의 20 범위 안에서 보상금을 습득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110억 원을 유실물로 본다면, 안씨가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은 최대 22억 원가량이다.

    안씨는 “매형 이씨가 110억 원이 조직폭력배 자금이라고 협박했다. 불법 도박 사이트의 하부조직이 다 붙잡힌 것도 아닌 상황에서 신고자인 나만 노출됐다. 산 중턱 같은 외진 곳에서 혼자 일할 때가 많아 불안한 마음에 가스총도 구입했다. 마을주민에게서 ‘안전을 위해 이사 가라’는 말까지 들었다. 아내는 해코지가 두려워 식당 운영을 거의 접은 상태다. 신고자를 이렇게 대우하면 누가 위험을 무릅쓰고 범죄를 신고하겠나”라며 억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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