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0

2011.01.10

나루토 소용돌이 퍼포먼스 와~ 죽이네

일본 시코쿠 도쿠시마 현, 천혜의 자연과 민속춤 아와오도리 등 관광객 유혹

  • 도쿠시마=김동운 여행작가 dogguli@hotmail.com

    입력2011-01-10 14: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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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루토 소용돌이 퍼포먼스 와~ 죽이네

    오나루토쿄와 나루토 해협의 소용돌이.

    일본 혼슈와 규슈 사이에 ‘시코쿠’라 불리는 섬이 있다. 도쿠시마 현, 가가와 현, 에히메 현, 고치 현 등으로 구성된 이 섬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전통 유적지가 잘 보전된 곳으로 유명하다. 사실 시코쿠 지역은 일본인에게도 조금 낯선 곳이다. 주요 관광지는 대부분 간토와 간사이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홋카이도나 오키나와 정도가 일본인들도 자주 가는 관광지다.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인 가가와 현이나 에도 시대 무사로 일본 근대화를 이끌었던 사카모토 료마의 출생지인 고치 현이 ‘시코쿠’라고 하면 그나마 떠오르는 곳이 아닐까.

    필자는 최근 시코쿠 동부의 도쿠시마 현을 다녀왔다. 효고 현 고베와 다리를 통해 연결된 이곳은 시코쿠의 다른 현에 비해 간사이 지방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간사이 공항에서 버스로 2시간 정도 달리면 나루토 해협에 도착하는데, 이곳은 도쿠시마 현의 동북단과 효고 현의 아와지 섬 사이 해협으로 세계 3대 해협 중 하나다. 폭 1.4km, 깊이 90~200m, 최대 유속 20km/h인 나루토 해협은 일본에서 물살이 가장 빠른 곳이다. 좁은 폭과 깊은 수심, 빠른 유속 탓에 이곳에선 소용돌이가 자주 발생한다. 큰 것은 지름이 20m 넘기도 한다.

    도쿠시마 현의 큰 볼거리 중 하나가 바로 이 소용돌이다. 해수면이 가장 높을 때인 만조와 가장 낮을 때인 간조에 소용돌이가 가장 커진다. 소용돌이를 보는 방법은 관광선을 타고 갑판에서 직접 보는 것과 나루토 해협을 가로지르는 오나루토쿄(大鳴門橋)에서 보는 것 두 가지로 크게 나뉜다. 관광선을 타면 불과 몇 m 거리를 두고 소용돌이를 볼 수 있는데, 자연이 만들어낸 박진감 넘치는 장면에 손에 땀이 흥건히 밴다. 오나루토쿄에서 내려다보는 소용돌이도 멋지다.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나루토 소용돌이 퍼포먼스 와~ 죽이네

    (왼쪽) 세라믹 아트로 재현된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내부. (오른쪽) 우다쓰노마치나미 거리.

    세라믹 아트 오츠카 미술관 황홀

    나루토 해협 인근에 오츠카 국제미술관이 있다. 스포츠 음료로 유명한 ‘포카리스웨트’를 만드는 오츠카제약이 소유한 미술관이다. 오츠카제약은 1920년대 도쿠시마 현을 근거지로 설립된 회사인데, 부의 지역 환원 차원에서 이 미술관을 세웠다. 이곳은 세계 최초로 세라믹 아트 미술관을 표방했다. 세라믹 아트란 일종의 도자기 판화인데 세계 유수의 작품들을 같은 크기로 재현했다. 세계 25개국 190여 미술관이 소장한 명화 중 1000여 점을 엄선해 도자기 판화로 구웠는데, 원화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노력이 작품 곳곳에서 느껴진다.



    입구엔 건축가 조반니 데 도르티의 설계를 바탕으로 1481년 완공한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내부를 재현한 공간이 있다. 미켈란젤로의 천장벽화로 유명한 이곳을 세라믹 아트로 재현한 모습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멋지다. 또 14세기 이탈리아 화가 지오토의 벽화가 있는 스크로베니 예배당도 이탈리아 파도바에 있는 원본과 같은 크기로 재현해놓았다. 도자기 판화로 재현했다지만, 작품 질감은 물론 주변 분위기마저 흡사하다.

    또 오츠카 국제미술관 한쪽에는 인상주의 화가의 대명사인 모네의 이름을 딴 정원이 있다. 모네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수련을 이미지화한 이 정원은 날씨 좋은 날, 차 한잔 마시며 이야기하기 딱 좋다.

    도쿠시마 현은 저녁 볼거리도 풍성하다. 그중 아와오도리 공연이 특히 추천할 만하다. 아와오도리는 400년 역사를 지닌 일본 전통 무용이다. 일본에선 축제 때 추는 춤을 ‘봉오도리’라 부르는데, 아와오도리는 이런 봉오도리 중에서도 전국적으로 지명도가 높다. 여자들의 흐느적거리는 손놀림, 남자들의 경쾌한 발걸음이 흥겨운 음악과 어우러져 멋진 춤판이 펼쳐졌다. 춤의 형태나 분위기가 전혀 다르긴 했지만, 흥겨움이 왠지 브라질의 삼바와 비슷했다. 도쿠시마 현 시내의 아와오도리 회관에서는 이러한 공연을 매일 관람할 수 있다. 1시간 정도 진행되는 공연 중간에 관람객이 참여해 춤을 배우는 시간이 있는데, 꼭 한번 참여해보길 권한다. 이 춤은 간단해 보이지만, 직접 해보면 무척 어렵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

    나루토 소용돌이 퍼포먼스 와~ 죽이네

    아와오도리 공연 모습.

    시코쿠는 도보 여행의 성지로 불린다. 예쁘고 걷기 좋은 길이 많은 시코쿠에서도 도쿠시마 현의 ‘우다쓰노마치나미’는 각별하다. 일본의 아름다운 거리 100선에 꼽힌 이곳은 에도 시대부터 메이지 시대, 다이쇼 시대에 이르기까지 수백 년 동안 지어진 건물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타임머신을 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일본 시대극에나 나올 법한 건물에서 갑옷 입은 무사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다.

    아름다운 거리를 만들고자 한 노력은 거리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단 우다쓰노마치나미에는 전깃줄이 하나도 안 보인다. 물론 전신주도 없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거리를 만들기 위해 모두 지하로 숨겼기 때문이다. 오래된 건물을 고치거나 새로 지을 때 정부의 허가를 받게 한 것도 이곳이 전통미를 간직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도쿠시마 현은 산지가 80%가 넘을 정도로 산맥이 발달했다. 이러한 곳을 ‘요시노’라는 강이 가로지르는데, 이 같은 강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협곡이 바로 오보케 계곡이다. 계곡 주변에는 입자가 굵고 거친 결정편암이 많다. 2억 년에 걸친 요시노 강의 침식작용으로 현재의 오보케 계곡이 탄생했다. 관광선을 타면 오보케 계곡의 멋진 경치를 더 가까이서 즐길 수 있다. 장마로 수량이 늘어나는 여름에는 카약도 즐길 수 있다.

    오보케 계곡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야지방’이 나오는데, 이곳은 온천으로 유명하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 남녀 노천탕 외에 혼욕탕이 따로 운영되고 있었다. 사실상 혼욕이 거의 없어진 일본에서 혼욕이 가능하다는 것은 이곳이 산간오지임을 방증한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도쿠시마 현. 대도시 여행에서 얻을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 도쿄나 오사카처럼 현대적인 일본에 지쳤다면 도쿠시마 현으로 한번 발걸음을 옮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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