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2

2009.02.10

한 달 후, 당신이 실업자가 된다면?

실업대란 시대 실업급여 신청부터 재취업까지 기본 가이드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9-02-05 1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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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후, 당신이 실업자가 된다면?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서울고용지원센터에서 수급자격인정 신청을 하고 있다.

    “You are Fired!!”

    지난해 불거진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전이되면서 신규 취업이 줄어드는 것도 모자라 기존 인원들도 솎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 조선업체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한창이고 금융권에서도 희망퇴직이라는 명목으로 많은 근로자가 실업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지금 옆에 앉아 있는 동료가 내일도 자리에 있을지를 보장할 수 없는 시대가 외환위기 이후 다시 도래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업이 현실로 다가올 때를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실업기간과 재취업 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실업이 닥치고 나서야 준비를 한다며 허둥지둥한다. 과연 실업이 닥쳤을 때 우리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실업이 예상되면 곧바로 실업계획 세워라

    중소 건설업체 과장 김모(39) 씨. 지난해부터 회사 안팎은 건설업 구조조정 얘기로 어수선했다. 몇 달 전부터 퇴직 신청을 받는다는 말이 돌더니, 어느 순간 ‘과장급부터다’ ‘부장급부터다’는 식의 구체적인 소문으로 퍼졌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설마 나는 아니겠지’라며 안심하던 김 과장. 하지만 막상 자신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다는 얘기를 듣자 청천벽력 같았다. 정식 퇴직까지 한 달 남짓한 시간이 주어졌지만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실업은 호황과 불황의 순환에 따라 다가오지만 어느 정도 예상은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소 한 달 전부터는 실업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업 준비의 첫걸음은 실직 후 창업 등으로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할 것인지, 지금 일하는 분야와 같은 업종의 회사로 전직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창업이라면 새로운 재취업 훈련기간까지 고려해야 하는 반면, 전직이라면 지금까지의 경력을 이용해 최대한 단시일 내 재취업에 성공해야 한다.



    몇 개월 만에 새로운 직업을 잡을 수 있을지도 미리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 윤정진 팀장은 “재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을 생각해 실업급여를 어떻게 신청하며, 얼마 정도를 언제까지 받을 수 있는지를 알아봐야 한다”며 “실직 후 곧바로 취업이 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보통 2~3개월의 마찰적 실업이 있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어느 정도의 실업기간을 감수하고 재취업에 나설지를 정한 뒤 실업기간에 대한 구체적 시간계획을 작성해나가야 한다.

    한 달 후, 당신이 실업자가 된다면?
    정기적 비용지출은 실업급여로 충당

    1월19일, 서울 중구에 자리한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 2층은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는 50여 명의 사람들로 붐빈다. 구인·구직 코너가 상대적으로 한산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다들 굳게 입을 다문 어두운 표정으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다. 6개월간 일용직 청소일을 하다가 최근 그만뒀다는 황모(55·여) 씨는 이번이 세 번째 실업급여 신청이다. 황씨는 “일용직도 일자리 구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라며 “적은 액수이긴 하지만 그나마 실업급여를 받아서 입에 풀칠은 한다”고 한숨을 내쉰다.

    실직 후 퇴직금을 비롯해 일시에 목돈을 손에 쥐기도 하지만 쉽게 쓰지 못한다. 대개 이 돈을 실직 후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마지막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녀 교육비, 가계 생활비 등 정기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있기에 당장 한 푼의 돈도 아쉬운 처지다. 실업기간이 최소화하기를 바라지만 마음먹은 대로 실업기간을 조정할 수도 없다. 이때 실업급여는 큰 도움이 된다(자세한 실업급여 지급 절차는 ‘그림’ 참조).

    최초로 실업인정을 받았다고 무조건 실업급여가 지급되지는 않는다. 퇴직근로자는 수급자격인정을 받은 경우 실업인정대상 기간 중에 적극적으로 재취업 활동을 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우편, 팩스, e메일을 이용해 입사원서를 제출했거나 채용 관련 행사에 참여해 구직자와 면접을 봤거나 직업안정기관에서 행하는 직업지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면 대개 적극적인 구직활동으로 인정받는다.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 윤여욱 취업지원 1팀장은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구인처 관계자의 명함을 챙기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며 “액수가 적을 수도 있지만 실업급여는 실업 기간에 퇴직근로자의 삶을 위한 최소한의 보장책”이라고 말했다.

    실업급여로도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면 올해 신설돼 지난 15일부터 접수를 받고 있는 ‘실직가정 생활안정자금 대부사업’을 이용할 수 있다. 가족 부양책임이 있으며 3개월 이상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한 실업자 중 연 소득이 2400만원 미만인 사람은 대부 대상이 된다. 해당자는 근로복지공단 지사에 서면으로 접수하면 되고, 가구당 600만원 한도로 연리 3.4%, 1년 거치 3년 균등분할 상환 조건이 적용된다.

    사회와의 ‘끈’ 놓지 않는 지속적인 만남

    지난해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나온 A씨. 처음에는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을 그만뒀다는 생각에다 ‘실패한 인생’이라는 자격지심에 사람 만나기를 피하기 일쑤였다. 보다 못한 아내의 권유로 A씨는 동창회 등 친목모임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때껏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지 못하던 친구들을 만나면서 A씨는 고민도 털어놓고 격려도 받았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레 취업상담기관에도 참여했다. A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다 보니 더욱 위축돼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두려워하던 실업이 현실로 다가오면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진다.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 최영미 사무처장은 “실업을 당하면 한 달간은 ‘무언가 있겠지’라며 아무 생각 없이 보낸다. 그렇게 3개월쯤 의기소침해 있다 그 이후에야 일자리를 알아보러 나선다”며 “이미 상당 기간을 허비한 뒤라 재취업이 쉽지 않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위축돼 대인기피증이 생기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실업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모두의 문제임을 인식해 가족에게서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업으로 인한 고통을 자신이 모두 감내하기보다는 실업 준비단계에서부터 가족과 의논하며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 동창회 같은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자신감을 찾는 방법일 수 있다.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민간 실업단체에 나가서라도 사람들을 만나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최 사무처장은 “구직자들이 공동모임을 통해 구직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재취업 성공담을 나누면서 정보를 많이 얻게 된다”며 “타인과의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무엇보다 사회와의 연결 끈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재취업 성공을 위한 직업훈련 받기

    1월20일, 서울 동대문구에 자리한 강북IT직업전문학교는 실업자 재취업을 위한 교육이 한창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40분까지 교육이 이뤄지는 이곳은 정부가 인정한 직업개발능력훈련기관이다. 모바일 자바 프로그래밍 등 정보기술(IT) 분야를 주로 가르친다. 교육생 김모(33) 씨는 5년간 다니던 중소기업을 그만둔 뒤 실업급여를 신청함과 동시에 이곳에서 직업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김씨는 “별다른 기술이 없다 보니 기업이 어려울 때 해고 1순위에 올랐다”며 “직업훈련을 통해 전문 기술을 갖춘 뒤 IT 분야에 재취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업자 훈련은 실직자 및 미취업자 등을 대상으로 취업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동부에서 실시하는 직업훈련이다. 예술직업전문학교, IT직업전문학교 등 국가나 지자체에서 훈련비용을 지원하는 직업능력개발훈련이 이에 해당한다. 실업자 훈련을 받으려는 퇴직근로자는 고용지원센터에서 구직신청과 직업훈련 상담을 해야 한다. 직업훈련상담확인증을 수령한 뒤 훈련기관을 방문해 훈련수강을 신청하고 훈련을 받는다. 신규 실업자 훈련, 전직 실업자 훈련, 여성가장 훈련 등이 있으며 각 훈련에 대해 실업자 훈련 수당과 5만~7만원 상당의 교통비, 식비가 기본적으로 제공된다. 여기에 우선직종수당, 가족수당, 가계보조수당이 추가적으로 지급된다.

    하지만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는 곳이 IT, 미용 등 일부 분야에 한정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직업훈련을 받으려는 퇴직근로자들은 직업훈련 장소가 주거지에서 멀 수도 있고, 교육이 시작되는 시기도 기관마다 다르기 때문에 교육기관을 잘 선정해야 한다. 삼양주민연대 정명훈 사무국장은 “취업을 전제로 교육이 이뤄지지만 아무래도 교육에 중심이 맞춰져 있다 보니 구직을 원하는 현장과는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교육기관을 마친 졸업생이 일자리를 찾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맡겨진 만큼, 졸업생에 대한 사후관리가 좀더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업훈련을 받은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직업훈련 과정을 밟았다면 파트타임이든, 옛 직장보다 임금이 낮든 일단 재취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6개월 안에 재취업이 되지 않은 경우 장기 실업으로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업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은 실업을 당하지 않고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실업을 피할 수 없다면 실업 기간에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해 짧은 시간 안에 재취업하는 것이 차선이다. 최선이 아닌 차선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실업대란 시대. 서글픈 2009년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내 실업급여는 어떻게 결정되나?

    1일 최고액 4만원 … 최대 240일까지 지급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가입사업장에서 퇴직 전 18개월 중 180일 이상 피보험자로 근무하다가 경영상 해고, 계약기간 만료 등 비자발적 사유로 이직한 근로자가 적극적인 재취업 활동을 하는 경우에 한해 지급된다. 전직(轉職)이나 자영업을 위해 스스로 직장을 그만두거나 본인의 중대한 귀책사유로 권고사직 혹은 해고된 경우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2004년 고용보험법 개정으로 모든 일용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돼 일용근로자들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실업급여는 크게 구직급여, 취업촉진수당, 연장급여, 상병급여 4가지로 나뉜다. 실업급여는 재취업을 촉진하기 위한 활동 지원금 성격이지, 실업에 대한 위로금이나 고용보험료 납부의 대가로 지급되는 게 아니다. 실업급여는 원칙적으로 퇴직한 다음 날로부터 12개월이 경과하면 받을 수 없다. 잔여 급여가 있어도 1년이 경과하면 지급받을 수 없다. 따라서 퇴직 후 지체 없이 거주지 관할 고용지원센터에 방문해 실업신고를 해야 한다.

    실업급여는 최대 240일까지 지급된다. 구직급여는 퇴직 당시 연령과 고용보험 가입기간에 따라 90~240일 내에서 퇴직 전 평균임금의 50%가 지급된다. 최고액은 1일 4만원이며 최저액은 1일 소정 근로시간에 최저임금법상 시간급 최저임금의 90%를 곱한 금액으로 결정된다. 예컨대 한 달에 300만원을 받았다면 50%인 150만원이 아니라, 최고액이 1일 4만원이므로 한 달에 120만원의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취업이 곤란하고 생활이 어려운 경우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는 훈련연장급여, 개별연장급여 등의 형태로 구직급여를 연장해서 받을 수 있다. 훈련연장급여는 훈련기간(최대 2년간) 동안 연장급여가 지급되며, 특수한 경우에 해당하면 60일 이내에 개별연장급여가 주어진다.

    실업급여는 원칙적으로 재취업을 하면 받을 수 없다. 다만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 중에 6개월 이상 고용될 것이 확실한 직장에 재취업하거나 6개월 이상 자영업을 하는 것이 확실한 경우에는 재취업 시점에 따라 미지급 금액의 일부(1/3~2/3)를 조기재취업수당으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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