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2

2017.01.18

커버스토리

살얼음 위에서 살아남기

불확실성 시대 보수적 접근, 능력에 맞는 내 집 마련 필요…차기 정권 부동산정책이 관건

  •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금융·자산경영학과 학과장 jkkang@deu.ac.kr

    입력2017-01-13 18: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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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정치·경제 여건의 불확실성 등으로 지난해 부동산시장이 ‘상고하저(上高下低)’일 것이라던 예상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 매매가격 최고점을 거침없이 갈아치우던 아파트 매매시장은 지난해 10월 이후 주춤하면서 한 주가 지날 때마다 상승폭이 둔화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과 부산지역 아파트가격도 어느새 약보합세를 띠기 시작했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 시세는 평균 1∼2%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상승폭이 가장 큰 곳은 9% 상승률을 기록한 제주 서귀포이고 이어 서울, 부산, 세종, 강원, 인천, 경기 등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 지역 대부분이 현재는 하락 또는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당초 3%에서 2%대로 낮춰 발표했다. 한국 경제가 또다시 불황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경고음이다. IMF는 특히 한국의 중·장기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 배경에는 △위험 수준을 넘어선 가계부채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 △여성과 젊은 층의 낮은 노동시장 참여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인 노동생산성 △내수와 서비스업 주도형으로의 경제구조 전환 지연 등이 포함돼 있다. 사실 가계부채를 제외한 나머지 요소는 부동산시장과 다소 거리가 있지만, 한국 경제 전체를 위협하는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대출은 집값의 30% 넘지 말아야

    주택산업연구원이 내놓은 ‘2017년 주택시장 전망’을 보면 전국 주택가격은 지방의 경우 0.7~1.5%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정치·경제적 환경이 불확실한 올해 부동산시장은 지난해보다 더 위축될 것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부정적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공격적인 투자보다 한층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로 선제 대응 방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첫째, 올해부터 급격히 늘어날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에 대비해야 한다. 내년까지 전국에서 약 70만 채의 새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한다. 지역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역전세난과 주택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무주택 세입자는 전세를 구할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칫 ‘깡통주택’의 수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내 집 마련 시 자신의 채무 능력을 객관적으로 살펴야 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늘 강조하는 “대출이 집값의 30%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새삼 곱씹을 필요가 있다. 실제로 최근 2~3년간 이어진 저금리 상황에서 대출을 최대한도로 받아 집을 산 사람 중에는 금리가 서서히 오르자 전전긍긍하는 이가 많다. 한편 당분간 주택가격은 약보합세 또는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에 결혼, 육아 등으로 꼭 내 집 마련에 나서야 하는 무주택자나 이사를 준비하는 1주택자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삼사분기 이후로 주택 구매를 미루는 편이 바람직하다.   

    또한 주택 구매에 나서더라도 정부의 대출제도 변화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가계대출이 예상보다 급격히 증가하면서 정부는 가계대출 부실을 방지하고자 대출을 규제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계대출에 취약한 저소득층의 대출한도가 축소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카드론, 신용카드 미결제액 등 개인이 갚아야 하는 연간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과 소득에 따라 대출 폭이 결정되는 DSR(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 제도가 부각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 원 이하(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는 7000만 원)인 무주택 가구주가 5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살 때 최대 2억 원까지 빌려주는 ‘디딤돌대출’의 DTI(총부채상환비율) 기준이 대폭 축소됐다. 과거에는 연소득 5000만 원이면 최대 4000만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3000만 원으로 낮아졌다.

    셋째, 신규 아파트 분양에서 옥석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 지난해 분양시장은 주택시장의 호황에도 1~9월 거래량이 33% 줄고 웃돈(프리미엄)도 9% 떨어졌다. 청약률만 높고 정작 초기 계약률이 낮다면 단기 차익을 노리는 가수요가 많다는 뜻으로 분양시장 거품이 꺼졌을 때를 염두에 둬야 한다.   



    지역주택조합제도 과장광고 요주의

    게다가 올해부터 분양 아파트의 잔금대출에는 주택담보대출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 그러니 이제 수분양자(분양권을 획득한 자)는 분양받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2~3년 후 잔금대출을 받아 입주할 시점을 고려해야 한다.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덜컥 청약됐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실수요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청약에 도전하는 것이라면 전매가 뜻대로 되지 않을 것까지 생각해야 한다.

    넷째, 불황기에 흔히 볼 수 있는 과장광고에 유의해야 한다. 궁지에 몰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일부 지역주택조합이나 오피스텔 등의 장단점을 철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지역주택조합제도는 6개월 이상 지역에 거주한 무주택자나 85㎡ 이하 주택형 소유자들이 조합을 구성해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을 말한다. 일반 아파트와 달리 조합원들이 토지를 사들여 시공사를 선정한 뒤 건물을 올리는 것. 사업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조합원들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후죽순으로 지역주택조합제도가 추진되면서 조합 설립인가도 받지 못하거나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은 뒤 계약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사례가 발생해 피해가 늘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서울과 부산, 인천, 광주, 대전, 울산, 경기 등 주요 광역지방자치단체는 지역주택조합제도 폐지를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일부 오피스텔도 확정 수익 등을 내세우며 과장광고에 나서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통령 탄핵 사태로 조기 대통령선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차기 정부의 부동산정책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시대별 주요 정책과 주택 매매 및 전셋값 동향을 보면 정부는 늘 냉·온탕식 부동산정책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다. 다음 정권은 이런 전철을 밟지 말고 서민을 위한 주거복지정책을 들고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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