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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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파리 베트남 호찌민

[재이의 여행블루스] 예술 작품 같은 노트르담 대성당·중앙우체국… 유럽과 아시아가 교차하는 매력 부자

  • 재이 여행작가

    입력2023-08-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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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후 해외여행 수요가 폭증하면서 적당한 비행거리, 합리적 물가, 한국인 입맛에 맞는 음식 등 다양한 이유로 동남아시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중 베트남은 동서양이 공존하는 이국적인 정취와 드넓게 펼쳐진 해변에서 여유로운 휴식, 연중 온화한 날씨 등으로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인도차이나반도(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5개국과 말레이시아 서부로 구성된 아시아 남동부 반도) 동부에 자리한 베트남은 북쪽으로는 중국, 서쪽으로는 캄보디아와 라오스를 접하고 있다. 국토는 남중국해를 따라 가늘고 긴 S자 형태를 띤다. 국토 면적은 약 33만㎢로 한반도 면적의 약 1.5배인데, 그중 75%는 산악지대다. 최북단에서 최남단까지 거리는 1650㎞, 해안선은 3200㎞ 이상 되는 제법 큰 나라다.

    베트남 호찌민 시내 풍경. [최원규 제공]

    베트남 호찌민 시내 풍경. [최원규 제공]

    동전 따로 없어 ‘동 지갑’ 유용

    베트남의 정식 국가명은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이며, 수도는 하노이다. 인구는 1억 명에 달하고 공용어는 베트남어다. 시차는 한국보다 2시간 늦다. 화폐 단위는 동(VND)인데, 동전이 따로 없고 모두 지폐라서 단위별로 구분해 넣을 수 있는 일명 ‘동 지갑’을 사용하면 편하다.

    베트남은 남북으로 긴 지형이라 기후 차이가 있다. 남부는 열대몬순기후(열대기후 중 계절풍 영향을 받는 기후)로 건기와 우기가 반복된다. 평균 기온은 26∼28도로 연간 기온차가 별로 없다. 반면 북부는 춘하추동 사계절이 뚜렷하다. 여름은 고온다습하고, 겨울 날씨는 한국 가을과 비슷하다. 다만 남부든, 북부든 습하고 더운 날씨가 주로 나타나기에 휴대용 선풍기와 물티슈를 필히 챙겨 가는 게 좋다.

    베트남은 관광 목적이라면 15일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 30일 이내 재입국 시 도착비자가 필요한데, 인터넷으로 발급 가능하다. 항공편은 베트남 국적 항공사와 더불어 크고 작은 국내 항공사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어 편리하다. 전압은 한국과 같은 220V라 따로 어댑터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도심에서 이동할 때는 버스보다 택시나 차량 공유 애플리케이션 그랩, 우버 등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와이파이는 한국만큼 속도가 빠르진 않지만 꽤 대중화된 편이라 이용에 큰 문제는 없다.

    원 지명 사이공으로 더 친숙한 도시

    호찌민의 랜드마크인 노트르담 대성당. [GETTYIMAGES]

    호찌민의 랜드마크인 노트르담 대성당. [GETTYIMAGES]

    베트남 지역 중 한국인에게 전통적으로 인기 있는 도시는 하노이, 호이안, 하롱베이, 다낭 등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300년 역사를 품은 도시 호찌민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호찌민은 베트남 남부를 대표하는 최대 상업 도시이자 경제·교통의 중심지다. 작은 어촌마을이던 호찌민은 19세기 프랑스 식민 지배 당시 도시계획을 통해 베트남에서 가장 큰 도시가 됐다. 프랑스 문화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 ‘동양의 파리’로도 불린다. 노트르담 대성당, 중앙우체국, 사이공 오페라하우스 등이 이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호찌민은 사실 ‘사이공(Saigon)’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도시다. 통일 전까지 남베트남(월남)의 수도였다가, 1976년 통일 이후 북베트남 초대 대통령이자 국민 영웅 호찌민의 이름에서 따와 지명이 바뀌었다.



    호찌민은 유럽의 고풍스러움과 베트남의 전통문화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전 세계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프랑스 식민지 시기 흔적을 없애기보다 현대에 맞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도시 전체에 이국적인 분위기가 넘쳐흐른다. 호찌민 도심 여행은 굳이 계획을 촘촘하게 짜지 않아도 된다. 랜드마크인 노트르담 대성당, 중앙우체국, 인민위원회 청사, 사이공 오페라하우스, 전쟁기념관, 통일궁 등이 모두 지척에 있기 때문이다. 교통편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 다니면서 구경하기에도 좋다. 또 주변 곳곳에 노상 식당과 카페, 쇼핑센터, 공원 등이 자리해 구경거리도 많다. 발품을 판 만큼 뜻밖의 수확을 얻을 수 있는 벤탄 시장도 찾아가기 어렵지 않다.

    동커이 거리 북쪽 막다른 길에 서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 식민지 때 세워진 건축물로 호찌민에서 가장 큰 성당이다. 당시 프랑스가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과 같은 의미의 성당을 호찌민에 축조한 것으로, 프랑스 식민 지배의 상징과도 같은 건축물이다. 외형은 전형적인 네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내부는 고딕양식으로 이뤄져 있다. 빼곡하게 들어선 현대 건축물 사이로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 2개가 40m 높이로 우뚝 솟아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성당 건축에 필요한 자재는 전부 프랑스에서 가져왔는데, 외벽에 두른 붉은 벽돌은 프랑스 남부 도시 툴루즈에서 공수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방문한다면 건물 앞 성모 마리아상의 눈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몇 차례 눈물을 흘렸다는 구전에 따라 ‘호찌민의 기적’으로 불리는 동상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마리아상이 눈물을 흘리는 기적을 직접 목격할지도 모른다.

    귀스타브의 또 다른 걸작, 중앙우체국

    귀스타브 에펠의 걸작 중 하나인 중앙우체국. [GETTYIMAGES]

    귀스타브 에펠의 걸작 중 하나인 중앙우체국. [GETTYIMAGES]

    노트르담 대성당 건너편에는 베트남에서 특히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는 노란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에펠탑을 설계한 귀스타브 에펠의 또 다른 걸작인 중앙우체국이다. 중앙우체국은 1866년 착공 이후 25년에 걸쳐 완공됐는데, 베트남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건축물이다. 또 프랑스 건축 양식을 반영하되 베트남 풍토에 맞는 독자적인 스타일이 살아 있는 콜로니얼(Colonial) 양식의 대표 건축물로도 평가받는다. 파리 오르세미술관이 떠오르는 높은 아치형 천장과 양쪽 벽에 자리한 커다란 지도, 길쭉한 내부 구조는 마치 기차역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중앙우체국에서는 세계 각국으로 우편물을 발송할 수 있으니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멋진 추억도 만들어보자.

    중앙우체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인민위원회 청사도 호찌민의 랜드마크다. 사이공 시절 시청으로 쓰이던 이 건축물은 간소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에도 중후하면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무엇보다 청사 주변 야경이 아름다운데, 여행자 거리로 알려진 부이 비엔 거리와 함께 밤에 방문해볼 만한 곳 중 하나다.

    사이공 오페라하우스. [최원규 제공]

    사이공 오페라하우스. [최원규 제공]

    호찌민 시내 중앙광장에 있는 사이공 오페라하우스도 식민지 시기 지어진 건축물이다. 생김새는 파리에서 가장 화려한 건물로 불리는 ‘오페라 가르니에’와 매우 흡사하다. 사이공 오페라하우스는 1956년부터 남베트남 국회로 사용되다가 베트남전쟁으로 사이공이 함락된 이후 극장으로 재건됐다. 1998년 전면 개보수를 거쳐 현재는 다용도 극장이자, 현지인의 문화생활을 담당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의 정보부 청사로 사용되던 전쟁기념관과 베트남 통일이 선언된 역사적 장소인 통일궁도 한 번쯤 들러보면 좋을 명소다.

    벤탄 시장에서 서민 삶의 정취를…

    이국적인 도시의 매력을 만끽했다면 이제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를 맛볼 차례다. 호찌민의 명물 시클로(자전거를 개조한 인력거)를 타고 생동감 넘치는 벤탄 시장으로 향해보자. 호찌민에서는 ‘오토바이의 도시’라는 별칭답게 거리를 가득 메운 엄청난 규모의 오토바이 행렬을 볼 수 있다. 간혹 여행객이 오토바이를 빌려 타는 경우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오직 눈과 귀로만 즐기기를 권한다.

    벤탄 시장(야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쌀국수(왼쪽)와 조개구이. [최원규 제공]

    벤탄 시장(야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쌀국수(왼쪽)와 조개구이. [최원규 제공]

    벤탄 시장은 1900년 초 지어진 호찌민 최대 재래시장이다. 둥근 돔 안에 미로처럼 이어진 좁은 길을 따라 작은 상점 수백여 개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시계와 가전은 물론 의류, 열대과일, 원두, 기념품 등을 파는데, 적절히 밀고 당기는 가격 흥정은 필수다. 이곳은 살아 숨 쉬는 시장의 에너지와 호찌민 서민의 삶을 느껴보려는 이들로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룬다. 저녁에는 시장 근처에 각종 먹거리를 파는 야시장이 들어선다. 야시장에서는 돼지고기·닭고기 숯불 꼬치와 쌀국수, 반미 같은 베트남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다. 커피, 열대과일 주스 등 간단한 음료 종류도 판매한다.

    피부에 엄습하는 습한 기운마저 매력적인 도시 호찌민. 과거와 현재,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공존하는 묘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다음 여행지는 호찌민으로 결정하기를 권한다.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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