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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위기를 대박 기회로 만든 조현준 회장의 역발상 투자

효성 회장 취임 5년 만에 영업이익 3배↑… 민첩·현장경영으로 신시장·신소재 육성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팬데믹 위기를 대박 기회로 만든 조현준 회장의 역발상 투자

2018년 조현준 효성 회장(가운데)이 중국 상해에서 열린 글로벌 섬유전시회에 참석해 제품을 보고 있다. [사진 제공 · 효성티앤씨]

2018년 조현준 효성 회장(가운데)이 중국 상해에서 열린 글로벌 섬유전시회에 참석해 제품을 보고 있다. [사진 제공 · 효성티앤씨]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은 2020년 조현준 효성 회장은 효성티앤씨 터키·브라질 스판덱스 공장 증설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각각 연간 2만5000t, 1만t 규모 증설이었다. 또 조 회장은 중국 닝샤 인촨(銀川)시 닝동(寧東) 공업단지에도 연간 3만6000t 생산이 가능한 스판덱스 공장과 설비투자를 이어갔다. 당시 경쟁업체의 설비투자는 전무한 상황이었다. 효성티앤씨는 전 세계 스판덱스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효성티앤씨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스판덱스에서 나오기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단행한 조 회장의 투자 결정은 더더욱 위험 부담이 따랐다.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세계적으로 홈트레이닝 열풍이 불어 스판덱스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 스판덱스는 고무와 비슷한 탄성을 지닌 폴리우레탄 합성섬유로 주로 운동복에 사용되는데, 일반 의류엔 스판덱스가 최대 2% 사용되는 반면 운동복에는 최대 35%까지 들어간다. 중국과 동남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운동복, 레깅스 같은 기능성 의류 수요가 증가하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조 회장의 투자 결정으로 최근 증설된 효성티앤씨 터키 공장에서 생산하는 스판덱스는 전량이 중국으로 수출된다. 스판덱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도 급등했다.

선제적 투자, 역대급 매출 견인

효성티앤씨 터키 스판덱스 공장 전경. [사진 제공 · 효성티앤씨]

효성티앤씨 터키 스판덱스 공장 전경. [사진 제공 · 효성티앤씨]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 덕분에 효성티앤씨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도 1조4800억 원을 기록해 효성 전 그룹사 영업이익(2조9000억 원 예상)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효성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후 단일 사업회사로서는 최초로 영업이익 1조 클럽에도 가입했다. 팬데믹 위기에 발상의 전환으로 오히려 대박을 친 것이다.

기업 경영에서 대규모 투자는 기회와 리스크를 동시에 수반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다. 순간의 판단이 기업 운명을 좌우하기도 한다.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를 갖춘 기업이라도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되는 투자의 최종 판단은 그래서 오너가 내릴 수밖에 없다.

1월 16일 취임 5주년을 맞은 조현준 회장은 평소 속도와 효율성을 요구하는 ‘애자일(agile: 민첩한) 경영’을 강조해왔다. 변혁 시기에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효율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조직의 민첩함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조 회장은 “회사가 생존하고 성공 기회를 만들려면 애자일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 역시 코로나19발(發)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장 증설을 결정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투자금액이 워낙 커 고심도 깊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던 데는 ‘VOC(Voice of Consumer: 고객의 목소리) 경영’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티앤씨 관계자는 “현재 효성티앤씨가 운영하는 스판덱스 글로벌 생산 현장이 총 10곳인데, 대륙별로 공장이 다 있어 스판덱스 수요 예측을 꼼꼼하게 할 수 있었다”며 “조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강조해온 ‘VOC 경영’을 통해 해외 법인들과 자회사 간 안정적으로 글로벌 경영이 이뤄진 성과”라고 말했다. 효성티앤씨는 증설된 공장에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해 매출과 이익 증대에도 더욱 탄력이 붙고 있다.

효성은 효성티앤씨 외에도 주요 계열사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효성중공업 등 4개사 모두 지난해 유례없는 실적을 기록했다. 그 덕에 효성은 지난해 사상 처음 연간 매출 20조8000억 원대, 영업이익 2조9000억 원대(증권가 전망치)를 달성했다. 조 회장이 취임한 2017년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조 회장 취임 후 효성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매출액만 따져도 2017년 12조5464억 원, 2018년 16조7735억 원, 2019년 17조8063억 원, 2020년 15조1400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첫해였던 2020년을 제외하면 꾸준히 우상향했다.

‘꿈의 신소재’ 탄소섬유, 세계 4번째 개발

효성티앤씨 브라질 공장에서 직원들이 스판덱스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효성티앤씨]

효성티앤씨 브라질 공장에서 직원들이 스판덱스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효성티앤씨]

조 회장은 매년 지속적으로 국내외 주요 생산기지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17년 베트남 바리아붕따우성에 12억 달러(약 1조4000억 원)를 투입해 효성화학의 프로판탈수소 공장, 폴리프로필렌(PP) 생산 공장, 액화석유가스(LPG) 저장소, LPG 및 석유화학 제품 부두 프로젝트 투자를 진행했다.

2018년에는 1억5200만 달러(약 1812억 원)를 투자해 베트남 꽝남성에 효성첨단소재의 폴리에스터 및 나일론 타이어코드 공장을 신설했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 생산에 꼭 필요한 소재로 효성첨단소재는 타이어코드 시장점유율 세계 1위 기업이다. 그 밖에도 조 회장은 2019년 전북 전주시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 공장에 대한 투자를 발표했다. 2028년까지 약 1조 원을 투입해 연산 2만4000t 탄소섬유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미래 산업의 쌀’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는 원사(실)에 탄소가 92% 이상 함유된 섬유로, 철에 비해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 탄성은 7배 높다. 내부식성, 전도성, 내열성이 높아 철이 쓰이는 모든 제품과 산업에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미래 친환경 자동차로 주목받는 수소전기차, CNG(압축천연가스)차의 핵심 부품인 수소연료탱크 등 고압용기 제작에 적합해 ‘수소경제’ 핵심으로 꼽힌다. 효성첨단소재는 일본, 독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했다.

또한 조 회장은 지난해 4300만 달러(약 513억 원)를 투자해 중국 저장성 취저우(衢州)시에 NF3(삼불화질소) 공장을 증설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국내외 전체 생산 규모가 약 1만t에 육박해 세계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효성중공업은 세계적 산업용 가스 전문 기업 린데그룹과 함께 2023년 5월까지 효성화학 울산 용연공장 부지에 액화수소 공장을 지어 약 1만3000t의 액화수소를 생산, 공급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6월 용연공장에서 최대 규모 액화수소 플랜트 기공식을 열고 액화수소 사업을 본격화했다. 현대자동차, SK, 포스코와 함께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소기업협의체에도 참여하고 있다.

효성은 친환경 소재를 중심으로 신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조 회장은 취임 당시 친환경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친환경 소재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효성 관계자는 “조 회장은 친환경 실천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고 판단했다”며 “유럽연합 등이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수입품에 탄소세를 부과하면서 소재부터 친환경적인 제품이 경쟁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조 회장의 예상이 현실화됐다”고 설명했다.

‘현장경영’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

조 회장이 취임 당시 내세운 또 다른 경영 원칙은 전문경영체제 구축이다. 효성은 2018년 ㈜효성을 지주사인 ㈜효성과 4개 사업회사로 분할해 2019년 1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완료했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해 조 회장은 2018년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관행에서 탈피해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는 재계에서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를 분리하는 바람이 일었던 2020년보다 2년 앞선 결정으로, 당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조 회장은 다양한 분야의 역량 있는 전문가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고자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원 중 사외이사가 총 위원의 과반수가 되도록 지시했다. 감사위원회 역시 위원의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게 했다. 또 이사회 산하에 투명경영위원회(현 ESG경영위원회)를 신설해 사외이사가 대표위원을 맡게 했으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대표위원 역시 사외이사가 맡게끔 했다.

조 회장은 국내외 주요 사업장을 수시로 방문하는 등 현장경영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 취임 후 첫 행보도 중동지역 사업 현장 방문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두바이, 카타르 등을 방문해 중동 빅3 전력시장을 점검했다. 같은 해 여름에는 인도 스판덱스 공장 투자를 위해 인도 재무장관을 직접 만났고, 이후 중국 취저우시 당서기를 만나 스판덱스 공장 설립과 관련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 밖에도 베트남 총리, 멕시코 대통령, 미국 테네시주 상원의원 등을 직접 만나 사업 확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효성 관계자는 “조 회장은 앞으로도 고객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세계 각국을 다니며 해당 지역에 맞는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등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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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24호 (p14~16)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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