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8

2013.05.20

청정자연서 땀 흘려봐 “장수 절로”

세계 5대 장수촌 중국 광시좡족 자치구 바마현, 100세 이상 85명 노익장 뽐내

  • 허용선 여행 칼럼니스트 yshur77@hanmail.net

    입력2013-05-20 15: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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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정자연서 땀 흘려봐 “장수 절로”

    편양강이 고즈넉하게 흐르는 바마현 장수마을.

    인구 13억 명이 넘는 중국에서 으뜸가는 장수마을은 광시좡(廣西壯)족 자치구 바마(巴馬)현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지역으로, 현재 세계 최고령자인 128세 뤄메이전(羅美珍) 할머니가 이곳에 산다. 1885년 청나라 말기 광서제(光緖帝)가 통치할 때 출생한 그는 지금도 산에 올라 약초를 캐고 나무를 해올 만큼 건강한 체력을 과시한다. 인구 23만 명에 불과한 바마현에는 100세 이상 노인이 85명이나 산다.

    바마현은 그루지야 캅카스, 파키스탄 훈자, 남미 에콰도르 빌카밤바,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더불어 세계 5대 장수마을로 꼽힌다. 국제적으로 한 지역 인구 10만 명당 100세 이상 노인이 7.5명이 넘으면 장수마을로 인정된다. 바마현의 숨겨진 장수비결은 무엇일까.

    규칙적인 생활에 소식 즐겨

    청정자연서 땀 흘려봐 “장수 절로”
    한국에서 가는 길은 정말 멀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베이징서우두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고 난닝(南寧)으로 향했다. 난닝은 16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중국 광시좡족 자치구의 성도다. 난닝에서 버스로 약 6시간 달려 늦은 밤 바마현 시내에 있는 한 호텔에 도착했다. 공항 대기시간까지 포함해 거의 20시간 걸린 여정이다. 지금은 차량으로 편하게 갈 수 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난닝에서 바마현으로 가는 도로가 없어 사람들이 하루 이상 걸어서 갔다고 한다.

    이튿날 아침 주변을 돌아보니 시내는 한창 개발 중이었고 교외는 자연 그대로의 청정지역이었다. 높다란 산으로 둘러싸여 푸른빛을 띠는 편양강변 점점이 장수마을이 자리한다.



    먼저 찾아가 만난 장수 노인은 105세 된 황마간 할머니. 아담한 키에 여전히 고운 모습을 간직한 할머니는 여동생 등과 같이 기념품 상점을 운영한다. 우리 일행을 만난 할머니는 베틀에서 옷감 짜는 모습을 보여줬다. 오랫동안 할머니가 생업으로 해온 작업으로, 지금도 안경을 끼지 않은 채 가는 실로 옷감을 짜는 모습이 경이롭게 느껴졌다. 104세인 여동생은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에 앉아 있었지만, 황마간 할머니는 매우 정정한 모습이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부지런히 살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태도가 장수비결인 것 같았다. 가이드는 두 분 할머니가 몇 년 전 102세로 사망한 남편의 부인들이라고 했다.

    115세인 황부신 할아버지가 사는 곳은 황마간 할머니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였다. 3층으로 된 돌계단을 올라가니 아담한 상점이 나오고, 그곳에서 할아버지가 손님을 반갑게 맞이한다. 방문 당시 외지에서 찾아온 많은 관광객으로 좁은 상점 안은 발 디딜 곳이 없었다. 1898년 태어난 황부신 할아버지는 한자 ‘수(壽)’자가 크게 적힌 표지판 밑에서 사람들과 같이 기념 촬영하고 그들의 머리에 손을 올려 장수를 기원했다. 우리 일행에게는 1940년대 일본과 전쟁할 때 자기도 참전해 열심히 총을 쏘며 싸웠다고 자랑한다. 얼마 전만 해도 직접 산에서 땔감으로 쓸 나무를 해올 만큼 체력이 좋았다고 하며,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며 소식하는 것이 장수비결이라고 소개한다.

    또 다른 장수마을에서는 쓰소화 씨의 소개로 쓰홍화(104) 할아버지를 만났다. 귀가 잘 안 들려 옆사람이 큰 소리로 말해야 알아듣는 모습이었다. “장수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건강에 좋은 향토음식을 잘 먹고 젊어서부터 쉬지 않고 몸을 움직여 일한 게 비결인 것 같다고 대답한다. 바마현의 장수노인들은 대부분 자녀와 함께 살며 주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노인들은 가사를 돕거나 농사일을 직접 한다.

    청정자연서 땀 흘려봐 “장수 절로”

    1 매년 10월 국제 장수건강축제가 바마현에서 성대하게 열린다. 2 베틀에서 옷감을 짜는 105세 황마간 할머니.

    매년 100만 명 넘게 찾아와… 개발 오염 우려

    학자들은 바마현 사람들의 장수비결이 맑고 깨끗한 공기와 물,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때 묻지 않은 자연, 평생 쉬지 않고 일하는 생활습관, 건강에 좋은 향토음식 등이라고 설명한다. 향토음식의 경우 향저(향이 나는 돼지고기), 산다유(동백기름), 광천수, 화마(火麻), 편양강에서 잡은 물고기로 만든 어유 등으로, 이는 대표적인 장수식품들이다. 바마현에는 소수민족인 야오(瑤)족이 많이 사는데, 이들은 오랜 옛날부터 먹을거리가 부족해 하루 세끼 옥수수죽을 먹었다. 다른 식재료도 이 옥수수죽에 함께 넣어 먹었는데, 이런 소식 습관이 건강비결이 됐다.

    청정자연서 땀 흘려봐 “장수 절로”

    향저라고 부르는 향이 나는 돼지고기는 바마현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이자 장수식품이다.

    주민들이 즐겨 먹는 화마도 빼놓을 수 없는 장수비결이다. 사람들은 식사할 때마다 화마유를 곁들인 요리를 먹는다. 화마를 짜서 만든 화마유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다. 보통 냉압착으로 만드는 대마씨 기름도 즐겨 먹는다. 불포화지방산을 93% 이상 함유한 대마씨 기름은 혈관계 질병을 치유하는 데 효과가 좋다. 결론적으로 산소가 풍부한 바마현의 맑은 공기와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토양 등 청정환경, 그리고 균형 잡힌 식습관과 주민의 낙천적인 성격이 세계적인 장수마을을 만든 셈이다.

    중국에는 유난히 장수와 관련한 전설이 많다. 시황제(진시황)가 불로초를 캐러 동자 3000명을 보낸 이야기나 동방삭이 삼천갑자(18만 년)를 살았다는 이야기는 대표적인 고사(故事)다. 이처럼 중국인은 수천 년 전부터 부귀영화와 더불어 장수를 인생 최대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인지 다른 나라에 비해 장수하는 사람도 많다.

    바마현에는 암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가진 사람을 비롯해 저렴한 물가와 깨끗한 자연환경을 원하는 사람 등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가난한 산골마을이던 바마현의 생활환경이 좋아지고 있으며 정부도 곳곳에서 대규모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일본 오키나와나 에콰도르 빌카밤마 장수마을에서 본 것처럼 개발의 손길이 미치고 인스턴트 같은 가공식품이 범람해 장수노인이 점차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건강에 좋은 향토음식을 소식하고,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살아남으려고 부지런히 움직였던 생활태도가 뜻하지 않은 큰 관광수입의 원천이 되면서 나쁜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장수하고 싶은 것은 모든 인간의 소망이다. 중국 정부는 바마현을 세계적인 장수마을로 발전시키려고 2007년부터 매년 10월 `국제 장수건강축제`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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