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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北 4월 도박, 해상에서 요격

美·日 ‘광명성 3호’ 추진체 1단과 2단에 SM -3 발사 준비

  •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北 4월 도박, 해상에서 요격

北 4월 도박, 해상에서 요격
퍼즐 맞추기 또는 난해한 수학 문제 풀기. 광명성 3호 위성을 탑재했다고 하는 북한의 은하 3호(한국에서는 대포동 3호로 부른다)의 정체를 추적하는 일이 그렇다. 미사일과 발사체를 만드는 로켓 기술은 원자력과 더불어 나라마다 비밀로 하기에 장님 코끼리 만지듯 더듬어가며 실체를 추적해야 한다. 이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독일 출신 폰 브라운의 박사 학위 논문이다.

브라운 박사가 이끈 독일의 페네뮌데 연구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세계 최초로 V-2 액체로켓을 개발해 영국을 공격했다. 독일은 이 기술을 지키려고 브라운의 박사 학위 논문을 공개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미국은 브라운 박사를 데려가 로켓 개발을 맡기면서 역시 그의 논문을 비밀로 했다. 이 논문은 30여 년 뒤 공개됐다. 이 때문에 이 논문은 그동안 전혀 인용되지 않았음에도 세계 최초로 액체로켓을 개발했다는 찬사를 받는 희귀한 역사를 만들었다(인용되지 않았다는 것은 최초를 증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군용 미사일 ‘현무’는 국방과학연구소가 맡고, 우주발사체 ‘나로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담당한다. 북한은 은하 3호를 다루는 곳이 어디인지 공개한 적이 없다. 3월 3일 북한 매체는 김정은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관이 전략로케트사령부(북한은 로켓을 로케트로 적으며 이 부대 위장 명칭은 842군 부대다)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는데, 전문가들은 이 사령부가 은하를 비롯한 모든 북한 미사일의 개발과 발사를 담당하는 곳으로 추정한다.

한국군은 육·해·공 3군 체제지만, 중국군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을 담당하는 제2포병을 추가해 4군 체제다. 전문가들은 북한도 육·해·공군 외에 전략로케트사령부가 있는 4군 체제일 것으로 추정한다. 전략로케트사령부는 북한 국방부인 인민무력부나 북한 합참인 총참모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인민무력부·총참모부와 구분된, 국방위원회의 직접 통제를 받는 별도 기구라 추정하는 것이다.

미사일 발사 전략로케트사령부



1970년대 북한은 소련이 개발해 친소국가에 제공한 사거리 300여km의 스커드 B를 모방 생산하다가 개량해 사거리 500km의 ‘노동’을 개발했다. 이때 꼭 필요한 것이 시험발사다. 이 발사는 비밀리에 해야 하니 북한 영해와 영토 근처에서 해야 한다. 따라서 면적이 넓은 동해에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폭 50해리의 군사수역을 선포해놓고 시험발사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 넓은 동해를 실험장으로 활용하려고 만든 것이 바로 함남 화대군 무수단리의 발사장이다. 그곳에서 북한은 노동을 1단, 스커드 B를 2단, 아직 정체가 확인되지 않는 작은 로켓을 3단으로 올린 ‘은하’를 개발했다.

은하는 자기 전파를 일방적으로 쏘는 ‘광명성’이라는 쇳덩어리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러한 위성은 지구 남북극을 돌아가야 하기에 북반구의 나라는 남극을 향해 쏘아야 한다. 무수단리에서 남쪽으로 쏘면, 은하 1단은 일본 본토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북한은 동쪽으로 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본토인 혼슈(本州)와 홋카이도(北海道) 사이엔 공해(公海)인 쓰가루(津輕) 해협이 있다. 북한은 이 해협으로 은하 1, 2호를 쐈는데, 이는 1단을 공해에 떨어뜨리려는 고육지책인 셈이다.

무수단리 발사장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2000년 건설에 들어간 것이 평북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이다. 동창리에서 쏜 발사체는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 사이를 통해 남극 상공으로 날아갈 수 있다. 한국도 같은 이유로 외나로도에 발사장을 지었다. 그런데 북한은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은 듯 12년이 지난 지금에야 은하 3호를 쏘겠다고 선언했다. TV 화면을 분석해보면 은하 2호의 발사대는 1호 발사대보다 난간이 하나 더 있었다. 이는 북한이 덩치를 키우면서 은하를 개발해왔다는 뜻이다. 그러나 은하 2호는 100kg짜리 위성을 쏘려고 하는 한국의 나로호보다 훨씬 작았다(3분의 2 정도). 의미 있는 위성은 1t 이상이어야 하는데, 한국이 장차 개발하려는 나로 2호가 그런 위성을 쏘는 발사체가 된다.

은하 3호는 2호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나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은하 3호의 크기와 관련해 주목할 것은 북한이 발표한 1단과 2단의 낙차 수역이다. 1단은 한국 서남해에 떨어지는데 북한 처지에서 한국은 적이니 1단은 어디에 떨어져도 괜찮을 것이다. 문제는 2단이다. 2단이 남의 나라 영토나 영해에 떨어지면 국제적으로 큰 문제가 되니 북한도 신경을 써야 한다. 북한은 필리핀 동쪽 공해상에 2단이 떨어진다고 발표했다. 2단 추락 위치를 토대로 역산하면 은하 3호는 2호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은하 3호를 발사하는 것은 2호 발사가 실패했다는 점과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벌이는 정치행사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나로호를 공장에서 수평 조립한 후 발사 직전 트레일러에 싣고 가 발사대에 기립(起立)시킨 후 바로 발사에 들어간다. 북한은 발사대에 1단을 놓고 그 위에 2단, 3단을 올리는 수직 조립을 한다. 따라서 주변국은 인공위성을 통해 북한이 은하 발사를 준비한다는 사실과 조립을 완료할 시점이 언제쯤인지 알 수 있다. 아직 북한은 동창리 발사장에서 조립에 들어가지는 않았는데, 2단이나 3단을 조립하면 한·미·일 이지스함이 서해로 들어와 궤도를 추적하고 필요시 요격 준비에 들어간다.

수억 달러 허공에 뿌리는 셈

로켓은 액체 수소를 연료로 쓰는 것과 액체 산소를 쓰는 것, 상온 저장성 추진제를 쓰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가장 발전한 방식은 액체 수소를 쓰는 것이고, 가장 오래된 것은 상온 저장상 추진제를 쓰는 형태다. 액체 수소 로켓은 미국, 일본, 프랑스, 러시아가 개발했다. 나로호는 액체 산소를 쓰고, 가장 후진 상온 저장성 추진제는 중국과 북한 로켓이 사용한다. 기술적으로 보면 나로호는 은하보다 앞서 있고 덩치도 크지만, 두 발사체는 두 번씩 실패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은하와 나로호가 ‘삼세판’에 도전하는 해다. 은하는 4월, 나로호는 10월에 발사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사일 관련 기술을 거래하지 않는다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가입국이기에 나로호 발사에 관해 국제적 의심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은 MTCR 회원국이 아닌 데다, 이란 등을 상대로 장거리 미사일을 수출해왔기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부터 제제 결의를 받은 바 있다. 따라서 은하 3호 발사에 대해서는 국제 규제가 가해진다. 한국은 미사일방어체제(MD)에 부정적이었던 김대중 정부 시절 이지스함 도입을 결정했다. 하지만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SM-3를 이지스함에 싣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은 싣고 있다.

은하 3호에서 떨어지는 1단과 2단은 목표점으로 떨어지는 탄도미사일 같은 존재가 된다. 은하 3호의 1단과 2단이 엉뚱한 곳에 떨어지면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은 SM-3를 발사할 수 있는데, 이는 실전적 상황에서 SM-3를 발사한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다. 요격에 성공하면 미국과 일본이 구축한 해상 MD가 단단하다는 사실이 증명되니,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도 불편해진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중국과 러시아 정상은 북한에 은하 3호를 쏘지 말라고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4강과 한국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투쟁에 들어간 것이다. 강성국가 진입과 태양절 경축을 위해 수억 달러를 허공에 뿌리는 셈이다. 은하 3호를 앞세운 김정은의 4월 도박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주간동아 831호 (p22~23)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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