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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정세균 리더십’ 검증의 계절

민주당권 장악 자신감 있는 행보 … 여 단독소집 ‘6월 국회’가 시험대

‘정세균 리더십’ 검증의 계절

‘정세균 리더십’  검증의 계절
국회 안팎에서는 요즘 민주당이 야성(野性)을 되찾았다는 말이 나돈다. 6월 임시국회 개회 선결조건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등 5개 항을 요구하면서 한나라당과 협상에 임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눈빛에서 과거와는 사뭇 다른 결기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요구를 계속 무시하고 단독 국회를 강행하면 의원직 배지까지 던지겠다는 각오를 내비치는 의원도 한둘이 아니다.

민주당의 이런 충만한 투쟁의지의 중심에 정세균 당 대표가 있다. 우윤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정 대표가 참으로 강경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최근 일부 의원들이 “국회는 열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뜻을 드러내자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 한다”며 단호한 일면을 보였다고 한다. 지난해 ‘대안 야당론’을 내세우며 정부 여당에 대해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던 그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주변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조문 정국’을 거치면서 얻은 자신감을 그의 변화 요인으로 보고 있다.

당 대표로서 그의 위치는 이제 확고해 보인다. 4·29 재·보궐선거(이하 재보선)를 전후해 “조기 전당대회를 해야 한다”며 그를 흔들어대던 당내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5월 사실상 당 노선의 ‘우경화’를 꾀하는 ‘뉴 민주당 플랜’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당이 좀더 진보 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저하듯 말하던 그는 이제 떳떳하게 ‘좌향좌’를 외친다.

‘盧 분향소 올인’ 정치적 승리

‘정세균 리더십’  검증의 계절

민주당 정세균 대표(맨 왼쪽)는 5월26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공식 분향소가 설치된 서울역 광장에서 민주당 관계자들과 조문객을 맞았다.

강기정 비서실장은 “(정 대표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확실히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대표 체제에서 대변인을 지낸 최재성 의원은 “요즘 정 대표의 워딩(wording)이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만큼 정 대표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자신감을 붙였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는 6월23일 “우리 스스로 행동하는 양심을 자처하고 싸워야 한다”고 말했고, 24일에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한나라당 단독 국회를 저지하겠다”고도 했다. 결의가 뚝뚝 묻어난다.

그가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치른 뒤 2년 임기의 당 대표직을 무사히 마치리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일단 당내에는 없다. 그의 확고한 입지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경남 진영 봉하마을에서 두드러졌다. 5월23일 그를 비롯한 지도부가 봉하마을에 막 도착했을 때만 해도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서 격한 비난을 받았다. ‘무슨 낯으로 왔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 대표가 아랑곳하지 않고 빈소를 묵묵히 지키자 비난은 수그러들었다. 정 대표의 한 측근은 “봉하마을에서 민주당 인사 가운데 누가 정 대표만큼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느냐”고 되물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빈소를 찾았다가 들었던 분노 섞인 지청구를 생각하면 민주당의 현재 적자(適者)가 누구인지 명확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 기간 내내 서울 분향소에서 상주 노릇을 하며 묵언(默言) 수행에 가까울 만큼 침묵했다. 그가 한 말이라곤 “책임질 사람이, 세력이 있다”는 등 몇 마디 안 된다. 그러나 서거 정국 이후 민주당의 지지율은 2005년 이후 4년 만에 한나라당을 앞섰다.

주변에서는 정 대표가 4·29 재보선에서 경기 부평을 선거에 올인해 끝내 승리를 거머쥔 것처럼 ‘분향소 올인’을 통해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많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부채의식도 다른 정치인보다 훨씬 덜하다. 2007년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탈당 러시가 이어지며 해체 수순을 밟을 때도 “특정 세력을 배제하지 않는 대통합만이 살길”이라며 친노 세력을 옹호했다.

지난해 민주당 대표가 될 때는 ‘친노와 386세력을 등에 업고 당선됐다’는 비난을 들을 정도로 얼마 남지 않은 친노 및 386들을 챙겼다. 한 민주당 재선의원은 “시류에 흔들리지 않던 그의 행보가 이제야 인정받고 있다”면서 “그가 시험대에 섰다고들 하는데 이미 넘겼다고 본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6월 임시국회 정국의 가파른 여야 대치 상황이 그에게는 난관임이 틀림없다. 한나라당이 6월 국회의 최대 쟁점인 미디어관계법 처리를 강행하려고 할 때 마땅히 저지할 방책도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국회 본회의장을 12일간 점거한 농성 방식이나, 6월9~10일 기습적인 밤샘 농성으로 서울광장을 열어낸 장외투쟁 방식을 또 사용하기도 껄끄럽다. 국회를 겉돌게 만드는 책임이 민주당에도 있다는 여론이 점점 늘어나는 것도 신경쓰인다. 만일 민주당이 개회 선결조건으로 제시한 5개 항과 미디어관계법 처리에서 충분한 결실을 얻지 못한다면 정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2% 미만의 지지율 이미지 제고 고민

그가 기득권에 신경 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당 안팎의 지적도 정 대표에겐 또 하나의 부담이다. 일부 여론기관의 조사에서 서거 정국을 타고 급등했던 민주당의 지지율은 6월 말로 접어들면서 다시 한나라당에 역전당했다. 따라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 대표에게 “자기를 버리면서 (큰 틀로) 연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 것처럼 대통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정 전 장관 등 몇몇 호남지역 무소속 의원의 복당, 당 밖의 친노 인사 및 개혁진영의 인물 영입 등을 비롯해, 당을 환골탈태시킬 정도의 대통합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그런데 정 대표에게선 이런 대통합을 위한 고민이 엿보이지 않는다. 한 의원은 “마땅히 잃을 게 없다, 다 버린다는 태도로 반MB(이명박 대통령) 연대를 구성하는 노력을 보여야 할 텐데, 아직도 잃을 게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다 내놓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당내 입지는 어느 정도 굳건해졌지만, 대중은 여전히 ‘민주당’ 하면 ‘정세균’을 떠올리지 않는다는 점도 정 대표의 고민이다. 2012년 대선을 머릿속에 담고 있긴 하지만, 정 대표의 지지율은 2%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1%에도 못 미치던 몇 달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갈 길이 멀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정 대표는 과거 열린우리당이 어지러울 때 수습을 해낸 경험이 되레 발목을 잡는 것 같다. 지금도 ‘관리형 대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풀이했다. 오랫동안 정 대표를 보좌해온 강귀섭 보좌관은 “정 대표는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정치인으로서의 고민과 지금이 위기라는 인식을 분명히 갖고 있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욕심은 없다고 단언한다. 참모들이 보기에는 ‘권력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욕심을 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물으면 정 대표는 “당이 이런 상황인데 대권주자가 다 뭐냐.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조용히 사라진들 아쉬울 게 있겠느냐”고 대답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실패할 대권주자라면 할 필요도 없다. 대권주자는 두 번 할 필요도 없다. 대권주자가 됐으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6월 국회는 정 대표에게 잘 치러야 할 시험이거나, 이겨내야 할 시련임이 틀림없다.



주간동아 2009.07.07 693호 (p44~45)

  • 민동용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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