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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의 It-Week | 서른네 번째 쇼핑

‘헬로 키티’의 미래

‘헬로 키티’의 미래

‘헬로 키티’의 미래

‘일본현대미술전’의 참여작가 신치카의 작품으로 현대인의 소비를 편집증적으로 보여주는 영상입니다. ‘일본현대미술전’은 서울 ‘대안공간 루프’와 ‘두산갤러리’에서 6월25일까지 열립니다.

제가 어렸을 때 일본산, 즉 ‘일제’ 문구는 모든 어린이들의 ‘로망’이었죠. 분홍색 고양이 ‘헬로 키티’가 그려진 도시락통은 말 그대로 그 시절의 럭셔리였고요. 그 분홍은 핥으면 정말 단맛이 쪽쪽 날 것 같았어요. 어린 눈에도 그것이 달라 보였던 이유는 제대로 된 최초의 캐릭터 상품이자 ‘일러스트레이션’이었기 때문일 거예요. 지금도 일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가 캐릭터를 그려 넣은 루이비통 백을 보면서 침을 흘리고 있긴 합니다만.

최근 한국의 젊은 작가들도 개성 있는 그림을 가방이나 문구류에 그려서 판매하고 있어요. 그러나 루이비통 같은 세계적 패션기업들이 한국 아닌 일본의 작가에게 손을 내미는 것, ‘쪽 찢어진 눈’의 불량소년 캐릭터로 스타가 된 요시토모 나라의 그림 하나가 서구의 옥션에서 9억~10억원을 호가한다는 건 일본의 현대미술이 ‘장난 아니’라고 서양 사람들이 인정했기 때문일 겁니다. 일본 만화에 큰 영향을 미친 우키요에(근대 목판화)를 이미 반 고흐 같은 서구 인상파 작가들이 카피한 과거가 있으니까요.

일본 소설의 저력도 대단해요. 저작권 확보 경쟁이 과열 양상을 빚고, 엔고까지 겹치는 바람에 열기는 주춤해졌어도 5월13일 시작한 ‘2009 서울국제도서전’의 주빈국이 일본인 것만 봐도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습니다.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 역시 대거 방한한 일본 소설가들과의 만남이더군요. ‘악인’의 요시다 슈이치, ‘냉정과 열정 사이’의 에쿠니 가오리,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쓴 영화감독 겸 뮤지션인 쓰지 히토나리 등이 팬들을 설레게 합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 대해 국내 출판인들이 여러 문제를 제기했지만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낙원’까지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꼭 가봐야 할 이유가 생긴 셈이죠. 그러니 이번 주말에는 서울국제도서전에 갔다가, ‘일본현대미술전’을 투어하는 ‘잇윅’ 스케줄을 추천합니다.

‘일본현대미술전’이 궁금한 이유는 40, 50대에 이른 무라카미 다카시나 요시토모 나라 같은 슈퍼스타들 이후 일본의 젊은 세대는 무슨 생각으로 미술을 하는지 알고 싶어서예요. 이들은 어린 시절 버블경제의 단맛에 입맛만 버리고, ‘오사카-고베 대지진’과 ‘옴진리교’의 사린가스 사건에서 시작된 사회적·경제적 파탄을 직접 겪고 있는 세대입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일본 측 큐레이터 스미토모 후미히코 씨(요코하마 국제영상제 디렉터)의 말에 따르면 요즘 일본 젊은 작가들은 모조리 정신적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인 것 같더군요.



“이전 세대 작가들이 유럽과 미국의 현대미술을 동경한 것과 달리 일본의 30대 작가들은 서구 콤플렉스를 거의 갖고 있지 않다. 서양으로 유학도 가지 않는다. 공공기관이나 정부 지원도 바라지 않을 뿐 아니라 사회와 어떤 상호작용도 원하지 않는다. 자신의 일상이나 어린 시절부터의 취미 같은 것을 오타쿠적으로 탐구하며 놀듯이 작품을 하는데 이게 재미있다.”

한 예로 전시에 참여한 이즈미 다로라는 작가는 종이로 리모컨을 만들어 길을 걸어다니며 사람들을 조종(한다고 혼자 생각)하는 퍼포먼스를 비디오로 보여준답니다. 사회에 이런 식으로 ‘반응’한다는 거죠. 거의 모든 작가가 이렇게 막무가내식 순수성을 보여줍니다. 그러면 작품도 촌스럽고, 어색하고, 삐걱거려야 할 것 같죠? 정말 놀라운 건 이런 사회적 부적응, 히키코모리적 자폐성에도 작품은 선배 세대 못지않게, 그 이상으로 세련됐다는 거예요. 팬시상품을 소비하는 새로운 세대의 구미에 딱 맞아요. 한눈에 보편적 욕망을 이끌어내는 것, 이런 점이 ‘일제’의 특징인가 봅니다.



주간동아 2009.05.26 687호 (p77~77)

  • 김민경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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