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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실수요자라면 위탁경매 문 두드려볼 만

낙찰가율·입찰경쟁률 동반 급락으로 호기… 잘 고르면 감정가보다 20~30% 싸게 구입

주택 실수요자라면 위탁경매 문 두드려볼 만

주택 실수요자라면 위탁경매 문 두드려볼 만
11월18일 오전 10시 회사원 김모(32) 씨는 월차를 내 서울 마포의 서부지방법원을 찾았다. 408호 입찰법정에서 부동산 경매가 열리는 날. 김씨는 감정가 3억2000만원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빌라에 도전할 참이다. 경매컨설팅업체인 태인컨설팅 김광수 대표가 경매에 처음 나서는 그와 동행해 이런저런 안내를 해주었다. 김씨는 태인컨설팅에 의뢰해 적당한 집을 골랐고, 또 적정 입찰가를 조언받았다.

“경매로 내 집 마련을 해보려고요. 지금은 전셋집에 살고 있는데, 요새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과 입찰경쟁률이 많이 낮아졌다고 해서요. 한남동이면 저와 아내의 직장이 모두 가깝고, 방 두 개짜리라 둘이 살기에도 딱 좋네요.”

그러나 결과는 아쉽게도 ‘낙방’. 한남동 빌라는 3억1500만원을 써낸 입찰자의 품에 안겼다. 못내 아쉬워하는 김씨는 “12월 경매에서는 역삼동 빌라에 도전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태인컨설팅에 30만원을 지불하고 서울과 수도권의 10여 개 부동산을 소개받았다.

국내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뚜렷해진 3월부터 부동산 투자 열기가 식기 시작하더니,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에는 완전히 식어버렸다. 경매시장도 마찬가지여서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들마저 두세 번 유찰되기 일쑤다.

그 빈자리를 실수요자들이 메우고 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나 좀더 큰 평형으로 옮기고자 하는 실수요자가 경매법정을 찾아오고 있는 것. 경매컨설팅업체인 원옥션 하완수 부장은 “9월 이후 투자보다는 거주 목적으로 경매를 해보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통계만 봐도 부동산 경매시장의 한파는 명확하다(표 참조). 서울 지역 아파트의 경우 2006년 10월 낙찰가율이 95.84%에 달했지만 2008년 10월에는 76.97%에 그쳤다. 입찰경쟁률도 7.37에서 3.8로 뚝 떨어졌다. 김광수 대표는 “향후 2~3년간 부동산 가격이 계속 하락할 추세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며 “금전적 여유가 있는 실수요자라면 지금이 경매를 통해 내 집을 마련할 적기”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썰렁해진 경매시장에서도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끄는 부동산은 여전히 인기가 높다. 성남지방법원에서 감정가 5억7000만원의 분당 아파트(102㎡)가 두 번의 유찰 끝에 11월17일 4억2700만원에 낙찰됐는데(낙찰가율 74.9%), 입찰자가 18명에 달했다.

컨설팅 수수료 내고 안전하고 싸게 내 집 마련

그러나 경매 관련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개인이 선뜻 경매에 나서기란 쉽지 않은 일. 이 때문에 많은 경매 초보자들이 경매컨설팅업체에 경매를 위탁하고 있다. 공인중개사무소로 등록된 경매컨설팅업체는 물건 추천, 권리분석, 경매입찰 대리, 대출 알선, 명도(明渡·낙찰된 부동산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집을 비우라고 하는 것) 대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지지에셋 문동진 팀장은 “그동안 투자 목적의 위탁 의뢰가 많았는데, 9월 이후에는 이사 갈 집을 경매 물건 중에서 찾아달라는 의뢰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분당 주민 최준경(가명·49) 씨도 11월 초 지지에셋을 통해 분당 구미동의 131㎡ 아파트를 감정가(8억5000만원)의 절반 정도인 4억6100만원에 낙찰받았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전세금에 1억여 원의 대출금을 보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것. 최씨가 지지에셋에 지불한 것은 낙찰가의 1% 남짓한 수수료다.

2006~2008년 10월 서울지역 용도별 경매 통계
용도 구분 총 물건 낙찰 건수 유찰 건수 낙찰률 낙찰가율 입찰자 수(명) 입찰경쟁률
2006년 10월 아파트 679 306 288 45.07 95.84 2,254 7.37
연립 897 436 338 48.61 98.47 2,671 6.13
주택 201 70 88 34.83 87.78 383 5.47
2007년 10월 아파트 544 197 255 36.21 87.59 1,059 5.38
연립 432 211 106 48.84 101.69 1,652 7.83
주택 126 43 36 34.13 96.42 164 3.81
2008년 10월 아파트 516 102 327 19.77 76.97 388 3.8
연립 243 57 143 23.46 93.11 202 3.54
주택 91 16 46 17.58 90.57 42 2.63


경매 초보자들이 수백만원의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경매컨설팅업체를 찾는 이유는 혹시나 모를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권리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경매에 응했다가 입찰보증금을 떼이는 낭패가 왕왕 생긴다.

주택 실수요자라면 위탁경매 문 두드려볼 만
11월6일 감정가 6억2000만원의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138㎡)가 두 번 유찰된 끝에 최저가 3억9680만원에 나왔다. 그런데 이 아파트에는 낙찰가 이외에도 부담해야 할 채권이 4억원이나 더 있었고, 이 사실을 모른 채 누군가 4억여 원에 낙찰받는 일이 생겼다. 사실상 8억원에 아파트를 매입한 셈. 만일 그가 낙찰을 포기했다면 4000여 만원의 입찰보증금(최저가의 10%)을 날린 것이고, 아파트를 인수하기로 했다면 감정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매입하는 셈이 된다. 하완수 부장은 “실제로 유찰 횟수만 보고 낙찰받았다가 낙찰자가 포기해 경매가 재진행되는 비율이 3%에 이른다”고 전했다.

업체에 완전 의존하거나 지나친 대출은 금물

그러나 경매를 전문업체에 위탁했다고 만사형통인 것은 아니다. 조언은 조언일 뿐 결정은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동진 팀장은 “경매컨설팅업체는 여러 조건을 따져 최적으로 산출된 낙찰가격을 조언해줄 뿐”이라며 “입찰서에 써넣을 최종 금액을 결정하는 것은 당사자이므로 스스로도 부지런히 물건 분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택 실수요자라면 위탁경매 문 두드려볼 만

11월18일 경매 초보자 김씨(오른쪽)가 경매컨설턴트 김광수씨와 함께 입찰에 응하기 위해 서울 서부지방법원을 찾았다.

경매컨설팅업체들은 낙찰가의 1~1.5%를 수수료로 받기 때문에(상자기사 참조) 고액을 써내서라도 낙찰을 유도하는 경우가 잦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지난 10월 손모(33·여) 씨는 위탁경매를 통해 평창동 아파트를 감정가보다 1500만원 높은 2억5000만원에 낙찰받았다. 손씨는 “위탁을 맡긴 업체가 얼마 전까지 2억9000만원에 거래된 아파트라며 경쟁자가 많이 붙을 수 있으니 무조건 감정가보다 높게 써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입찰에 참여한 것은 손씨뿐이었고, 그 결과 손씨는 요즘 추세라면 감정가보다 20~30% 싸게 매입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경매 전문가들은 내년에 실수요자들에게 적합한 부동산들이 경매시장에 더 많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올 하반기 금리 인상과 원금 상환 압박을 받은 부동산 가운데 상당수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급매로도 팔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은 경매를 통한 내 집 마련의 호기가 될 수 있다.

“지금은 투자할 때가 아닙니다. 대출도 절대 과하게 받아선 안 됩니다. 다만 자기 능력 범위 안에서 내 집 마련을 하겠다면 경매에 관심을 가져볼 만합니다. 업체에 위탁했더라도 본인 스스로 시세나 주변 여건을 알아보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 10년간 경매컨설팅을 해온 김광수 대표의 조언이다.

위탁경매 관련 명심해야 할 점들



▶▶▶ 위탁경매에도 법정수수료가 있다

공인중개사무소와 마찬가지로 경매컨설팅업체에도 법정수수료가 정해져 있다. 공인중개사의 매수신청 대리인 등록 등에 관한 예규(행정예규 제641호)에 의해 상담 및 권리분석 수수료는 50만원 이하이며, 원거리 출장비 등 실비는 30만원 내에서 영수증 등을 첨부해 청구해야 한다. 매수신청 대리 수수료는 감정가의 1% 이하, 또는 최저 매각 가격의 1.5% 이하로 정해져 있다.

▶▶▶ 권리분석 손해배상 계약서를 작성할 것

권리분석을 업체에 의뢰하기 전에, 잘못된 권리분석으로 손해가 발생할 경우 배상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해야 혹시 모를 피해에 대처할 수 있다.

▶▶▶ 비용은 법인 통장으로 송금할 것

경매컨설팅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귀책사유를 만들어놓기 위해서라도 계약금, 중도금,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은 업체 직원 개인의 계좌가 아닌, 법인이나 법인 대표가 예금주로 돼 있는 통장으로 송금한다.

▶▶▶ 이런 업체는 피할 것

낙찰 전 수백만원의 수수료를 먼저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업체, 경매 경험이 의심스러운 업체, 감정가가 지금 시세라고 말하는 업체가 대표적이다. 지금은 부동산 하락기이기 때문에 경매에 나오기 6~7개월 전 산출된 감정가는 지금 시세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




주간동아 2008.12.02 663호 (p22~24)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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