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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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신흥부자들 “내 애마는 소형 항공기”

  • viyon2@donga.com

    입력2007-11-07 1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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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 신흥부자들 “내 애마는 소형 항공기”

    이바노프 저수지에 착륙한 수륙 양용 소형 항공기.

    모스크바 남쪽 지역을 다니다 보면 4~5인승 소형 항공기가 브누코보 공항에 내리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모스크바 외곽 다차(별장) 지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자동차 행렬이 끊이지 않는 월요일 오전이나 평소 교통 혼잡이 극심할 때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런 소형 항공기가 더욱 눈에 들어온다.

    2년 전만 해도 소형 항공기 보유자는 대부분 가스프롬, 로스네프티 같은 대형 에너지 회사로, 회사 간부들이 공사 현장이나 긴급 출장을 가야 할 때 주로 사용했다. 그만큼 사용 빈도도 높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모스크바 외곽 비행장 주변에 소형 항공기의 출몰이 잦아졌다. 소형 항공기 소유자가 신흥 부유층으로 확대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외곽지역을 자동차로 달려 신흥 부유층의 항공기 소유 붐을 직접 확인해봤다.

    교통수단은 물론 레저용으로 구매 열풍

    모스크바에서 북서쪽으로 115km 떨어진 트베리주(州) 이바노프 저수지. 볼가강 상류와 가까운 이곳은 18년간 소련을 지배한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전 공산당 서기장이 오리 사냥을 즐겼던 곳이다.



    소련이 붕괴된 지 16년이 지난 지금 이 저수지에서 오리 떼를 구경하기는 힘들다. 저수지 둑 옆으로는 렉서스 람보르기니 포르셰 같은 고급 승용차가 줄지어 서 있고, 저수지 안에는 흰 요트들이 물살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었다. 지역 주민 세르게이 레트빈 씨는 “브레즈네프 사냥터가 러시아 부유층의 레저단지가 된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저수지에 도착한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수륙 양용 항공기 한 대가 저수지 상공을 유유히 날아다니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이 항공기는 중소항공기 제조업체가 몰려 있는 러시아 제3의 도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날아왔다고 한다. 항공기가 물 위에 착륙한 뒤 강변 다차인 ‘다프나’ 앞으로 이동하자 고급 승용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선착장으로 다가갔다.

    항공기 제조업체 ‘차이카’의 판매부장 알렉산드르 미하일로프 씨는 “대당 50만 달러(약 4억5500만원)인 수륙 양용 항공기를 올해 8대 팔았다”면서 “오늘 저녁에도 중요한 고객들을 만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다차 앞에 세워진 항공기 주변에는 가격을 물으면서 “시승을 해보겠다”고 요청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모스크바에서 자영업을 한다는 한 시승자는 “소형 전세기를 타고 시베리아 중부지역으로 낚시를 간 적이 있는데, 자동차로 공항까지 가는 길이 너무 막혔다”면서 소형 항공기 내부를 살펴봤다.

    미하일로프 씨는 “모스크바 외곽에 소형 항공기 격납고를 짓거나 조종사를 소개해주겠다는 제안을 하면 시승 현장에서 구매 의사를 밝히는 사람들이 많다”고도 했다. 이날 시승자 중에서도 “가격이 예상보다 저렴하고 레저용으로 적격인 것 같다”고 말하는 잠재 고객이 많았다.

    항공기 마케팅 책임자들은 러시아 신흥부자들의 취향이 소형 항공기 구매로 쏠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짧은 기간에 돈을 모아 모스크바 근교에 다차를 짓고, 시내에서 최고급 자동차를 몰고 다녀도 이젠 부자라는 말을 듣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모스크바 주변 도시 노브고로드에서 전세 항공기 회사를 운영하는 스바토슬라프 코롤레프 씨는 “신흥부자들은 대중이 자신과 똑같은 고급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물건과 서비스를 찾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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