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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필화 교수의 ‘CEO 경영학’

완벽주의는 기업가 정신 시들게 한다

완벽주의는 기업가 정신 시들게 한다

완벽주의는 기업가 정신 시들게 한다

완벽한 관리와 통제를 추구하는 조직은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는다.

군사문화와 대재벌의 성공 사례에 익숙한 우리는 완벽하게 조직된 기업을 우러러보는 경향이 있다. 꼼꼼하게 회의를 준비하고, 시간을 정확히 지키며, 모든 것이 한 치 오차 없이 잘 굴러가는 조직을 누구보다도 찬양한 사람은 막스 베버다. 국가 행정조직에서 그 전형을 볼 수 있는 이러한 관료주의를 사회과학 분야의 대가인 베버가 극찬한 사실은 오늘날 우리의 사고(思考)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베버가 살았던 시대나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는 단계에서는 질서를 중시하는 이런 조직이 적합할 수 있다. 기업에서는 그런 조직이 대체로 집권화 형태를 띠는데, 집권화는 회사의 공통된 비전을 달성하고 시너지 효과를 실현하며 공동의 자원을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산업화 시대에서는 이 같은 장점이 매우 중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완벽한 관리와 통제를 추구하는 조직은 관료주의, 융통성 결여, 높은 비용 등의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며, 무엇보다도 기업가 정신을 질식시키는 단점이 있다. 대다수 회사는 지나치게 조직화·집권화돼 있다. 본사가 하부조직보다 모든 것에 대해 더 잘 알고 똑똑하다는 생각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다. 이는 정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보다 한 수 위라고 자부한다. 유럽에서는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본부가 각 회원국보다 현명한 듯 행동한다.

그런데 경제계에서 이러한 중앙집권적 조직원리를 과감히 탈피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요즘 전 세계를 풍미하고 있는 사모펀드 투자자들이다. 그들은 인수한 회사의 새 경영진에게 놀라울 정도로 많은 권한을 준다. 또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독일의 중소기업들, 이른바 ‘숨은 세계 챔피언들(Hidden Champions)’도 철저한 분권화를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담배제조기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하우니(Hauni)를 비롯한 여러 세계적 계열사를 거느린 쾨르버그룹(Korber Group)은 각 자회사로 하여금 독립경영을 하게 한다. 이 밖에도 용접기술을 선도하는 IBG나 콤프레서 및 추진장치기술 분야의 초일류회사 회르비거(Horbiger) 같은 회사들도 10여 개의 독립적인 사업부로 이뤄져 있다. 각 사업부가 육중한 유조선보다는 쾌속정처럼 작고 재빠르게 움직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조직구조의 강점은 경영진이 기업가로서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대기업병(病) 또는 대기업의 경직화 등의 문제를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분권화하려는 노력도 기울인다. 그럼에도 그것이 잘 안 되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 통제력을 잃지 않을까 하는 경영진의 의구심

- 세세한 데까지 규제해야 일이 제대로 된다는 생각

- 직원들에 대한 신뢰 부족

- 자유재량과 물질적 자극 요인을 함께 주어야 하는데, 그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불평등을 포용할 수 있는 기업문화의 결여

이러한 이유로 기업가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그런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회사를 떠나거나 회사 안에 깊숙이 숨어버리게 마련이다.

분권화의 성공 요인은 바로 ‘책임’이다. 분권화의 핵심은 “회사가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대신 성과를 검토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회사가 ‘적절한 조치’를 ‘철저히’ 취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일 회사가 성과가 좋지 않은 사람을 제재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매우 크다. 반면 회사가 지나치게 집권화돼 있으면, 그것은 성과가 낮은 사람에게 “이것은 내 책임이 아니다”라는 핑계거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 말이 어느 정도 일리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경영자들이 현재의 부서가 자신의 것이라면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끌고 나가겠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보험회사 지점장은 현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고도 똑같은 실적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실제 그는 그 지점을 인수해 지금은 절반의 인원으로 갑절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런 사례는 회사가 지나치게 조직화돼 있다는 증거다.

기업이 관리와 통제를 줄여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피터 드러커가 이야기하는 ‘지식노동자’ 시대의 도래다. 산업근로자가 아닌 지식노동자들의 재능을 활용하려면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경영자는 그들을 거대한 기계의 부품이 아닌 두뇌노동자로 대접해줘야 한다. 즉 통제에 의한 관리보다 신뢰, 기업문화에 의한 관리가 요구된다.

지금까지 나는 지식노동자가 경제의 주역이 되고 있는 현대 기업사회에서 분권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런 시대에는 회사가 1%의 문제를 없애기 위해 100%의 규정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약간의 실수는 너그럽게 보아주는 게 모든 것을 완벽히 규제하려는 것보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헤르만 지몬 교수는 새로운 규정을 만들 때마다 이미 시효가 다한 옛날 규정을 없애자는 재미있는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회사는 이런저런 이유로 새로운 부서의 창설 등 더 많은 조직화를 요구하는 직원들에게 쉽게 양보하면 안 된다. 이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모든 조직의 우두머리들은 조직화 정도를 높이기보다 낮추는 데 힘써야 한다.

- 성균관대 SKK GSB 부학장



주간동아 604호 (p156~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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