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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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는 오늘도 파도를 탄다

  • 최미선 여행플래너 / 신석교 프리랜서 여행 사진작가

    입력2006-02-20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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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자는 오늘도 파도를 탄다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운 간월암 석양.

    암자는 오늘도 파도를 탄다

    간월도 어리굴젓 기념탑.

    ‘서산 갯마을’의 대명사이자 어리굴젓으로 유명한 간월도(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 원래 천수만 한가운데에 떠 있던 바위섬으로 굴 양식배가 드나들었으나 1980년대 천수만 간척사업으로 뭍이 된 곳이다.

    간월도에 들어서면 어리굴젓 기념탑이 먼저 눈길을 끈다. 그만큼 굴이 유명하다는 얘기. 그 명성을 말해주듯 간월도에는 횟집을 비롯해 어리굴젓을 파는 가게들이 빼곡하다.

    이곳의 유명세는 작은 돌섬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간월암이 한몫 더해준다. 간월암은 물이 빠지면 넓은 갯벌이 드러나 뭍이 되지만, 물이 들면 섬이 되는 암자다. 조각배처럼 떠 있는 모습이 엽서의 한 장면 같다. 겨울에도 찾는 이가 많아 외롭지 않아 보인다.

    어리굴젓탑 뒤, 소나무로 둘러싸인 간월도 주차장 언덕을 내려가면 간월암으로 이어지는 10m가량의 바닷길이 나온다. 썰물 때(요즘은 보통 낮 12시~오후 6시경)는 갯냄새를 맡으며 걸어 들어갈 수 있지만 밀물 때는 줄을 당겨 움직이는 쪽배를 타야 한다.

    간월암 계단 어귀에는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으려는 듯 암자를 오가는 사람들이 쌓아놓은 작은 돌탑들이 즐비하다. 암자로 들어가는 문도 독특하다. 단청 기와에 철문을 달아놓은 모습이 절이 아니라 동네 주민 집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암자는 오늘도 파도를 탄다

    싱싱한 활어회와 조개구이를 파는 간월도 횟집과 선상 포장마차.

    조선 초 무학대사가 창건한 이곳은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간월암이란 이름이 붙게 됐다. 10평 남짓한 절 마당 작은 공간에 대웅전을 비롯해 산신각, 용왕각, 기념품 판매점까지 골고루 들어서 있다.

    절 마당 낮은 기와 담 밖으로 넘실대는 시원한 바다 풍광은 산속 암자와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거친 바닷바람에 빛바랜 단청도 멋스럽고 바다를 배경으로 저마다 소원을 담아 밝혀놓은 촛불도 이색적이다.

    마당 한쪽 사철나무 아래에 놓인 돌의자에 앉아,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면 잡념은 어느새 사라진다. 간월암에서 오른쪽으로 건너다보면 운치 있는 안면도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정면에는 천수만의 또 다른 섬 죽도의 모습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이곳의 최고 볼거리는 안면도 쪽으로 넘어가는 해넘이다. 겨울철에는 간월암에 물이 들기 전 해넘이가 일어나, 해와 사람이 함께 담긴 그림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일몰에 이어 하늘을 훤히 밝히는 간월도 달의 풍광도 그만이다.

    암자는 오늘도 파도를 탄다

    바다를 마주하고 선 간월암 해수관음각.

    대부분 간월암만 보고 휑하니 빠져나가기 일쑤지만 간월도 끝자락에 있는 작은 포구도 들러볼 만하다. 이곳에서 갓 잡아올린 새조개, 멍게, 해삼 등 싱싱한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 어선을 개조해 바다에 띄워놓은 선상 포장마차도 운치 있다.

    간월도에서는 매년 정월 보름 만조 때 굴 풍년을 기원하는 굴 부르기 군왕제가 펼쳐진다. 하얀 옷을 입은 여인네들이 마을 어귀에서 춤을 추며 출발, 어리굴젓탑 앞에 도착해 제를 올리는데 이때는 갓 채취한 굴을 관광객도 얼마든지 시식할 수 있다.

    물때에 대한 문의는 서산시 문화관광과(041-660-2224), 간월암(041-664-6624)에 하면 된다.

    ☞ 간월도 가는길

    서해안고속도로-홍성IC를 빠져나와 좌회전-안면도 방향-갈산터널-A방조제 끝나는 지점에서 좌회전-간월도

    맛집·갈 곳

    암자는 오늘도 파도를 탄다

    복원공사가 진행 중인 해미읍성 내 민속마을.

    주변에 가볼 만한 곳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에 위치한 해미읍성은 우리나라 읍성의 형태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곳이자 대원군 섭정 당시 1000여명의 천주교인이 순교한 천주교 박해의 현장이다. 읍내 한복판에 자리해 5m 높이의 성벽을 사이에 두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해미읍성의 둘레는 약 1.5km. 성 안팎으로 잔디밭이 조성돼 있어 주민들의 휴식처로 인기가 높다.

    안으로 들어서면 넓은 마당 곳곳에 단청이 예쁜 관아 건물과 아담한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하지만 천주교인들을 매달아 죽였던 덩치 큰 호야나무를 비롯해 매질을 가해 죽였던 돌판 등 천주교도 박해 현장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가슴을 짠하게 한다. 널찍한 성벽 위를 따라 성을 한 바퀴 도는 데 40분 정도 소요된다. 대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동산과 멋스러운 정자, 언덕을 이룬 잔디밭도 있어 쉬엄쉬엄 돌 수 있지만 보호장치가 돼 있지 않아 성벽 위를 걸을 때 주의해야 한다. 개방 시간은 오전 6시~오후 7시. 간월도에서 해미읍성까지 약 25km. 29번 국도를 타고 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해미읍성 041-660-2540.

    간월도의 맛

    보통 11월부터 봄까지 채취하는 간월도 굴은 알은 작지만 털 모양의 돌기가 많다. 양념이 깊이 배기 때문에 젓갈을 담갔을 때 맛이 그만이다. 특히 입 안을 톡 쏘는 어리굴젓은 따뜻한 밥에 참기름 한두 방울 떨어뜨려 비벼 먹으면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밥도둑이다. 어리굴젓 1kg에 1만원.

    간월도의 또 다른 겨울 별미인 새조개는 간척사업 이후 생태계가 변하면서 나온 것으로 겉모습은 꼬막처럼 생겼지만 크기는 어른 주먹만하다. 새조개는 구워 먹어도 좋지만 통통한 속살을 잘라내 내장을 긁어내고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초장에 찍어 먹는 ‘새조개 샤브샤브’가 그만이다. 또 새조개 국물로 만든 칼국수 맛도 일품. 항구 안쪽보다는 방파제 앞에 자리한 선상 노점(알을 깐 새조개 1kg에 5만원)에서 먹는 것이 좋다. 식당에서 껍질째로 파는 새조개는 1kg당 2만5000원이지만 실질적으론 알만 나오는 게 훨씬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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