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4

2016.09.07

사회

중국 인터넷의 꽃, 한국 BJ

섹시 코드로 무장한 레이싱 모델들 스카우트 경쟁…한류 스타 못지않은 인기에 수입도 짭짤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6-09-02 16: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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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중국 인터넷방송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한국에서 활동하는 BJ(방송자키)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올해 중국 인터넷방송 시장 규모는 150억 위안(약 2조7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베이징에는 바이두, 판다TV, 시나닷컴, 도우위(douyu)TV, 롱주TV, 와이와이(YY) 등 30여 개 인터넷방송 기업이 있다. 한국 BJ의 중국 진출은 연예인의 중국 진출 과정과 비슷하다. 최근에는 BJ를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인터넷방송 전문 매니지먼트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에서도 ‘중국에 진출할 한국 BJ를 찾는다’는 문구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중국인의 한국 BJ에 대한 호감도는 상당히 높은 편.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 진출한 한국 BJ는 100명 내외로 방송 한 번에 수천만 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일부 BJ가 선정적인 방송으로 국가 이미지를 실추한다는 데 있다. 속살이 훤히 비치는 옷을 입은 채 야한 춤을 추는가 하면, ‘먹방’을 선보일 때는 야릇한 표정과 입술 모양으로 시청자를 자극하는 식이다. 중국어가 서툴거나 아예 불가능한 BJ가 대부분이라 이처럼 보여주기 식 방송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것. 결국 이들이 흥행을 위해 손쉽게 선택하는 것이 ‘섹시 코드’다. 중국 인터넷방송을 즐겨 본다는 한 누리꾼은 “한국 BJ는 외모가 출중하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신체 일부를 강조한 야한 복장으로 방송하는 걸 보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룻밤에 7000만 원 넘는 선물 받기도

    현재 중국에 진출한 한국 BJ 중에는 레이싱 모델 출신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인터넷방송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플랫폼에서 인기 있는 BJ가 중국 인터넷방송에 스카우트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레이싱 모델 최슬기, 허윤미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국내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에서 이미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으며 중국 인터넷방송뿐 아니라 각종 오프라인 행사에도 참여할 만큼 한류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국 BJ의 주 수입원은 우리나라 ‘별풍선’처럼 누리꾼들이 BJ에게 선물하는 인터넷 코인(실제 화폐로 전환 가능한 가상 아이템). 도우위TV는 ‘로켓’을 사용하는데 개당 가격은 1위안(약 170원)부터 500위안(약 8만3000원)까지 다양하다. 1위안의 가상장미꽃부터 1만 위안(약 167만 원)의 가상유람선을 선물 아이템으로 사용하는 플랫폼도 있다. 우리나라 별풍선이 개당 60~80원인 것을 감안하면 중국 인터넷방송이 BJ에게는 금전적으로 훨씬 유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더군다나 플랫폼과 BJ 간 수익 배분율이 한국은 보통 6 대 4인 것에 비해 중국은 5 대 5로 BJ가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다. 물론 중국 BJ 대부분이 소속사를 끼고 있어 그 안에서 또다시 수익 배분이 이뤄지긴 하지만 인기 BJ는 수익의 70%까지 가져갈 수 있다.

    결국 한국 BJ가 중국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는 잘만 하면 한국에서보다 고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인구수에 비례해 시청자가 많을 뿐 아니라 인터넷방송을 시청하는 부호가 상당한 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국내 스포츠방송 아나운서 출신인 BJ 양한나는 중국 부동산재벌기업 2세인 왕쓰총과 중국 스타 BJ로부터 하룻밤에 7000만 원 넘는 아이템을 선물 받아 화제를 모았다. 당시 두 사람은 서로 경쟁하듯 양한나에게 선물을 퍼부었다.

    한국 BJ의 활약상에 중국 현지인들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7월 초 ‘중궈칭녠왕’ 등 현지 언론은 일부 한국 BJ가 최근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얻으며 기존 중국 BJ의 자리를 잠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궈칭녠왕’은 레이싱 모델 출신 BJ 허윤미를 소개하며 한국에서 1만2000명가량의 팬을 확보하고 있지만 중국에 와서는 그 수가 125배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또 중국 언론들은 한국 BJ의 맹활약에 대해 ‘스타 제조 공장으로 알려진 한국에서 이미 연예인 트레이닝을 받은 BJ가 상당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한국 BJ 중에는 걸그룹이나 연예기획사 연습생 출신도 있다.  

    한편 최근 섹시 코드를 앞세운 음란물이 늘어나자 중국도 대대적인 규제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인터넷 생방송 플랫폼 ‘YY’에서 활동하는 한 중국 BJ가 상하의를 다 착용했음에도 화장실에서 섹시댄스를 췄다는 이유로 방송 채널을 폐쇄당해 논란이 일었다. 정부 차원의 규제가 강화되자 중국 인터넷방송사들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베이징인터넷문화협회는 자율공약 활동을 통해 중국 내에서 활동하는 BJ들과 해당 플랫폼의 문제를 관리, 감독하고 있다. 도우위TV의 경우 150명인 모니터링 요원을 500명까지 늘려 자체 검열 시스템을 확충했다. 이 때문에 인터넷 생방송 중 BJ의 노출이 심하거나 야한 포즈가 포착되면 인터넷방송 사이트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감시반 블랙리스트에 올라 24시간 모니터링을 받는다. 또한 4월부터는 각 방송영상에 워터마크(콘텐츠 안에 삽입된 저작권 정보)를 표시하고, 방송 내용을 15일 이상 저장하며, 반드시 실명을 내걸고 활동하게 돼 있다.



    함부로 벗었다 채널 폐쇄, 중국 규제 강화

    더욱 강력해진 중국의 인터넷방송 검열에 한국 인터넷 콘텐츠 산업 관계자들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국 BJ의 중국 진출을 돕는 라이언 신 한설바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얼마 전 일본 BJ가 방송에서 바나나 13개를 먹자, 이것이 중국 인구수를 뜻한다며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엄청난 반일감정이 인 적이 있다. 한국 BJ 역시 언제까지 선정적인 요소로 팬들에게 어필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국내 관련 기업들은 BJ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최우선 과제가 중국어 습득. 방송 중 동시통역사가 음성 지원을 하는 플랫폼이 있긴 하지만, 시청자와 원활한 교류를 위해서는 현지어 습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롱런할 수 있는 아이템 발굴이다. 신 대표는 “예쁜 얼굴, 섹시한 몸매만으로는 시청자를 매료하는 데 한계가 있다. 더욱이 중국 당국의 규제가 점점 더 강화되는 시점에서는 야한 댄스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방송 콘텐츠 제작 기술과 BJ들의 잠재적 역량이 큰 만큼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BJ의 중국 진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는 고전적 인터넷 포털 서비스를 대신할 만큼 새로운 인터넷 창구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BJ의 위상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신 대표는 “인터넷방송의 기능이 다양해질수록 BJ의 활동 반경도 넓어질 수밖에 없다. 단순한 흥행몰이가 아닌 진정한 크리에이터로 활약하는 한국 BJ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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