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만 영화제(3월24일∼4월12일)

이번 행사는 하이퍼텍 나다가 지난해 가을부터 기타노 다케시, 대만 뉴웨이브(에드워드 양, 차이 밍량), 스카모토 신야에 이어 네번째로 마련한 감독주간영화제. ‘제7의 봉인’ ‘산딸기’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졌지만,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시대별로 베리만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영화제가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영작은 ‘한여름밤의 미소 : 어느 로맨틱한 희극’(1995) ‘제7의 봉인’(1957) ‘산딸기’(1957) ‘처녀의 샘’(1960) ‘어두운 유리를 통해’(1961) ‘외침과 속삭임’(1972) ‘가을소나타’(1978) 등 7편. 그의 영화세계는 인간 존재에 대한 신학적`-`종교적 물음을 던지며 그 해답을 찾아가는 긴 여정과도 같다(문의 02-766-3390).
필름 누아르 걸작선(4월7∼12일)

어둡고 우울한 톤과 냉소적이고 염세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누아르 영화에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여인들이 등장하고 이들에게 매혹되어 음모의 미로를 헤매는 남자들이 나온다. 필름 누아르의 불안한 세계는 미국적 정체성의 혼돈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는 할리우드 고전영화의 조화로운 세계와 대조를 이룬다. 불안하지만, 그래서 더 매혹적인 필름 누아르의 참맛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제(문의:02-3272-8705).

개막작은 영상원 교수 김소영 감독의 78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 ‘거류’. 한반도 남쪽 작은 지방에서 만난 평범한 여성들의 삶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새롭게 성찰해보는 작품이다. 뉴커런츠 부문에서는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우수 심사위원상과 감독상을 휩쓴 캐서린 쿠사마의 ‘걸파이트’와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 출품작 ‘가이아 걸스’ 등 20여 편이 상영된다. 이밖에 눈에 띄는 부문은 ‘프랑스 특별전-아녜스 바르다’. 아녜스 바르다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넘나들며 성과 영화, 그리고 예술과 정치의 관계를 천착한 누벨바그의 어머니이자 페미니스트 영화감독이다. ‘공처가 삼대’(유현목) ‘남자 기생’(심우섭) 등 60년대 한국 코미디영화에서 여성문제를 되돌아보는 한국영화회고전도 관심거리. 이번 영화제에서는 자녀를 둔 어머니 관객을 위해 특별 상영시간을 매일 1회(오전 11시) 마련하고 그 시간에 놀이방도 운영한다(문의:02-541-3917∼9).
전주국제영화제(4월27일∼5월3일)

지난해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디지털영화를 축으로 한 대안영화제를 제시하며 미래영화의 지형도를 그려가는 중요한 영화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급진적인 영화’(Radical Cinema)로 테마를 정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포스트 68’ 이라는 섹션을 통해 서구의 지식인사회에 전환점이 된 프랑스 68혁명과 관계된 영화 ‘중국여인’(장 뤼크 고다르), ‘투쟁하고 승리하리라’(장 피에르 토른) 등 11편을 상영한다. 또 다른 섹션 ‘한국영화회고전-다치마와 리의 계보학 그리고 한국 액션영화의 쾌락’에서는 최근 인터넷 영화로 인기를 얻고 있는 복고적인 액션영화 ‘다찌마와 리’의 원형이 된 60, 70년대 한국 액션영화(‘팔도사나이’ ‘명동44번지’ 등)를 되돌아본다. 특별기획 ‘디지털 삼인삼색’에서는 지아 장커(중국), 차이 밍량(대만), 존 아캄프라(영국)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세 명의 감독을 초청해 세 편의 단편 디지털영화를 선보인다(문의:02-312-7160∼1/ 063-255-3800).
주간동아 279호 (p86~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