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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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쪽 신사’ 명찰 바꿔 달고 부총리 컴백

  • 입력2005-03-15 16: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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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쪽 신사’ 명찰 바꿔 달고 부총리 컴백
    1월29일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승격한 가운데 이돈희(李敦熙) 장관이 교체되고 한완상(韓完相) 상지대 총장이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으로 전격 기용되자 교육부는 아연 긴장된 모습이었다. 교육부 직원들은 한부총리가 펼칠 개혁정책에 대한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수 차례의 해직과 복직, 투옥으로 점철된 그의 이력에서도 알 수 있듯, 한부총리는 취임식과 기자회견에서 유난히 ‘공익’과 ‘개혁’이라는 말을 자주 언급하면서 “부총리 부서로 위상이 올라간 만큼 유능한 인간이 공익적 목적을 위해 활용될 수 있도록 교육부가 힘써야 하며 교육정책도 이런 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육개혁은 교사, 학부모, 국가 모두가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하고 특히 교사가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 “교사가 의욕을 잃고 사기가 떨어지면 그 개혁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도 했다. 이는 최근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의 ‘교사 자질론’ 발언 파문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부총리는 재단비리 등으로 시끄러운 상지대 총장으로 부임해 학내 문제를 말끔히 해결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 개혁에 대한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우리나라 초등학교는 일류, 중-고교는 1, 2류 정도 됩니다. 그런데 대학은 어떻습니까. 대학의 학문 자유는 최대한 신장해줘야 하지만 공익 목적을 어길 때는 정부가 개입해야 합니다.”

    이 발언은 우리나라 사학과 대학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장관으로서, 특히 사학비리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강하게 대응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어 공무원들에게 따끔한 충고와 주문을 내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국가 공무원의 자세가 어떤지 다시 한번 가다듬었으면 좋겠습니다. 공무원은 원칙에는 확고하고 정책을 시행하는 수단에는 합리적인 융통성이 있어야 합니다. 혹시 원칙에는 물렁하고 수단 선택에는 너무 경직되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접시를 깨서 좋을 것이 없다는 관료주의적 생각과 복지부동하는 자세를 즉시 버려야겠습니다. 어제의 교육부 시절은 끝났고 오늘부터 부총리 부서답게 한 단계 올리도록 노력해주십시오.”

    한부총리는 충남 당진 출생이지만 두 살 때 대구로 이사해 경북고-서울대 사회학과-미국 에모리대(사회학 석`-`박사)를 졸업하고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한국사회학회장, 한국사회문화연구원 회장, 한국방송통신대-상지대 총장을 역임했다.

    그는 부총리직과는 인연이 깊어 김영삼(金泳三) 정부 시절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에 이어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 교육부 총리로 발탁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김대통령은 왜 한완상 부총리를 선택했을까. 기용 배경에 대해 여러 가지 관측이 있지만, 그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재직 당시 민주화 운동으로 두 차례 해직과 복직을 거듭했고 80년에 ‘김대중씨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돼 투옥된 이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해직 복직 거듭한 민주화 경력…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 기대

    따라서 교육부 간부들은 그가 ‘제2의 이해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임 장관들이 보수 또는 실용주의적 성향이어서 국립대 구조조정, 교수 계약임용제, 교원 정년 등을 놓고 각종 이해집단으로부터 터져나오는 불만과 반발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래서 ‘개혁 드라이브’가 강력하게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온화하면서도 대쪽 같은 성품에 리더십이 강하다는 평을 받는 한부총리는 역시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YWCA 연합회 이사인 부인 김형씨(金馨·57)와의 사이에 3녀를 두고 있다. 저서로는 ‘현대사회와 청년문화’ ‘현대사회학의 위기’ ‘민중 사회학’ ‘저 낮은 곳을 향하여’ 등이 있다. 특히 ‘민중과 지식인’은 80년대 운동권 필독서로 당시 그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교육정책과 인력개발의 무거운 과제를 안고 교육인적자원부의 방향타를 잡은 ‘한완상호’가 5개월 만에 닻을 내린 이돈희호의 뒤를 이어 순탄한 항해를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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