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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뭐해” 민주당 열받았네

“통치권 보위·정보 수집 등 제 역할 못한다” 비난… “과거 회귀는 더 위험” 우려 목소리도

“국정원은 뭐해” 민주당 열받았네

“국정원은 뭐해” 민주당 열받았네
김영삼 정부 당시 초대 안기부장이었던 김덕 안기부장은 민주계 실세들에게 끝없이 시달리다 결국 밀려났다.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냐’는 식의 비난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양상이 비슷하다. 동교동 실세들은 국가정보원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임동원 국정원장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국정원 한 관계자는 임원장에 대한 여권의 곱지 않은 시각을 위와 같이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최근 민주당 내에서는 “국정원이 뭐하고 있느냐”는 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심지어 “국정원이 있기는 있느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임원장에 대한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선 이런 불만은 향후 국정원의 위상이나 역할과 관련해 중대한 변화를 불러오는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차원에서 국정원장의 교체 여부, 나아가 누가 신임 국정원장이 될 것인지가 주목된다.

전직 국정원 고위관계자 A씨는 민주당 핵심부가 국정원에 대해 갖고 있는 불만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대북 안보 보위기관인 국정원의 책임자가 대북협상 대표로 나서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야당인 한나라당에서도 이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기에 여당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뒷면을 들여다보면 국정원이 통치권 보위에 전혀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동교동 실세들은 국정원이 통치권 확립을 위해 ‘총대’ 메기를 원한다.”

국정원에 근무했고 현재 민주당에 몸담고 있는 B씨는 “의약분업이나 최근 있었던 농민시위 등과 관련해 국정원의 ‘예방정보’ 기능이 완전 마비됐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의약분업이나 농민시위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 미리미리 상황을 파악, 적절한 대처를 하면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과거에는 국정원이 그런 일들을 많이 했다”며 “지금은 그런 역할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완충장치 없이 사건들이 터지고 이것이 그대로 여권의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국정원은 뭐해” 민주당 열받았네
이런 시각은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한나라당의 움직임 등을 미리 체크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 파장을 최소화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는데 국정원이 그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

역대 정권에서 국정원(옛 안기부)은 검찰-경찰-국세청 등을 묶어 일종의 팀플레이로 국정을 이끄는 핵심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 국정원은 뒤쪽으로 물러나 있다. 정권교체 이후 국정원의 위상을 바람직하게 조정한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이 전반적으로 수세에 몰리면서 국정원에 대해 ‘과거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검찰이나 경찰 등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할 사정 권력기관들이 야당의 공세에 발이 묶여 있는 것도 국정원의 ‘역할’을 요구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대북-통일문제 전문가인 임원장은 국정원 운영에서 상대적으로 대북 분야에 힘을 실었던 것이 사실이다. 6·15 남북정상회담, 9월11일 북한 김용순 대남담당 비서의 서울 방문 때는 직접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국내정치 분야는 소홀해졌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임원장이 정치 정보는 쳐다보지도 않는다더라” 등의 소문이 퍼졌을 정도였다. 나종일 전 국정원 1차장이 국정원장 특보로 해외 분야를 챙기고 있는 것도 임원장의 ‘편중 운영’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국정원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동교동 실세들이 불만을 토로했기 때문인지 최근 임원장은 정치 정보에 관심을 기울이며 각종 지시를 내려보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소식통은 “하지 않다가 하려니 성과도 없고 국정원 직원들도 명확한 지침이 없어 눈치를 보며 활동하는 등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정원에서 수집하는 정치정보의 질이 과거에 비해 낮다는 점도 여권 인사들의 불만을 증폭시킨다는 이야기다. 사정기관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시중 루머집을 약간 가공한 정도’라고 평가할 정도로 국정원 정보를 수준 이하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한 동교동 실세는 사석에서 자신과 관련한 국정원의 보고서를 언급하며 “사실과 다른 점들이 많았다. 어떻게 이런 수준의 보고서를 올릴 수 있나”고 불만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정보의 질도 문제지만 민주당과 국정원 사람들이 서로 문화적인 이질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원활한 협조관계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유다. 정권교체 초기 정치권을 출입했던 한 국정원 관계자는 “민주당이 여당이 됐으면서도 국정원 직원을 과거의 사찰요원쯤으로 보는 시각이 변치 않으니 도대체 협조가 안 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지금도 이런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회 정보위에 오래 관여했던 민주당 한 관계자는 “기관간 협조, 당정간 협조가 잘 안 되는 것이 김대중 정부의 특징이며 이것은 김대통령의 통치철학과 관계가 깊다”고 말했다. 그는 “당에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국정원이나 기무사 등과 관련한 내용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적이 없다. 여당이 반드시 야당보다 정보력이 낫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당에서 정보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전면에 나설 경우 도움이 되기보다 자칫 잘못하면 더 위험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금처럼 대북 문제에 치우친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국내정치 분야를 강화한다든가 관계기관대책회의 등을 국정원이 주도하다가는 국정원을 또다시 정치 소용돌이로 몰아넣게 될 것”이라는 반론들이다. 오히려 “해외 파트를 강화하고 국내정치 분야는 축소해야 한다” “다시 한번 국정원의 전반적인 기능과 역할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최근 정가에는 임원장 교체를 기정사실로 한 각종 하마평이 무성하다. ‘박지원 전 장관 기용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 기용설’ ‘조승형 전 대법관 기용설’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국정원 내부에서는 “정치인 출신 실세가 오면 야당의 집중 타깃이 된다는 위험 부담이 있다”고 반대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국정원에서는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김대통령은 검찰과 국정원을 동시에 장악할 수 있는 사람을 기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주간동아 2000.12.28 265호 (p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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