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예술 풍토 자체가 장르를 초월한 넘나들기다. 시인이나 작가 중 그림에 대한 책을 한두 권 정도 남기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고, 우리에게 시인으로 알려진 보들레르는 원래 미술평론으로 데뷔했다. 거꾸로 피카소는 시집을 낸 적이 있다.”
그는 유학시절 머리가 아플 때면 미술관과 박물관을 휴식처로 삼았다.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은 물론이고 니스의 샤갈 미술관, 스페인 프라도, 바르셀로나의 피카소 미술관까지 원정을 다니며 그림을 감상했다. 그리고 자신의 전공인 프랑스 문학을 좀더 온전하게, 더욱더 깊이 읽기 위해 미술을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프랑스 예술은 중세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인`-`작가와 미술가가 장르의 칸막이를 뛰어넘는 행복한 정신적 교감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그가 ‘문학 속의 그림’ ‘그림 속의 문학’을 추적하다 나온 결과물이 ‘미술과 문학의 만남’이다. 이 책에는 18명의 미술가와 18명의 문학가가 시공을 넘나들며 교유한 사상과 우정, 치열한 예술혼이 담겨 있다. 모딜리아니와 콕토, 브라크와 아폴리네르, 피카소와 엘뤼아르 등이 보여준 뜨거운 연대에 대해 이교수는 “부럽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주간동아 247호 (p9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