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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념 경제팀… 글쎄요”

전문가들, “관료들 자리이동 불과” 혹평… 주가도 급락, 개각에 대한 실망 반영

“진념 경제팀… 글쎄요”

“진념 경제팀… 글쎄요”
기존 관료들의 자리 이동에 불과하다. 왜 개각을 했는지 모르겠다.”(고려대 경영학부 장하성 교수)

“시장의 분위기는 뭔가 새로운 조치를 요구하는 것이다. 시장에 상당한 실망을 안겨줄 것이다.”(서강대 경제학부 김광두 교수)

“기대했던 것보다 참신한 인물이 없고 새로운 경제팀이 현대사태 해결 등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를 갖고 있는지도 의문이다.”(연세대 경제학부 정갑영 교수)

진념 경제팀의 출범을 알린 월요일 아침 경제팀 개각의 뚜껑이 열리자마자 대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은 개각 결과에 대해 실망을 나타냈다. 현대사태가 정부와 현대측의 지리한 줄다리기만 계속된 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장에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던 경제팀 개각이 시장을 오히려 혼미함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개각 결과에 대한 실망을 반영하듯 이날 주가도 20포인트 이상 빠지며 670선대로 밀렸다.

이번 8·7 개각에서 드러난 경제팀 개편의 키워드는 단연 ‘팀워크’였다. 이미 내각 운영에 있어 ‘팀제 도입’을 선언한 김대중 대통령이 진념 장관을 단순히 재경부 장관으로서가 아니라 경제팀을 이끌고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해갈 팀장으로 낙점했다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진장관을 대인관계가 좋은 화합형 인물로 평가하는 관가의 분위기 역시 ‘조정자’로서의 진장관에게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편이다. 진장관은 청와대 이기호 경제수석의 경제기획원 선배 관료 출신. 따라서 두 사람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재무부 출신의 이헌재 장관과 기획원 출신의 이기호 수석이 보여왔던 호흡 불일치 등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이장관과 이기호 수석은 공적자금 조성이나 금융 구조조정과 관련해 비슷한 시기에 서로 다른 말들을 내놓음으로써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경제팀을 모두 교체하면서도 교체설이 돌았던 이기호 수석을 유임시킨 것도 진장관과의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 금융개혁을 이끌어 나갈 새로운 추진력보다는 그동안 벌여놓은 개혁 과제들을 무리없이 마무리할 조정 역할을 더욱 필요로 했다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진념 장관 기용을 통해 현대사태, 2차 금융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불확실성이 팽배해 있는 시장에 모종의 시그널을 주기에는 함량 미달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장하성 교수는 진장관 기용에 대해 “공기업 민영화 등 (자기 분야에서도) 개혁 정책을 추진하는 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관료들의 자리 이동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재벌 정책과 관련해 또 한 가지 관심이 가는 대목은 막판까지 재경부 장관 자리를 놓고 진장관과 경합을 벌인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탈락이다. 동교동 비주류와 강력한 금융 개혁론자로 구분되는 서울대 정운찬 교수 등이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김 전 수석은 이미 알려진 대로 강력한 재벌 개혁론자다. 독일에서 학위를 받고 대학 교수 경력을 가진 김 전 수석은 ‘사회적 시장경제’ 이론 등에 기반하고 있어 현대사태로 인해 얽히고 있는 재벌 문제만큼은 강력한 추진력을 갖고 풀어갈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되었다.

4대 그룹 계열사에서 자금 업무를 담당하는 한 임원은 “김종인 전 수석의 경우 시장 위주의 원만한 개혁을 해나가는 데는 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재벌들이 김 전 장관을 보는 시각의 일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만큼 김 전 수석의 기용은 진 장관에 비해 시장에 가시적인 신호를 줄 수 있는 조처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막판 경제팀 개편의 중심축이 팀워크와 조화 쪽으로 쏠리면서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연루 이후 오랜 공백 기간을 가진 김 전 수석이 불리한 위치에 놓이기 시작했다. 결국 김 전 수석을 염두에 둔 ‘장관급 경제수석론’까지 나왔으나 ‘조화론’에 밀린 것으로 알려진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경제 분야에서는 지금부터 뭔가를 새롭게 디자인한다기보다 이제까지 만들어놓은 시스템 아래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진념 신임장관도 현대문제와 관련해서는 최근 정부 분위기에서 한발 빼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현대문제에 대한 진장관의 언급은 이렇다.

“정부는 원칙을 세우고 세세한 부분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 현대사태도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방안은 채권단에 일임하고 정부는 채권단을 감독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다.”

최근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 등이 나서 강도높게 현대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불사’를 외치고 나오던 분위기에 비하면 정부 쪽 분위기가 급격히 후퇴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헌재 재경부 장관-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 라인을 퇴진시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공적자금 추가 조성과 관련해서는 일단 진념 신임장관이 ‘필요하다면 정면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추가 조성을 놓고 야당과 협의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장관 등 기존 경제팀은 ‘공적자금은 64조면 충분하다’는 과거의 발언에 발목이 잡혀 공적자금을 추가 조성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제 전문가들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진작부터 추가 공적자금 조성 계획을 내놓고 야당이나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64조원’을 계속 주장한 기존 경제팀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조치가 병행돼야만 했다.

진장관은 금융 구조조정의 주무장관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오랫동안 재정 문제만을 다뤄왔다는 점에서 공적자금 논란과 관련해 자유로운 입장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진장관은 금융정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게다가 신임 금융감독위원장을 맡은 이근영 산업은행 총재도 한국투신과 신용보증기금 사장 등을 거치기는 했지만 관료 생활 대부분을 세정 분야에만 오래 몸담았던 점을 감안할 때 이헌재 전 장관만큼 금융 구조조정을 주도해 나갈 수 있겠느냐는 데는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는 형편. 연세대 정갑영 교수는 “사람이 바뀌더라도 경제정책이 변함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이러한 원칙이 흔들리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경제팀 개편에 대한 야당의 시각도 호의적이지는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한나라당 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은 “전문성과 개혁성 차원에서 대단히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유소장은 “전문성을 의심받는 공정위 이남기 부위원장의 영전이나(유소장은 공정위 자문관을 지내기도 했다) 비리 경력이 있는 신국환 자민련 경제특보의 기용 등은 호남이나 TK 인사 봐주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김대중 대통령은 이번 경제팀 개편을 통해 개혁 가속화보다는 시장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팀제 운영을 통해 상당한 재량권을 경제팀에 줄 것으로 관측되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사태 등 부실 기업 처리가 지연되면서 시장이 다시 요동칠 때 신임 경제팀이 얼마나 위기 관리 능력을 발휘할지에는 고개를 끄덕거리는 사람이 많지 않은 형편.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는 냉소적 평가를 진념 경제팀이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력서의 직업란에 늘 ‘장관’이라고 적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화려한 관료 경력을 가진 진념 재경부 장관은 이제 관료 생활 최대의 기회이자 위기의 시험대 위에 올라 있는 것이다.



주간동아 2000.08.17 247호 (p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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