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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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은 내 공

  • 입력2005-08-03 13: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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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에서 속임수를 쓰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산이나 숲속으로 공이 날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공을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곳을 향해 간다. 그런데 공을 찾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해지고 불행히도 공이 없어진 것을 확인하게 되면 갈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른 공으로 칠까, 아니면 우연히 하나 발견한 공을 내 공인 것처럼 칠까 하는 갈등이다. 이런 갈등은 초보자나 내기를 하는 경우에 생긴다. 그러나 상황을 억울해하지 않고 단순히 자신이 잘못 친 결과로 받아들인다면 이런 고민은 생길 리가 없다. 그리고 당연히 받아들이고 나서 다음 샷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다시 게임에 열중할 수 있다.

    골프를 아주 잘 치는 선배 중에 골프가 업이 되어버린 사람이 있다. 나는 그와 라운딩하는 것을 좋아했다. 재미도 있었고 실력도 엇비슷해서 게임이 긴장되고 진지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약간의 타이틀을 걸고 게임을 했는데 하루는 굉장히 실망을 하게 됐다. 그 선배의 공이 숲속으로 날아갔고 내심 이 홀에서 2타 정도는 앞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한참 공을 찾더니 샷을 하고 3온을 시켜 롱퍼팅을 넣어 극적인 파를 했다. 그런데 홀 컵에서 집어든 공이 처음에 치던 공이 아닌 다른 브랜드의 공이었다. 그는 항상 T브랜드의 스리피스 공만을 사용했는데 집어든 공은 전혀 다른 브랜드의 투피스 공이었다. 그 뒤로 그와는 방법이 없을 때를 제외하고는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의 별명은 “never lost ball” 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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