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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커피가 발암물질이었다고?

국제암연구소 발표에 대혼란…담배연기와 가공육이 나란히 ‘1군 발암’, 상식과 달라

  •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sukkikang@gmail.com

커피가 발암물질이었다고?

커피가 발암물질이었다고?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발표를 통해 커피가 25년간 발암물질로 분류됐던 사실이 알려졌다. [shutterstock]

6월 15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커피를 발암물질 목록에서 제외했다. IARC는 1991년 커피가 방광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논문들을 바탕으로 커피를 ‘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물질’인 2B군으로 분류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관련 논문 1000여 편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커피와 암 발생 사이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10월 발표에 비하면 평범한 뉴스다. 당시 IARC는 붉은 고기와 가공육을 발암물질로 분류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동안 고깃집은 파리만 날리기 일쑤였고 소시지와 햄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 물론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지금은 많은 이가 일상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건 외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IARC가 일상적으로 밥상에 오르는 식품까지 발암물질로 규정하는 게 적절한 일인가라는 회의론이 일었다. 당시 필자도 IARC 발표 자료를 읽으면서 고개를 갸웃한 기억이 난다.

프랑스 리옹에 본부를 둔 IARC는 암 연구의 국제적 협력을 활성화한다는 목표로 1965년 설립된 기구다. IARC 조직은행에는 암환자 60만 명으로부터 얻은 생체시료 600만 점이 보관돼 전 세계 암연구자가 활용할 수 있다. 또 IARC는 개발도상국처럼 연구 여건이 좋지 않은 나라의 암연구자들에게 선진국에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IARC의 또 다른 주요 임무는 어떤 물질이 암을 일으킬 수 있는지 여부를 조사해 발표하는 일이다. 암 발생에는 유전뿐 아니라 환경이나 생활습관 등도 큰 영향을 미치므로 발암물질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해 암 예방에 기여하는 게 목표다.



IARC 물질 분류 기준은 ‘위험 확실성’

IARC는 위험성에 따라 물질을 다섯 가지 범주로 분류하는데, 먼저 1군 물질은 ‘사람에게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즉 확실한 발암물질로 석면, 담배연기, 알코올(술) 등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 지난해 10월 바로 여기에 가공육이 추가됐다.



다음으로 2A군 물질은 ‘사람에게 아마도 암을 유발할 물질’이다. 요즘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된 디젤엔진 배출물이 2A군에 포함돼 있고, 지난해 10월 붉은 고기(우리나라에서 주로 소비되는 육류로 보면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추가됐다. 참고로 IARC는 커피를 발암물질에서 제외한 이번 보고서를 통해 ‘뜨거운 음료’도 2A군에 추가했다. 65도 이상인 음료를 마실 경우 식도암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IARC가 밝히는 2B군의 정의는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다. 납과 휘발유가 여기에 포함돼 있다. 커피도 이 등급에 들어 있다 이번에 3군으로 내려갔다. 2A군과 2B군에 대한 설명을 보고 ‘이거 말장난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영어에서 2A군의 설명에 들어간 ‘아마도(probably)’라는 부사는 2B군을 설명할 때 사용한 ‘가능성 있는(possibly)’이라는 단어보다 확실성이 크다. 아무튼 이렇게 1군과 2군에 속하는 물질을 대중매체 등에서는 발암물질로 간주한다.

이번에 커피를 새 식구로 맞이한 3군 물질에 대한 IARC의 설명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킨다고 볼 수 없는 물질’이다. 현재로서는 발암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릴 수 없어 판단을 보류한 물질이 이에 해당한다. 끝으로 4군 물질은 ‘사람에게 아마도 암을 일으키지 않을 물질’로, 암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는 물질이다. 지금까지 IARC가 검토한 수백 개 물질 가운데 ‘카프로락탐’ 하나만 이 범주에 들어 있다. 카프로락탐은 합성섬유인 나일론을 만드는 원료다.

그렇다면 IARC는 어떤 과정을 통해 물질을 분류할까. 첫 단계는 관련 전문가 20여 명을 선정하는 것이다. 이들은 해당 물질의 발암성 여부를 조사한 연구 결과를 수집해 데이터를 면밀히 검토한다. 이를 ‘메타연구’라 부른다. 이후 전문가들은 그 결과를 토대로 해당 물질을 다섯 가지 범주 가운데 하나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1991년 커피를 2B군으로 분류했을 때는 커피가 방광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몇몇 연구 결과가 있었다. 그런데 그 뒤 커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가 더 많이 쏟아졌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적당량 섭취할 경우 건강에 이롭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커피가 간암과 자궁암의 위험성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 때문에 IARC는 커피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고 결국 ‘판단을 보류한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암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물질적 고통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에도 큰 짐이 된다. 따라서 IARC가 제공하는 발암물질 정보는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적잖은 사람이 현행 분류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한다. 오해의 여지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가공육이 석면이나 담배연기가 속한 1군 물질로 분류됐다는 발표를 접하고 많은 이가 큰 충격을 받았다. 소시지나 햄을 많이 먹으면 몸에 해롭다는 건 상식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1군 발암물질’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암 위험성은 맥락 보고 판단해야

커피가 발암물질이었다고?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햄·소시지 등의 가공육과 적색육을 각각 1군과 2A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사진은 당시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의 가공육 판매 코너. [뉴스1]

그런데 IARC 발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IARC는 당시 ‘많은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가공육을 매일 50g씩 더 먹을 때마다 대장암에 걸릴 위험성이 18% 증가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우리나라 사람의 가공육 소비량은 연평균 4.4kg으로 하루 평균 12g에 불과하다. 결국 우리나라 사람은 평소 먹는 가공육 때문에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셈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어떤 물질의 발암 위험성은 그 물질 고유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기보다 우리 몸에 들어오는 물질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이다. 결국 IARC는 가공육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할 경우 발암물질이 될 수 있다고 발표한 것인데 대중이 이 맥락을 제대로 이해했을지는 의문이다.  

또 한 가지 알아둘 것은 IARC가 같은 군으로 분류한 각 물질의 위험성도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IARC가 물질을 분류할 때 기준으로 삼는 건 특정 물질이 얼마나 위험한지가 아니라, 해당 물질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얼마나 확실한지 여부다. 가공육이 담배연기와 석면이 속한 1군에 해당한다고 이들 물질과 발암 위험성이 비슷한 건 아니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흡연은 폐암을 비롯해 수십 가지 암 발생 위험성을 크게 증가시킨다. 반면 가공육은 지나치게 먹었을 때 몇몇 암에 걸릴 위험성이 약간 높아지는 정도다. 참고로 IARC가 위험성을 연간 암환자 사망자 수로 환산한 자료에 따르면 흡연으로 암에 걸려 죽은 사람은 100만 명이다. 그러나 가공육 섭취로 암에 걸려 죽은 사람은 3만4000명이다. 이에 대해 IARC는 “육류 섭취는 건강에 좋은 면도 있다. 위험성은 섭취량이 많을수록 커지지만 안전한 수준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고 밝혔다. 즉 담배는 끊으라고 권고할 수 있지만 육류를 먹지 말라고는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IARC가 암 발생을 낮추고자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는 점은 인정하지만 매일 먹다시피 하는 일상 식품에 대해서까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굳이 발암물질로 분류하지 않더라도 육류 과잉섭취가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고 뜨거운 음료를 마시는 게 건강에 안 좋다는 건 현대인의 건강 상식 아닐까.  







주간동아 2016.06.29 1044호 (p64~65)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sukki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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