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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서 보내온 ‘카라바이요의 선물’… 빈민 여성 자립 지원으로 따뜻한 연말을

[기아대책·KOFIH·동아일보 공동] 이종욱 전 WHO 사무총장 유산 나눔 후원 캠페인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페루에서 보내온 ‘카라바이요의 선물’… 빈민 여성 자립 지원으로 따뜻한 연말을

  • ● 이종욱 사무총장의 부인 레이코 여사, 21년째 페루서 봉사활동
    ● 공방 만들어 빈민 여성 뜨개질 가르치고 자립 도와
    ● 페루 특산물 알파카 털실로 목도리, 숄 등 방한용품 만들어
    ● 14일부터 31일까지 캠페인… 선착순 200명 공방 용품 선물
    ● 한국공항공사, 도화엔지니어링, 주한페루대사관 등 캠페인 후원 참여
페루 카라바이요 여성들이 알파카 털실로 만든 방한용품.

페루 카라바이요 여성들이 알파카 털실로 만든 방한용품.

코로나19 치명률 전 세계 1위(9%), 극심한 빈부격차의 나라 페루. 수도 리마 외곽에는 빈민촌과 부촌 사이를 가르는 높이 3m, 길이 10㎞에 달하는 콘크리트 장벽이 있다. 이를 사람들은 ‘수치의 벽’이라고 부른다.

페루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5년 52.2%에 달하던 페루의 빈곤층 비율은 2019년 20.2%까지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민 5명 중 1명이 빈곤층인 셈. 페루 통계청은 1인당 월 생활비가 352솔(98달러) 이하면 빈곤층으로 분류한다. 코로나19 치명률이 전 세계 평균(2%)보다 4.5배가량 높은 것도 이처럼 심각한 빈곤율과 무관치 않다.

페루, 여성 폭력범죄 세계 3위

여성 폭력과 차별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페루국립통계정보연구소(INEI)의 2018년 전국 가구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에 대한 폭력범죄 발생률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마에 거주하는 여성의 절반이 넘는 51%가 배우자나 가족으로부터 육체적 폭력을 당했고, 빈민 지역 거주 여성의 피해율은 더 높아 69%에 달했다.

더욱이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여성 가장 비율이 페루 전체 가구의 35%를 차지하고, 이들 중 절반에 가까운 48.5%가 경제적 자립 능력이 없는 20세 미만 여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은 도시 주변 빈민 지역. 가장 대표적인 곳이 리마 북쪽에 넓게 형성된 카라바이요(Carabayllo)라는 곳이다.

가부라키 레이코 여사(왼쪽).

가부라키 레이코 여사(왼쪽).

바로 이곳에서 폭력과 가난에 시달리는 빈민 여성과 아동·청소년들의 자립을 위해 21년째 묵묵히 봉사해온 한 여성이 있다. 대한민국 최초로 국제기구 수장에 올랐던 이종욱(1945~2006) 전 WHO 사무총장의 부인인 가부라키 레이코 여사(76)다.



그가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2년 1월부터. 당시 WHO 결핵퇴치사업국장이던 이종욱 전 사무총장이 평소 가까웠던 김용 하버드대 교수 겸 파트너스인헬스(PIH) 공동창립자(훗날 세계은행 총재)를 통해 직접 연결해준 곳이다.

레이코 여사에게 봉사활동이란 평생의 소명(召命) 같은 것이다. 1972년 일본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27세의 젊은 나이에 홀로 한국의 한센인(나환자) 정착촌인 성 라자로 마을에 자원봉사를 위해 건너온 것도 그런 연유였다. 4년 후인 1976년 서울대 의대를 갓 졸업한 이 전 사무총장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도 어디선가 또 다른 삶을 살면서 자신의 소명을 다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그해 말 이 전 사무총장과 결혼하면서 그 소명은 멈췄고, 그로부터 26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뒤에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니 의미가 남달랐다.

빈민 여성들 직접 손뜨개질

페루 카라바이요의 어린이들.

페루 카라바이요의 어린이들.

레이코 여사가 처음 접한 페루 카라바이요 지역 빈민 여성들의 생활은 열악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들이 만들어 파는 장식용 양초와 작은 장식품 역시 더없이 조악했다. 이 전 사무총장의 평전에 소개된 레이코 여사의 당시 회고 중 일부다.

“‘이런 걸 돈을 내고 살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주 시시한 물건을 팔고 있었어요. 저는 그냥 제네바로 돌아가겠다고 했더니 (PIH 관계자가) 다른 걸 할 수 있는 게 있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뜨개질이랑 수놓는 것밖에 모른다고 했죠. 그랬더니 그걸 가르쳐보면 어떠냐, 그래서 시작했죠.”

레이코 여사가 빈민 여성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한 건 페루 안데스 산악지대에서 사는 알파카(낙타과 동물)의 털실로 손뜨개질을 떠 목도리와 숄, 장갑, 모자 등 겨울용 방한용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용품을 팔아 생긴 돈을 다시 빈민 여성들에게 나눠줘 스스로 자립하도록 돕는 게 목표였다. 빈민 여성들은 그 돈을 쪼개 음식도 사고 자녀들에게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교육을 위해 사용했다.

2003년 1월 이 전 사무총장이 제6대 WHO 사무총장에 당선된 이후에도 레이코 여사의 봉사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이 전 사무총장 역시 재임 기간 내내 물심양면으로 레이코 여사의 공방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던 2006년 5월, 이 전 사무총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잦은 출장과 과도한 업무가 원인이었다.

갑자기 떠난 남편의 빈자리에서 느끼는 공허함과 가까이서 남편의 건강을 챙기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슬픈 나날을 보내던 레이코 여사는 얼마 후 남겨진 모든 것을 정리하고 다시 페루로 돌아왔다. 자신을 기다리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함께 여생을 보내리라고 마음먹은 것이다. 그 후 지금까지 공방을 운영하며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이 남기고 간 가장 의미 있고 소중한 유산이 아닐까.

코로나19 최악의 상황 ‘여보, 도와주세요’

레이코 여사가 운영하는 카라바이요 공방 게시판에는 이 전 사무총장의 사진이 걸려있다. 레이코 여사는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그 사진을 보고 도와달라고 하면 어디선가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면서 지금도 이 전 사무총장이 자신을 지켜주고 있다고 믿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는 페루. 12월 11일 기준으로 그동안 225만 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고, 그 중 20만2000여 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대부분 의료 환경이 열악한 빈민지역에 집중됐음은 물론이다.

그 여파로 레이코 여사의 공방도 최대의 위기를 맞은 상태다. 당장 방한용품을 만들 수 있는 알파카 털실 구입 자금도 부족하고, 만든 용품을 판매할 곳도 사라졌다.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 레이코 여사는 또 다시 남편의 사진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한다. ‘여보 도와주세요.’

2006년 타계한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2006년 타계한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 이사장 김창엽)과 희망친구 기아대책(이사장 손훈), 동아일보는 12월 14일부터 31일까지 페루 카라바이요의 레이코 공방과 리마 인근 빈민여성 및 아동·청소년들의 자립 지원을 위한 후원캠페인을 진행한다. KOFIH는 개발도상국 의료지원 사업과 이종욱 전 사무총장 기념사업 등을 위해 만들어진 보건복지부 산하 조직이고, 기아대책은 국내 최초의 국제구호개발 NGO단체다.

이번 후원캠페인에는 페루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마추픽추의 관문 역할을 할 ‘친체로 신국제공항’ 건설관리 사업을 수주한 한국공항공사(사장 손창완)와 도화엔지니어링(대표이사 회장 김영윤), 그리고 주한페루대사관(다울 마뚜떼 메히아 대사)이 함께 한다. 캠페인 참여자 중 선착순 200명에게는 레이코 공방에서 100% 알파카 털실로 만든 고급 방한용품과 동아일보에서 출간한 ‘영원한 사무총장 이종욱 평전’을 선물로 제공한다.

기아대책 홈페이지에서 후원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기아대책 홈페이지에서 후원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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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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