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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와 궐련 혼용자가 니코틴 중독 더 심한 이유

전자담배와 궐련 혼용하면 니코틴 의존도 높아지고 대사증후군 유병률도 1.57배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전자담배와 궐련 혼용자가 니코틴 중독 더 심한 이유

전자담배와 궐련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궐련만 피우는 것보다 건강에 더 나쁘다. [게티이미지]

전자담배와 궐련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궐련만 피우는 것보다 건강에 더 나쁘다. [게티이미지]

전자담배와 일반담배(궐련) 둘 다 사용하는 것이 일반담배만 피우는 것보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흡연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전자담배는 전기로 발생시킨 니코틴 증기를 흡입하는 형태의 담배로, 잎을 태우는 과정이 없어 연기나 냄새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장점에 힘입어 한국 성인 남자의 전자담배 이용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전자담배를 독립적으로 사용하기보다 궐련과 혼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내 흡연 등 상황에 맞춰 두 담배를 번갈아 피우는 것이 궐련만 흡연하는 것에 비해 더 해롭다고 생각할 만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네이처’의 자매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린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 연구팀(제1저자 김춘영 전문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궐련과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흡연자 집단의 심혈관 질환 위험 요인이 궐련만 피우는 흡연자의 그것보다 높다’는 사실이 입증돼 혼용 흡연 습관에 상당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중사용자, 니코틴 의존도와 우울 경험률 높아

연구팀은 2013~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19세 이상 남자 7505명을 비흡연자, 일반흡연자(궐련 단독 흡연자), 이중사용자(전자담배와 궐련 혼용 흡연자)로 나눠 각 집단의 대사증후군을 중심으로 심혈관 질환을 발생시키는 위험 요인의 유병률을 분석했다. 대사증후군은 심뇌혈관 질환 및 당뇨 위험을 높이는 고혈압, 고혈당, 혈중 지방, 비만 등 대사로 인한 신체 이상이 3가지 이상 나타나는 상태를 말하며, 이 경우 심장 및 혈관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보통 사람보다 2배 이상 높고 당뇨 발병 가능성도 10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위험해 심혈관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지표로 쓰이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중사용자는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비흡연자보다 2.79배, 일반흡연자보다 1.57배 높았다. 특히 대사증후군 판단 요소인 복부비만(허리둘레 기준 남자 90cm, 여자 85cm 이상), 고중성지방혈증(150㎎/㎗ 이상), 저HDL콜레스테롤혈증(40㎎/㎗ 이하) 수치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또한 니코틴 의존도 및 요중 코티닌(니코틴 대사산물) 수치가 일반흡연자와 비흡연자에 비해 증가했으며 스트레스 인지율과 우울 경험률도 높게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왼쪽)와 연구 제1저자 김춘영 전문의.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왼쪽)와 연구 제1저자 김춘영 전문의. [분당서울대병원]

요중 코티닌 수치는 니코틴 대사산물이 소변에 얼마나 함유돼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로, 이는 곧 ‘신체가 니코틴을 얼마나 흡입하고 대사했는가’를 의미한다. 의학계에 ‘요중 코티닌 수치가 높을수록 뇌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기헌 교수는 “요중 코티닌이 직접적으로 뇌에 이상을 유발한다기보다 니코틴을 대사하는 만큼 많은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신체로 들어와 뇌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니코틴은 자체 독성보다 중독성을 가진 것이 더 큰 문제”라며 “니코틴을 흡입할 때 신체로 유입되는 각종 중금속, 발암물질로 인해 문제가 커지는데, 니코틴이 이를 끊지 못하게 함으로써 결국 질병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적극적인 금연 치료 권장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전자담배 흡연자의 85% 이상이 이중사용자였으며, 이들의 금연 의지와 금연 시도율은 일반흡연자에 비해 높으나 평균 흡연량에선 차이가 없었고, 니코틴 의존도와 요중 코티닌 수치는 더 높게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자담배 흡연자가 상대적으로 금연에 더 관심이 많음에도 대부분 완전히 전자담배로 전환하거나 금연에 성공하지 못해 궐련과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함으로써 오히려 대사증후군을 비롯한 심혈관 질환 위험 요인에 노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김춘영 전문의는 “전국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대규모 표본 연구를 통해 궐련과 전자담배를 혼용하는 흡연 인구 집단의 특성을 규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결과만 가지고 전자담배와 궐련의 혼용 흡연과 복부비만 수치, 혈중 지방 농도 등 대사증후군의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국내에 전자담배가 본격 출시된 시점은 2017년으로 전자담배 사용 기간이 짧은 데다, 이번 연구는 표본집단의 추적 조사가 아닌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단순 조사 결과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전자담배만 사용하는 흡연자의 리스크를 일반흡연자와 비교하지 않았다. 이기헌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전자담배만 사용하는 흡연자의 표본이 작고 전자담배의 제조사별, 제품별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두 집단을 비교할 과학적 근거가 약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사용된 표본 크기는 비흡연자 3027명, 일반흡연자 4079명, 이중사용자 337명, 전자담배만 피우는 흡연자 62명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기헌 교수는 “이번 연구의 유의미한 성과 중 하나는 전자담배만 사용하는 흡연자가 상당히 드물다는 점”이라며 “전자담배와 궐련을 모두 사용하는 흡연자는 이번 연구를 통해 대사증후군을 비롯한 신체적, 정신적 리스크가 크고 심혈관 질환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만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인 금연 치료에 힘쓰거나 각 개인의 대사증후군 상태에 맞게 생활습관을 개선할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주간동아 1241호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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