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닌그라드 항구에서 훈련중인 러시아 함대.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의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이어 유럽연합 정상들은 10월25일 브뤼셀에서 회원 확대와 관련된 발전기금 협정에 최종 합의했다. 유럽연합 의장국인 덴마크의 안데르스 라스무센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는 성공적이었고, 역사적인 유럽연합 확대를 향한 중요한 전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유럽연합과 각국 지도자들의 합의와는 달리, 유럽연합 확대가 가입 희망국가 국민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 웹사이트에 올라 있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슬로바키아 69%, 폴란드 66%, 슬로베니아 55%, 에스토니아 54%, 리투아니아 53%, 말타 51%, 라트비아 44%, 체코 44%의 국민만이 해당국가의 유럽연합 가입을 지지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의 발트 3국은 유럽연합 가입으로 인해 인접한 강국인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예를 들면 칼리닌그라드를 둘러싼 유럽연합, 폴란드, 리투아니아 그리고 러시아 간 비자문제 같은 예민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러 본토와 600km 떨어진 특수성
칼리닌그라드는 발트해에 접해 있는 러시아연방 491개 주(州) 중 한 주로 1945년 포츠담회의에 따라 독일 영토에서 러시아 영토로 편입되었다. 이 지역은 러시아 본토에서 떨어진 고립 영토다. 북동쪽 국경은 리투아니아, 남쪽은 폴란드 서쪽은 발트해에 접해 있다. 15,100km2에 인구는 약 100만명. 가장 가까운 러시아 본토인 프스코프 시에서 600km나 떨어져 있다. 하지만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의 유일한 발트해 부동항(不凍港)이자, 러시아와 동유럽을 잇는 항구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인 칼리닌그라드는 두 나라가 2004년 유럽연합에 가입하면 유럽연합에 떠 있는 ‘러시아의 섬’이 될 것이다. 현재 칼리닌그라드 주민들은 폴란드, 러시아, 리투아니아 3국 간 무비자 협정으로 세 나라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솅겐조약에 따라 유럽연합 비회원국 국민들이 회원국을 여행할 때 반드시 비자를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가 유럽연합에 가입하더라도 지금처럼 칼리닌그라드 주민들이 비자 없이 본토로 통행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반면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는 유럽연합의 규정대로 비자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럽연합 역시 기존의 비자체제를 고집해왔다. 한편 칼리닌그라드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인근 국가들이 모두 유럽연합에 가입한다면 우리는 더욱 소외감을 느낄 것이다. 이 참에 차라리 독일로 복귀시켜 달라’는 주장을 펴,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했다.
팽팽한 논란으로 좀처럼 접점을 찾기 어려웠던 이 비자문제는 10월25일 유럽연합 정상들이 한 발 물러나면서 일단락됐다. 칼리닌그라드의 주민이 다른 러시아 지역을 왕래할 수 있는 ‘통행증’을 발급받도록 하는 임시방편에 합의한 것이다.
칼리닌그라드 문제는 유럽연합과 러시아 간 관계를 결정짓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유럽연합 회원국과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비회원국 간의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이는 확대를 시도하고 있는 유럽연합이 꼭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