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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김정은 위상 실추… 통일 10년 앞당겨질 것”

화정평화재단 주최 ‘북핵 및 한반도 정세 토론회’ 강연

“김정은 위상 실추… 통일 10년 앞당겨질 것”

[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세계 최강 미국을 상대로 무엇이든 다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갖고 폼 잡고 나왔다 미국에 업혀 넘어갔다(당했다는 뜻). 트럼프에게 뒤통수를 맞고 갔다. 최고지도자의 위상이 추락해 (통제력 약화로) 통일이 10년은 앞당겨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사진)는 동아일보사 부설 화정평화재단 · 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3월 4일 개최한 ‘북핵 및 한반도 정세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2월 27일과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도 없이 끝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큰 타격이 됐으리라는 분석이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은 이번 실패를 통해 톱다운 방식으로 협상하는 것의 한계를 느껴 앞으로 자신은 최종 서명만 하는 방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태 전 공사의 강연 및 화정평화재단 연구위원의 질의에 대한 응답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는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에게 밀려 미사일을 쿠바에서 철수시켰다. 동맹국 쿠바를 지켜준다는 약속을 깬 그는 2년 뒤 실각했다. 일당 독재인 공산주의 국가에서 최고지도자는 한번 흠이 잡히면 큰 문제가 된다.


“흐루쇼프, 쿠바 미사일 위기 2년 후 실각”

김정은은 이번에 엄청 당했다. 북한 3대 70여 년의 집권 기간 중 최고 존엄이 이번처럼 당한 것은 처음이다. 회담에 따라간 많은 수행원이나 알 만한 지도급 인사는 겉으로는 박수를 치면서도 속으로는 ‘젊은 지도자라 역시 좀 부족하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언론이 통제돼 일반 인민에게 알려지는 데는 3개월가량 걸릴 것이다. 최고지도자의 위상이 크게 타격을 입어 통일이 10년은 앞당겨질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김정은은 이번에 평양역에서 출발한 직후 그 소식을 알리는 등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회담 성공에 과욕을 부렸다. 전기 공급이 긴장한(부족한) 평양에서 밤늦게까지 불을 켜놓은 건물 사진을 내보내며 인민들이 하노이에 간 원수님을 생각하느라 밤잠을 못 이룬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아무런 성과도 없이 빈손으로 돌아오자 북한 ‘노동신문’은 베트남 국빈 방문 소식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는 것으로 바꿔버렸다. 



김정은이 이번 협상에서 경제 문제를 먼저 거론한 점은 그만큼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협상에서 정치·군사적 사항을 늘 우선순위에 둔 것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대북제재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타격이 더 클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 인민이 과거 ‘고난의 행군 10년’이나 화폐개혁 실패 등을 겪었으나 앞으로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처럼 그냥 앉아서 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폭력 항의 사태가 나타날 수도 있다. 중국 덩샤오핑은 경제발전 뒤 정치적으로 다원화해 분출된 요구를 군으로 눌렀지만 북한에서도 통할지 의문이다. 

김정은 귀국 후 곧바로 중앙당 조직부가 이번 협상 라인을 비판하고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검토할 것이다. 향후 톱다운 방식을 내세운 김영철 통일전선부 라인이 위축되고 리용호 외무상 협상 라인의 지위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톱다운 방식의 협상은 아마도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재미를 본 김영철 쪽에서 제의했을 것이고, 김정은도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실패를 통해 한계를 느꼈을 테다.


“북한 핵 동결에 핵물질 생산 중단도 포함해야”

3월 4일 개최된 ‘북핵 및 한반도 정세 토론회’에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3월 4일 개최된 ‘북핵 및 한반도 정세 토론회’에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이번 회담은 결렬됐지만 총체적으로는 성공한 회담이다. 지금까지 북·미 모두 북한 비핵화 순서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했다.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은 북한 비핵화 순서를 확실히 제시했고 북한도 이것을 알았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만으로 협상에 임했지만, 앞으로는 영변 외 핵시설 등에 대한 미국 측 요구에도 대응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이 직접 나서서 회담 진행과 결렬 과정을 다 지켜봤기에 지금까지와는 달리 더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방안으로 가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 

김정은이 제재 해제에 초조한 이유가 있다. 과거 군사지역에 들어서는 갈마해안관광지구는 올해 10월 10일까지 완공해 연간 관광객 1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제 겨우 골조만 완성됐는데, 삼지연과 신의주에도 특구를 조성 중이다.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으면 누가 오겠는가. 이번 회담에서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을 풀면 그 자체로는 1억5000만 달러(약 1689억4500만 원)가량 효과가 있었겠지만 중국의 제재 해제로 수십억 달러가 더 들어올 수 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에 따라 올해 말까지 해외에 나가 있는 근로자들이 돌아와야 한다. 북한 근로자를 고용한 (중국, 러시아 등) 외국 회사들의 우선 관심사항이다. 

미국은 김정은으로부터 핵 계획이나 핵 포기 선언을 받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여기에 NPT(핵확산금지조약)와 IAEA(국제원자력기구) 복귀 선언도 받아내야 한다. 이런 공식적인 틀에서 협상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어떤 협상도 쉽게 깨질 수 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를 얘기할 때 북한 핵 동결이 입구고 완전비핵화가 출구라고 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 외에 핵물질 생산 중단도 포함시켜야 하는데, 이 중요한 문제가 빠졌다. 지금부터라도 핵물질 생산 중단도 동결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번에 트럼프가 (영변 핵시설 폐기하고 대북제재를 풀어주는) 북한 제안에 동의했다면 트럼프 행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미국은 북한 핵·미사일 (폐기) 근처에도 가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이번 협상 결렬이 전략적으로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한동안 숨 고르기 하면서 북한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다 정리돼 찾아올 때까지 상당 기간 교착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20년 미국 대선 전까지 대북제재도 유지될 것이다.






주간동아 2019.03.08 1179호 (p46~47)

  • 윤융근 화정평화재단 · 21세기평화연구소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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