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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스마트 국방·드론 산업대전 - 김동성 금오공대 ICT융합특성화연구센터 센터장

“군과 기업의 가교가 돼 구미를 ‘한국의 브르타뉴’로”

“군과 기업의 가교가 돼 구미를 ‘한국의 브르타뉴’로”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경북 구미는 전자산업의 메카였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수많은 전자업체가 밀집해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LG디스플레이가 경기 파주에 대규모 공장을 지어 나가고, 삼성전자도 해외 및 수도권 인근에 주력 공장을 지으면서 구미국가산업단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해외 전자업체와 중소 전자업체가 남아 있다지만 아무래도 플래그십 역할을 해줄 대기업의 공백이 크게 느껴진다.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한화 등 3대 메이저 방위산업 기업들의 연구소 및 공장이 그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생산본부뿐 아니라 전함이나 잠수함에 들어가는 전투체계 설계를 맡은 해양시스템연구소가 구미에 있다. 한화는 지능형 뇌관신관 연구소를 두고 있고, LIG넥스원은 미사일 및 각종 전자장비를 위한 총괄공장이 구미에 위치한다. 한국군이 쓰는 미사일, 지뢰, 어뢰 대부분이 여기서 개발된다. 이들 방산업체가 생산하는 무기와 국방장비의 상당수는 최첨단 전자·통신기술의 집적체일 수밖에 없다. 구미의 전자업체들과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구미의 전자업체들이 방위산업과 연계를 통한 재도약을 모색하기엔 만만치 않은 장벽이 도사리고 있다. 즉 보안을 생명으로 삼는 방위산업의 특성상 일반 민간기업이 관련 무기체계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다. 설령 접근했다 해도 민간 범용기술을 통해 그 수요를 채워줄 수가 없다. 외부 접근이나 해킹을 철저히 차단할 수 있는 엄격한 보안기술이 다시 적용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딜레마를 풀어가려면 군의 무기체계와 특수한 보안 수요를 이해하면서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민간기업을 연계시켜줄 수 있는 제3자가 필요하다. 군의 신뢰를 확보할 만한 공공성을 갖춘 동시에 다양한 민간기술에 대한 해박한 정보도 가진 그 제3자의 역할을 누가 맡을 수 있을까.


민군융합의 허브 역할하는 금오공대

금오공대 ICT융합특성화연구센터가 개발 중인 국방기술들.무선총기제어시스템, 키패드장갑, 재난상황 데이터 수집 애플리케이션 MERCI, 원격 조정 전투로봇. (위에서부터 시계 반대 방향순) [사진 제공 · 금오공대]

금오공대 ICT융합특성화연구센터가 개발 중인 국방기술들.무선총기제어시스템, 키패드장갑, 재난상황 데이터 수집 애플리케이션 MERCI, 원격 조정 전투로봇. (위에서부터 시계 반대 방향순) [사진 제공 · 금오공대]

김동성 금오공대 ICT융합특성화연구센터 센터장은 바로 이런 필요를 토대로 민군 ICT융복합특성화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그 결실 가운데 하나가 지난해 금오공대 주최로 개최된 ‘국방 ICT융합 산학관군(産學官軍) 협력대전 및 정보화컨퍼런스’였다. 올해 열리는 ‘2018 대한민국 스마트 국방·드론 산업대전’은 그 연장선상에서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불리는 드론까지 추가돼 민간기업의 참여를 더 확대한 것이다. 

“금오공대(1979년 창립)는 금오공고(1972년 창립)와 함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학교법인 금오학원에 의해 세워졌는데, 국방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학비를 면제받은 금오공고 학생들은 졸업하면 육·해·공군 기술하사관(RNTC)으로 5년씩 복무했고, 금오공대 졸업생들도 기술직 군무원으로 많이 채용됐습니다. 금오공대 초대 학장을 맡은 이동호 박사도 해병대 소장 출신이었습니다. 1990년 교육부 산하 국립대로 전환됐지만 졸업생의 상당수가 군 관련 기술직에 있기 때문에 금오공대의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합니다. 다른 한편으론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한화 같은 방위산업 대기업과 공동연구를 통해 국방기술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국방산업에 관심 있는 구미지역 전자업체들의 관련 기술 개발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2014년 설립된 금오공대 ICT융합특성화연구센터는 군수 분야의 사물인터넷(IoT)화와 국방규격화, 전투무기체계 무선화 사업, 국방 드론 개발을 진행해오고 있다. 군수 분야의 IoT화는 육상무기부터 항공기와 전함 부품까지 모든 군수품이 정확히 어디에 있고, 이력이 어떻게 되며, 언제 수리하고 교체해야 하는지를 지능화하는 사업이다. 

국방규격화는 각종 군수품의 제작도면을 디지털화하고 규격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기준에 맞춰 표준화하는 사업이다. 또 한국군에서는 해킹 우려 때문에 군함이나 전투기 같은 전투장비의 경우 철저히 유선화해 사용하는데, 높은 보안성을 유지하는 무선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2014년 창립 준비 때부터 센터를 이끌고 있는 김동성 센터장은 실시간 시스템, 네트워크 전문가로 금오공대 융합기술원 원장 및 국방부 국방고위정보화책임관(CIO)협의회·해군 함정기술연구소 자문위원을 함께 맡고 있다. 

“미군이나 이스라엘군은 전용 소프트웨어나 전용 통신인프라를 통해 무선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데, 우리는 보안에 워낙 민감해 무선기술을 못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 무기체계를 운용하고 난 뒤 관련 데이터를 무선으로 다운받지 못하고 직접 메모리 카드를 꽂아서 뽑게 합니다. 무선으로 데이터를 전송받을 때 양방향 통신 중 한쪽만 열어놓고 다른 쪽은 차단하는 기술을 적용하면 해킹을 막을 수 있습니다. 공군에서도 항공기 통신은 4중망의 광통신으로만 이뤄집니다. 4중망 가운데 2개만 유선으로 쓰고 나머지 2개를 무선망으로 전환하면 에어버스 A380 항공기의 경우 무게를 2t이나 줄일 수 있어 연료 소모량도 낮출 수 있습니다. 우리 해군은 함포배열(육군의 영점사격에 해당)을 할 때 공군의 협조를 구해 전용기를 띄우는데 이를 대체할 드론을 메티스메이크라는 중소기업과 공동개발 중입니다.” 

금오공대 ICT융합특성화연구센터는 2014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지원사업(6년 지원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데 이어 올해에는 한국연구재단의 대학중점연구소 사업(9년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또 한화시스템과 손잡고 군용 소프트웨어 연구 사업을 진행 중이고, LIG넥스원 및 LIG시스템과는 방산공장을 가상공장과 실시간 연계하는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같이 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ICT융합특성화연구센터는 68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SCI급 논문 53건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5년간 40여 건의 관련 기술을 민간기업에 이전해 8억3000만 원이 넘는 기술이전료 수입(특허권 판매, 제품 판매량과 연계한 러닝 로열티 포함)을 올렸다. 미국 특허회사 인터디지털이 2016년에 사간 특허권 기술료만 1억8000만 원에 이른다. 5G통신에서 속도를 높이기 위해 계산복잡도를 낮추는 기술이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ICT융합특성화연구센터는 지난해 ICT미래인재 포럼에서 창의인재 부문 최우수상(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을, 올해엔 산학협력 부문 최우수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전자산업과 국방산업의 양 날개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연구센터의 민군융합 연구 주제 가운데 하나가 ‘이중화’다. 통신라인의 하나가 손실됐을 때 바로 여벌의 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구미지역에서 ICT융합특성화연구센터가 수행하는 역할도 그런 이중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수용 전자산업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국방산업이란 별도의 라인을 활성화해 구미국가산업단지의 숨통을 틔워주는 것. 

“그동안 국방산업이 보안만 강조하다 보니 적기에 민간기술을 수용하지 못하고 고립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어느 정도 해빙 분위기에 이르면서 방위산업이 수출 쪽으로 관심을 기울이게 돼 민군융합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수출할 때 단순히 장비만 파는 게 아니라 20년간 해당 부품의 유지·관리까지 같이 맡아야 하는데 이게 민간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거든요. 숙련된 전자업체가 몰려 있는 구미야말로 그런 바람직한 민군융합의 둥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의 경우 영국과 가까운 북서부에 위치한 브르타뉴 지역에 병기본부와 해군기술본부가 들어서고 전자산업이 발달하면서 국방산업의 요충지가 됐는데, 구미가 ‘한국의 브르타뉴’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구미가 전자산업 외에 국방산업이라는 두 번째 날개를 달기 위해선 경쟁해야 할 도시가 여럿이다. 군사령부가 집결된 대전, 바다를 면한 기술도시 경남 창원과 경북 포항 같은 도시도 국방산업에 관심이 많다. 대전엔 KAIST(한국과학기술원), 포항엔 포스텍이라는 국립대가 있다면 구미엔 ‘한국의 MIT’를 꿈꾸는 금오공대가 있는 셈이다. 

“경쟁 도시들을 생각하면 낙관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5년 전에 비하면 경북도나 구미시의 관심이 몰라보게 높아졌습니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스마트 국방·드론 산업대전의 규모도 커지고 참가 기업도 늘었으니까요. 우리 연구센터는 올해 산업대전에서 부대행사로 열리는 학술행사 ‘국방ICT융합 기술교류회’와 ‘국제산업 IT융합기술 워크숍’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민군 인적교류의 장을 만들고 관련 업체들과 필요한 기술 정보를 공유해나갈 예정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구미시에서 발 벗고 나서 국방산업 정부연구소나 기업연구소를 추가로 유치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 같습니다.”




주간동아 2018.11.02 1162호 (p32~35)

  • |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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