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55

2018.09.12

황승경의 on the stage

김군은 IS로, 예멘 난민은 한국으로…그들은 왜 엇갈렸을까

연극 ‘IS 김군, 그리고 시선’

  • 입력2018-09-11 11: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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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프로젝트 도쿠]

    [사진 제공·프로젝트 도쿠]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발생한 항공기 동시 다발 테러 사건(9·11테러)은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자살비행’으로 미국 심장을 겨눈 테러 주동자 오사마 빈라덴과 그의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IS’라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나타나 고대유적을 파괴하고, 여성들을 성노예로 삼으며, 참혹하게 살인·납치·학살·테러를 자행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원래 고(故) 김선일 씨 납치피살 사건을 일으킨 ‘AQI(이라크 알카에다)’로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무장단체였다. 이라크 최대 유전도시 모술을 장악하며 시리아까지 세력을 넓히고 스스로를 ‘IS(Islam state · 이슬람국가)’라 명명했다. 그들은 같은 이슬람교도까지 피도 눈물도 없이 살상한다.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도 IS와 절연하며 선을 그은 지 오래다. 

    우리에게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종교로 막연히 인식되던 이슬람교가 점점 불안과 공포로 뇌리에 각인되기 시작했다. 2015년 1월, 18세의 김모 군이 자진해 IS에 가입해 국민에게 충격을 안겼다. 그리고 3년 후 제주에 들어온 예멘인 난민 수용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김군 사건과 예멘의 난민 수용 문제 등 일련의 사회적 사건을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엮은 연극 ‘IS 김군, 그리고 시선’이 무대에 올랐다. 젊은 연출가 허지행(33)은 드라마의 기승전결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강연, 뉴스 아나운싱, 모노드라마 같은 다채로운 방식으로 극을 전개했다. 4명의 배우(이명신, 정다정, 최주선, 정지영)는 연기자이면서 작가 역할까지 겸하며 스터디, 인터뷰 등을 통해 사실에 입각한 진실에 다가가려 노력한다. 그들이 직접 제주까지 내려가 난민과 도민들을 인터뷰한 영상도 등장한다. 

    중학교를 자퇴한 은둔형 외톨이 김군이 I S와 접촉할 수 있었던 것은 I S의 화려하게 포장된 미디어 홍보 때문이다. 김군은 I S의 복지혜택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면서 믿음과 신뢰를 갖게 됐다. 연합군 폭격 당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군은 친동생에게 ‘(IS 합류를) 후회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연극 ‘IS 김군, 그리고 시선’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예멘인 난민 수용 여부에 대한 논란을 김군 사건의 연장선에 놓고 배우들의 인생 이야기와 함께 이어간다. 대본의 모호한 결말이 아쉽기는 하지만 참신한 전개방식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예멘인 난민은 왜 하필 제주에 왔을까. 연극은 쏟아지는 무수한 사건에 좀 더 근원적으로 접근할 것을 관객에게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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