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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게릴라의 개성만점 배낭여행(32)|중국 소림사

佛心은 사라지고 ‘무술 관광지’만 남았다

佛心은 사라지고 ‘무술 관광지’만 남았다

佛心은 사라지고 ‘무술 관광지’만 남았다

합장한 무술승의 얼굴엔 긴장감이 넘친다(왼쪽). 수십 명의 무술승들이 ‘남아당자강’ 음악에 맞춰일사불란한 무술을 선보였다.

중국 뤄양(洛陽)에서 험준한 암벽으로 둘러싸인 산세를 끼고 힘겹게 달려온 버스는 쑹산 소림사(少林寺) 앞 버스 정류장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중국 제일의 선종(禪宗) 사찰이자 소림파 무술의 본고장인 소림사에 말이다.

아, 드디어 내가 꿈에 그리던 소림사에 왔단 말인가. 갑자기 오금이 저렸다. 누군가 해검(解劒)하라고 외치는 것만 같았다. 아니, 어디선가 웃통을 벗어젖힌 구릿빛 피부의 승려가 사나운 얼굴로 차창을 깨고 버스로 날아들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어빠들~.”

집중해야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어눌한 말투로 화교 가이드가 마이크를 잡으며 분위기를 깼다. 그는 소림사에서 이미 두 시간 전부터 준비를 끝내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우리 일행은 중국 허난성 관광청 초청으로 소림사를 방문한 터였다.

중국에는 ‘중국공부경천하(中國功夫驚天下), 천하공부출소림(天下功夫出少林)’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 무술은 천하를 놀라게 하고 천하의 무술은 다 소림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무림강호의 구파일방(소림파 무당파 화산파 곤륜파 아미파 점창파 청성파 공동파 종남파와 개방) 중 무당과 소림을 일컬어 무림 양대 산맥이라 하고, 그중 소림을 으뜸으로 쳤다.



소림사의 기세는 실로 놀라웠다. 버스 정류장에서 소림사 일주문까지 이르는 1km 남짓한 거리에 오색 깃발을 든 소림 무술생 수백명이 줄지어 서 우리 일행을 환영했다. 하지만 두 시간 남짓 기다린 탓인지 아쉽게도 그들의 얼굴은 웃음을 잃은 채 굳어 있었다. 우리는 일주문을 향해 걸어갔다. 소림사 본찰은 아직 보이지도 않았다.

우리를 마중 나온 지객(知客·절에서 오고 가는 손님을 접대하고 안내하는 일) 스님은 앳된 얼굴로 노란 장삼에 붉은빛 가사를 두르고 있었다. 그 뒤에는 수십명의 동자승이 한껏 긴장한 얼굴로 합장하며 스님을 따르고 있었다.

임제종(臨濟宗)의 대가람인 소림사는 북위(北魏) 태화 19년(495년) 효문제의 명으로 천축에서 건너온 발타대사를 위해 지은 절이다. 하지만 소림사가 유명해진 것은 달마대사 덕분이다. 효명제(孝明帝) 효창(孝昌) 3년(527년) 남천축에서 온 달마대사는 소림사에서 9년간 면벽수행을 하고 깨달음을 전해 불교 선종의 시조(始祖)가 됐다.

동자승들의 간단한 환영 인사를 받은 뒤 우리는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공연장은 그 옛날 소림권을 연마하는 모습이 부조로 새겨진 벽 위. 이윽고 ‘황비홍’의 주제가인 ‘남아당자강(男兒當自强·남자는 강해야 한다)’이 흘러나오면서 찬란한 천년무학의 신비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佛心은 사라지고 ‘무술 관광지’만 남았다

1_ 소림사의 석조 일주문. 2_ 소림사 야경. 3_ 소림을 이끌던 장문인들의 사리가 안치된 탑림.

달마대사가 9년간 면벽수행 … 이젠 관광지로 탈바꿈

20여 명씩 무리지어 무대에 선 무술승들은 중국 영화에서 본 그대로 일사불란하게 형(形)을 이루며 거침없이 창공을 베고 대지를 흔들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때로는 꽃잎이 흩날리듯 유연하고, 때로는 먹이를 챈 독수리가 비상하듯 용맹스러웠다.

소림 무술은 면벽수행하던 달마대사가 들짐승의 공격을 피하고 심신을 단련하기 위해 수련하면서 시작됐다. 달마대사는 시간나는 대로 쇠사슬, 장(杖), 곤(棍), 검 등을 이용한 동작을 연구하고 단련했다.

이 도구들은 후세에 달마련, 달마장, 달마검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후 짐승이나 조수의 호흡과 자세를 연구해 창안한 것이 그 유명한 나한수(羅漢手)다. 이는 후대에 꾸준히 연구되고 새로운 보법이 가미돼 소림오권(少林五拳)으로 완성됐다. 소림오권은 동물들의 동작과 특징을 본떠 고안한 것으로 용권(龍拳) 호권(虎拳) 표권(豹拳) 사권(蛇拳) 학권(鶴拳)을 일컫는다.

일정에 쫓겨 무술승들과 제대로 뒤풀이도 즐기지 못한 채 우리는 여운만 남기고 탑림(塔林)으로 향했다. 탑림까지는 걸어서 이동하며 천년고찰 소림사의 풍치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예전에 이연걸이 주연한 영화 ‘소림사’에서 이 탑림을 보았던 생각이 난다.

쑹산은 태실봉(太室峰)과 소실봉으로 나뉘는데, 소림사는 소실봉의 계곡에 있기 때문에 소림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은 계곡이라기보다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아늑한 분지에 가까웠다.

탑림은 4000m2에 이르는 산기슭에 소림을 이끌던 장문인들의 사리가 안치된 곳으로, 다양한 형태의 탑이 232좌나 들어서 있다. 사실 보고 나서 알았지만 이곳은 중국 무술영화의 단골 촬영장소라고 한다.

이어 우리는 소림사 탐방의 백미라는 소림선종 음악대전(少林禪宗 音樂大典) 공연장으로 향했다. 어둠이 짙게 내린 산자락은 자연스럽게 스크린이 됐고 그 위에 멋스러운 인공 달 하나가 떠 있었다. 흐르는 계곡 물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사찰의 풍경소리, 낭랑하게 들려오는 독경소리, 목탁 두드리는 소리…. 무뎌진 불성을 일깨우는 자연의 조화는 실로 경이로웠다. 이것이 바로 선(禪)이고 법(法)이 아니겠는가. 오래간만에 내 귀가 호사를 누린 것 같았다.

소림사를 돌아본 후 마치 꿈에 그리던 별 하나를 따버린 느낌이었다. 그런데 왜 이리 석연치 않은지 모르겠다. 승가람의 진면목이 관광지로 탈바꿈하고 승려가 광대로 변해버린 현실 때문일까? 소림사를 떠나며 착잡하고 아쉬운 마음이 가슴 한구석에 남았다.

Tips



소림사는 중국 허난성 덩펑(登封)현 쑹산에 자리하고 있다. 뤄양에서 버스로 1시간30분, 정주에서는 3시간 정도 걸리며, 한 번 돌아보는 데 반나절쯤 걸린다. 현지 여행사의 소림사 투어를 이용하면 비용은 120위안(약 1만5600원). 여기에 가이드비와 입장료, 점심값이 포함된다.




주간동아 2007.06.19 590호 (p84~85)

  • 글·사진 이창환 www.tuktu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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