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회 진행방식은 단순하다. 국내외 9개국 모터사이클 라이더(운전자)들이 금강산에 모여 모터사이클로 금강산을 ‘질주’하기만 하면 되는 것. 순위를 가리는 것도 아니고, 대회 이름 그대로 ‘투어링’이다. 이 대회는 세 가지 목적에서 창설됐다. 경관 수려한 북한 땅을 모터사이클로 달려본다는 것 자체가 흥미 있다는 점, 남북한 긴장완화와 교류증진이라는 금강산 관광의 의미를 환기시키는 이벤트라는 점, ‘폭주족’으로 대변되는 모터사이클 라이더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지난해 1회 대회가 개최됐고, 앞으로 세 번 더 열릴 계획이다.
80km 코스 시속 60km ‘안전운행’

오후 코스는 온정각 휴게소에서 만물대 입구인 만상정까지. 과연 북한 땅을 모터사이클로 달려본 소감은 어떨까. 유럽에서 온 한 라이더는 “무거운 모터사이클을 싣고 바다를 건너왔는데 투어링 코스가 너무 짧다(too short)”고 말했다. 이번 대회 투어링 코스는 대략 80km 정도. 처음 참가한 윤귀동씨(바이크 매니어클럽 회장)는 “실제로 보니 북한측이 금강산 주변 자연을 원형대로 잘 보존하고 있어 놀랐다. 한국에서 달릴 때 경험하지 못했던 자연과의 일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대체적 평은 “재미있었다”는 것.
이 대회를 개최한 대한모터사이클연맹은 당초 외국에서 많은 라이더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국제모터사이클연맹도 대회 취지에 공감, 이례적으로 4만 달러를 지원하는 한편, 적극적으로 세계 각국에 이 대회를 홍보해 줬다. 그러나 서해교전이 발생하면서 이러한 기대는 무너졌다. 일본의 경우 100여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가 서해교전 직후 80%가 취소했다. 지난해 첫 대회 참가자는 국내 라이더 중심으로 200여명이었으나, 올해는 93명에 그쳤다. 그러나 신준용 대한모터사이클연맹 회장은 “서해교전에도 불구하고 2회 대회를 예정대로 열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모터사이클연맹은 내년엔 육로로 금강산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금강산으로 가는 육로만 열린다면 이 대회도 지금과는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일단 참가비가 10만원 안팎으로 크게 내리고, 현재 3박4일인 대회 일정도 1박2일이면 가능해진다. 배로 갈아타지 않고 서울에서 금강산까지 곧장 모터사이클로 질주할 수 있게 된다면 가장 환상적 드라이브 코스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 견해다. 신회장은 “스쿠터, 배달용 오토바이에 이르기까지 참가자가 쇄도할 것이다. 내년에 육로대회가 이뤄지면 연도 수에 맞춰 2003명을 참여시킬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2003년, 서울에서 금강산까지 거대한 모터사이클의 물결이 이어지는 장관을 지켜볼 수 있을까. ‘폭주족’이 평화의 전령으로 바뀔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