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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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위·이승엽 세계를 향해 쐈다

같은 날 美 아마추어 골프 최연소 우승·300호 홈런 신기록 … 폭발적 장타·美 프로무대 진출 꿈 ‘닮은꼴’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이조년/ 골프칼럼니스트 huskylee1226@yahoo.co.kr

    입력2003-06-25 13: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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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22일 두 ‘젊은 영웅’이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위성미(14·미국명 미셸 위)가 미국 아마추어골프대회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고, 이승엽은 세계 최연소 300호 홈런 기록을 새로 썼다. 미국 언론은 “위성미의 상품가치가 타이거 우즈를 능가한다”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고, 미국 LPGA는 실력과 흥행성을 겸비한 위성미의 프로 진출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눈치다. 세계 최연소 300호 홈런 기록을 갈아치운 이승엽은 ‘파리채 타법’으로 메이저리그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혜성같이 나타난 한국계 ‘골프 천재소녀’ 위성미가 세계 골프계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183cm의 키에서 뿜어내는 300야드의 파워풀한 장타와 미모는 골프 팬들을 매료시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세계 언론과 골프 관계자들은 출전 대회마다 골프 역사를 새로 쓰는 위성미를 여자 타이거 우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위성미는 6월22일(현지시간) US여자아마추어 퍼블릭링크스챔피언십에서 대역전극을 펼치며 역대 최연소 우승을 달성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팜코스트의 오션해먹골프장(파72)에서 36홀 매치플레이로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 비라다 니라파스퐁폰(21·태국)을 35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1홀 차로 물리치며 우승컵을 품에 안은 것.

    이로써 위성미는 1996년 박지은이 세운 US여자오픈 최연소 출전(16세) 기록을 갈아치운 데 이어 2000년 캐서린 카트라이트가 세운 미국 아마추어대회 최연소 우승기록(17세)까지 경신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번 대회 우승은 위성미가 네 번째 도전 만에 일궈낸 값진 승리다. 위성미는 열 살 때 이 대회에 첫 출전, 최연소 출전 기록을 경신하며 주목받았다.

    퍼블릭링크스챔피언십은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은 대회이나 미국 골프협회가 주최하는 13개 전국대회의 하나로 최고 권위의 US여자아마추어선수권에 버금가는 대회다. 따라서 이번 우승은 위성미가 명실상부한 미국 아마추어 챔피언에 올랐음을 입증하는 쾌거다.

    22일 벌어진 4라운드 경기는 니라파스퐁폰이 초반 맹타를 휘두르며 기선을 잡고, 위성미가 끈질긴 승부근성으로 후반 전세를 뒤집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위성미는 초반 2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좋은 출발을 했다. 그러나 뒤이어 니라파스퐁폰이 3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자 위성미는 4번홀에서 보기로 무너졌고, 니라파스퐁폰이 바로 5번과 7번홀, 8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4홀 차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위성미는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플레이를 풀어나간 끝에 9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했고 11번홀에서는 상대방의 보기로 다시 기회를 맞았다. 위성미의 파이팅은 13번홀과 14번홀에서도 계속돼 2개 홀 연속 버디퍼트를 성공시키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상대와 5개홀을 나란히 파 세이브하며 팽팽한 승부를 펼치던 위성미는 20번째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22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은 니라파스퐁폰에게 2홀 차로 뒤졌다.

    하지만 위성미는 전혀 흔들림 없이 23번, 24번, 27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기록했고 급기야 25번홀에서 상대의 보기로 2홀을 앞서 나갔다. 29번홀에서 드라이브샷이 해저드에 빠져 1홀 차 승부로 좁혀졌고 34번홀(파4)에서도 드라이브샷을 해저드로 보내 또다시 보기를 범하면서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신은 35번홀에서 위성미를 선택했다. 니라파스퐁폰이 1m도 채 안 되는 버디퍼트를 놓치면서 위성미가 1홀 차로 우승컵에 키스한 것. 열 살 때 이 대회에 첫 출전한 후 네 번째 도전 끝에 우승컵을 안는 순간이었다. 위성미가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섯 살 때 골프채를 처음 잡은 위성미는 일찌감치 하와이 주니어 무대를 휩쓸며 재목으로 평가받았다. 11살 때는 미드 퍼시픽 골프장(파72)에서 벌어진 하와이 여자 챔피언십에 출전, 3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기록, 합계 4오버파 2백20타(73-75-72)로 일본계 레이첼 교노(18)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2003년 3월 위성미는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에 아마추어 초청선수로 출전해 메이저대회 사상 최연소 컷오프 통과 기록을 세웠다. 위성미는 나비스코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쳐 88년 캐롤린 케기(미국)가 수립한 대회 아마추어 18홀 최소타 타이 기록이자 미국 LPGA투어 18홀 아마추어 최소타 타이 기록을 수립하며 공동 9위에 올라 화제의 중심에 서기 시작했다. 당대 최고의 선수인 아니카 소렌스탐조차 “앞으로 10년만 있으면 무조건 미셸 위 시대가 온다. 거의 모든 대회를 휩쓸 것이고 다른 선수들과의 격차도 엄청날 것”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위성미는 대학을 졸업한 뒤 프로에 진출할 계획이다. 앞으로 7~8년 후에나 투어에 뛰어들게 되는 것.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5월 특집기사를 통해 위성미의 몸값이 현재 가치로도 1000만 달러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유색인종에 대해 인색하기 짝이 없는 미국언론조차도 위성미를 ‘남자 타이거 우즈’로 평가하면서 그녀의 몸값을 부풀리고 있는 것. 벌써부터 위성미는 언론이나 경제연구소 등으로부터 5000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96년 타이거 우즈가 프로에 데뷔할 당시 몸값은 4년간 4000만 달러 수준이었다. 위성미에 대한 평가가 다소 부풀려진 감은 있지만 굳이 물가 상승률을 비교하지 않더라도 위성미의 몸값은 우즈를 뛰어넘는다. LPGA가 PGA의 10분의 1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위성미에 대한 이런 평가는 그의 장타를 본 팬들의 반응처럼 ‘경악할’ 수준이다. LPGA는 위성미가 프로에 뛰어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위성미가 LPGA의 시장가치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핵폭탄’이기 때문이다.

    미셸 위 현재 가치 1000만 달러 이상

    위성미는 LPGA 칙필A 채리티, 숍라이트 클래식(7월), 제이미 파 크로거 클래식(8월), 세이프 웨이 클래식(9월) 등 5개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위성미는 또 10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CJ 나인 브릿지에도 출전할 계획이다. 한국 팬들에겐 위성미의 호쾌한 샷을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미셸 위·이승엽  세계를 향해 쐈다
    위성미가 미국 아마추어골프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운 6월22일 한국에선 이승엽이 세계 최연소 300호 홈런 고지를 밟았다. 95년

    5월2일 이승엽은 광주구장에서 열린 해태와의 원정경기에서 해태 선발 이강철의 커브를 받아쳐 우월 솔로홈런을 날렸다. 얼굴에 여드름 자국이 채 가시지 않은 19살의 앳된 소년 이승엽이 ‘국민타자’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8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난 6월22일 대구의 밤하늘엔 다시 흰 별 하나가 높게 떠올랐다. 이승엽은 가운데서 몸쪽으로 쏠린 SK 김원형의 직구를 힘차게 걷어올렸고, 둔탁한 파열음을 내며 100m를 날아간 백구(白球)는 야구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섰다. 이승엽은 빨랫줄처럼 날아가는 타구를 보며 사자처럼 포효했고, 관중들은 세계 최연소 300호 홈런을 기록한 젊은 영웅의 포효에 천둥 같은 함성으로 답했다. 전광판 위에서 300발의 축포가 밤하늘을 수놓는 가운데 이승엽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다이아몬드를 돌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승엽은 “베이스를 돌면서 관중의 환호를 듣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이젠 시즌 40홈런, 50홈런을 노리겠다. 시즌이 끝난 후엔 큰 무대에 서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엽의 300호 홈런은 26세 10개월 4일, 경기수로는 프로 데뷔 9시즌째 1075경기 만에 이룬 대기록이다. 종전 기록보유자는 일본의 야구영웅 오 사다하루(왕정치)였다. 오 사다하루는 27세 3개월 10일째에 300호 홈런을 쳐냈다. 메이저리그에선 평균연봉 2500만 달러를 받는 슈퍼스타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가 세운 27세 8개월 6일이 최연소 300호 홈런 기록이다. 이승엽에게는 한화 장종훈이 87년 이후 기록중인 331개의 한국 최다홈런 기록을 추월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나아가 오 사다하루가 59년부터 22년 동안 터뜨린 868홈런, 행크 아론이 54년부터 23년간 기록한 755개의 홈런 기록을 경신하는 것도 ‘이루지 못할 꿈’이 아니다. 300호 홈런을 쏘아올린 이승엽은 곧바로 다음 목표를 향해 한걸음 나아갔다. 300호 홈런을 때린 바로 다음 타석에서 끝내기 그랜드슬램을 날린 것.

    이승엽이 야구를 시작한 것은 동덕초등학교 4학년 때 대구에서 열린 ‘멀리 던지기’ 대회에 출전해 3위에 입상하면서부터다. 체구에 비해 유난히 강한 어깨가 야구부가 있던 중앙초등학교 관계자들의 눈에 띄었고, 이후 경상중 경북고를 거치며 각종 대회에서 우수투수상 최다홈런상을 독차지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이승엽의 프로 생활은 뜻하지않게 시작됐다. 95년 고등학교 졸업 후 원래는 한양대에 진학할 예정이었으나 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이 체육특기자 합격선을 넘지 못하는 바람에 계약금 1억3200만원 연봉 2000만원을 받고 삼성에 입단한 것. 당시 교육부는 체육특기생이라도 대학에 진학하려면 수능에서 최소한 40점(200점 만점)을 넘어야 한다는 대입요강을 신설했고 이승엽은 이 규정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승엽은 수능 점수가 나빠 떨어진 뒤 한양대 합숙소에서 울며불며 재수하겠다고 버텨 또 다른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수능 점수가 좋았거나 재수를 해서 대학에 입학했다면 최연소 300호 홈런이라는 대기록의 달성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 시즌 최고 홈런 기록에도 도전

    183cm, 85kg의 이승엽은 홈런타자치고는 평범한 체구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타자인 최희섭이나 이승엽에 이어 홈런더비 2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의 ‘헤라클레스’ 심정수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이승엽은 루키 시절엔 홈런 13개를 친 중거리 타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이승엽이 슬러거로 거듭난 데는 백인천 감독의 공이 컸다. 투수력이 약했던 삼성은 이승엽의 투수로서의 능력에 방점을 찍었고, 이승엽의 포지션도 처음엔 투수였다. 그러나 백인천 삼성 감독(현 롯데 감독)에 의해 ‘대포’로서의 자질이 드러났고 이승엽은 곧바로 타자로 옷을 갈아입는다. 이승엽도 “백인천 감독으로부터 투수들을 상대하는 법을 배웠다. 볼 배합과 투수의 특징을 파악하는 데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다”고 했다.

    미셸 위·이승엽  세계를 향해 쐈다
    이승엽은 선구안을 바탕으로 방망이의 원심력을 최대한 이용해 홈런을 만들어내는 선수다. 특유의 파리채 타법과 타고난 승부근성도 큰 장점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이승엽은 “조금만 가다듬으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콜로라도 로키스 스카우트인 마이크버거는 “이승엽은 젊다. 또 아무나 한 시즌에 5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승엽의 성공 가능성을 점쳤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도 많다. 왼손 투수에게 약하고 몸쪽 변화구에 약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리고 깔끔한 성격도 메이저리그에 적응하는 데 걸림돌로 지적된다. 국내 최고의 타자였던 이종범이 일본에서 실패한 것과 일본을 대표하는 ‘괴물 슬러거’ 마쓰이 히데키가 메이저리그에서 그저 그런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승엽에겐 부담이다.

    로또 열풍이 거세던 지난 2월 미국 하와이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던 이승엽은 한국에 전화를 걸어 아내에게 로또복권을 사놓으라고 했다고 한다. 국내 최고 연봉인 6억3000만원을 받고 있는 이승엽도 수백억원에 이르렀던 로또 당첨금에 솔깃할 수밖에 없었던 것. 하지만 이승엽에겐 운으로 로또에 당첨될 확률보다 미국에서 실력으로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 박찬호는 올 시즌 형편없는 성적을 내고 있지만 텍사스와 다년 계약(5년간 총액 6500만 달러)을 맺은 터라 LA다저스 시절 벌어들인 돈과 앞으로 받을 돈을 합치면 수입이 1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승엽도 올 한국 리그에서 한 시즌 홈런 최고기록(99년 이승엽 54개)을 갈아치운 뒤 미국에 진출해 실력으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방망이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인 이승엽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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