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11월 4일 청와대에서 팀 핀첨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투어 커미셔너로부터 프레지던츠컵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프레지던츠컵은 미국과 인터내셔널팀(유럽 제외) 간 남자 프로골프 대항전으로 10월 6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다. 왼쪽부터 최경주 인터내셔널팀 수석부단장, 닉 프라이스 인터내셔널팀 선수단장, 박 대통령, 팀 핀첨 커미셔너, 제이 하스 미국팀 선수단장.
우리나라에는 1958년 9월 창설돼 지난달 58회 대회를 치른 ‘한국오픈’이 내셔널타이틀 대회다. 물론 프로대회의 시작점을 두고 따지자면 58년 6월 시작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선수권’이 몇 달 앞서지만, 대회 상금과 전통, 출전 선수와 스폰서 등에서 한국오픈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전통과 역사를 따진다면 프로대회들보다 더 오래된 골프대회가 올해 62회 대회를 치른 ‘허정구배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이다. 1954년 재개장한 서울컨트리클럽(CC)에서 열린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이 국내 대회의 시초다. 6·25전쟁 직후 정권의 비호를 받으며 골프장이 조성된 만큼 이 대회 마지막 날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참석해 우승 시상을 했다. 이 대통령이 골프를 즐긴 기록은 없다. 하지만 당시 주말이면 일본 오키나와로 골프 치러 떠나는 미군 장교들을 국내에 머물게 하기 위해 전후 복구비용에서 골프장 조성 자금을 충당했으니, 60여 년 전 한국 골프란 군사외교를 위한 전유물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매년 ‘대통령배(盃)’가 앞에 붙던 이 대회 명칭은 1975년 10월 ‘사회 특수층이 즐기는 골프에 대통령배 이름을 붙이는 건 위화감을 준다’는 정권 판단에 따라 변경된다. 이듬해 23회 대회부터 첫 이름인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으로 되돌아간 것. 국민적 인기와 관심을 받는 축구대회 이름이 ‘박스(Park’s)컵’으로 존치될 수 있었던 것과는 상황이 달랐다. 이 대회는 2004년 50회 대회부터 대한골프협회장을 지낸 ‘허정구’ 삼양통상 창업자의 이름을 앞에 붙이면서 오늘날 명칭으로 자리 잡았다.
10월 6일부터 인천 송도에서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을 우리말로 바꾸면 ‘대통령배’가 된다. 1994년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투어 커미셔너 임기를 시작한 팀 핀첨의 첫 번째 야심작이 바로 프레지던츠컵이다. 핀첨은 20년 넘게 장기집권하면서 골프대회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만든 주인공이다. 페덱스컵을 만들었고, 중국과 남아메리카에 PGA 3부 투어를 열었으며, 투어 상금 규모를 5배 이상 키웠다. 골프 시장을 키운 건 타이거 우즈라는 슈퍼스타의 힘이 더 컸던 게 맞다. 하지만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투어를 키운 건 순전히 핀첨의 역량이라고 보는 게 옳다.
변호사 출신으로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 백악관 자문을 지낸 핀첨은 부시 대통령 부자를 끌어들여 프레지던츠컵의 원형을 만들고 거기에 다양한 가치를 부여했다. 그래서 역대 대회의 명예의장은 항상 주최국 대통령이나 총리가 맡았다. 1994년 1회 대회가 열릴 당시 제럴드 포드 대통령부터 조지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까지 5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이 대회 명예의장을 맡았다. 2003년 대회 명예회장은 타보 음베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었다. 당시 우즈는 출전하지 않기로 했었는데, 평화의 아이콘이던 넬슨 만델라가 출전을 요청하면서 우즈가 마음을 바꾼 일화도 있다. 2011년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는 골프를 하지는 않지만 명예의장으로 참여했다. ‘대통령배’라는 이름 자체가 권위이자 가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