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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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학생은 왜 ‘국문과’ 선호하나

서울시내 국문과 대학원생 3명 중 1명꼴 … “귀국 후 한국어 교사 할 것”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입력2010-07-19 16: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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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유학생은 왜 ‘국문과’ 선호하나
    얼마 전 인터넷뉴스 사이트에 ‘서울 6개 국문계열 대학원생 중 30%가 외국인’이라는 기사가 떴다. 사실일까? 아무리 한국어 열풍이라지만 국문계열 대학원생 3명 중 1명이 외국인이라니. 학부 때 국어국문학(이하 국문학)을 전공한 기자도 어려워한 ‘통사론’ ‘인지론’ 등 심화과정을 공부하는 노란 머리 외국인의 모습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서울시내 대학 위주로 그 기사 내용을 확인해봤다. 결과는 ‘Yes’. 서울시내 6개교 국어국문과(이하 국문과)·국어교육학과(이하 국교과) 등 국문계열 대학원 석·박사 전체 703명 중 외국인은 231명. 32.8%, 약 3분에 1에 달한다. 서울대는 재학생 78명 중 33명(42.3%), 연세대도 199명 중 76명(38.1%)이 외국인이다.

    10대 1의 입학 경쟁률 인기 반영

    이들이 한국에 온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외국에서 한국어 교사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 교육이 세계적으로 각광받은 2000년도 이후 본격적으로 외국인 국문과 석·박사가 늘었고 대다수 학생이 세부전공으로 한국어 교육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한양대 국교과 박사과정 왕소한(32·중국) 씨는 “나를 비롯한 같은 과 학생 대부분이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어 교수나 강사가 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왕씨는 “우리 과에는 이집트에서 온 친구도 있는데, 이집트에는 한국어 교사가 거의 없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국문과 김유중 교수는 “외국인 재학생의 절반 이상이 현지로 돌아가서 한국어, 한국학 관련 교수가 되길 원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문계열 대학원에 외국인 학생이 증가한 현상은 외국인 유학생 수가 늘어난 것과도 관계가 있다. 정부는 2004년부터 유학생 유치 장려정책인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를 추진해 외국인 학생들에게 장학금, 생활자금을 보조해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출범 당시 세웠던, 2010년까지 외국인 유학생을 연간 5만 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는 이미 달성해 현재는 2012년까지 연간 10만 명으로 확대한 새 목표를 세울 만큼 유학생이 급증했다.

    또한 각 학교가 국제화 지수를 높이고자 외국인 학생에게 파격적인 장학금 혜택을 준 것도 한몫했다. 고려대의 경우 외국인 학생에게 등록금의 75%를 장학금으로 돌려준다. 즉, 외국인 유학생들은 등록금의 25%만 내면 된다. 게다가 학생의 형편, 실력에 따라 100% 장학금, 생활보조금 등을 제공해 외국인 학생의 경제적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한편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한국에서는 한국 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다른 학문에 비해 이점이 많다. 서울대 국문과 권영민 교수는 “현재 서울대 인문대학의 외국인 대학원생 20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국문과 학생이다. 국문학은 한국이 본토니 이왕 한국에서 공부할 거면 국문학을 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국문과 김정숙 교수는 “지난해 국문과 대학원은 외국인 학생 경쟁률이 10대 1을 넘을 만큼 인기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국어학, 한국어학뿐 아니라 고전문학, 현대문학 전공자도 늘었다. 이는 한국 문학을 세부전공으로 해 통·번역을 특기화하려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고려대 국문과 박사과정 니콜라 프라스키니(28·이탈리아) 씨는 “이탈리아에는 한국 문학이 많이 소개되지 않아서 그 분야를 전공해 한국 문학 번역 일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한국 기업 입사를 염두에 두거나, 한류의 영향을 받아 한국 대중문화를 자국에 소개하겠다는 계획으로 국문학을 택한 학생들도 있다. 고려대 국문과 석사과정 왕허난(23·중국) 씨는 “구체적으로 진로를 정하진 않았지만 세계 13대 경제대국인 한국의 언어를 할 줄 알면 어떻게든 도움이 되리란 생각에 국문학을 택했다”고 말한다.

    국가 브랜드 가치 높이기에 일조

    외국인 유학생은 왜 ‘국문과’ 선호하나

    이탈리아 출신 프라스키니 씨는 고려대 백주년 기념관에 새겨진 고은 시인의 시를 유난히 좋아한다.

    외국인 유학생의 급증은 대학으로선 반가운 일이지만 강의실에서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한국어 강의를 따라가지 못하는 유학생이 늘었기 때문. 외국인 유학생들은 대부분 대학이 요구하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 이상의 실력을 갖춘 데다, 한국에서 4개월 넘게 한국어 공부를 해서 일상적인 의사소통에는 어려움이 없는 편이다. 그러나 전공수업에 필요한 전문용어나 개념을 이해하는 데는 충분치 않다.

    서울대 국문과 모 교수는 “우리 학교는 나은 편이지만, 기본이 안 된 유학생들 때문에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일이 잦다”고 지적했다. 실제 취재 중 만난 외국인 국문과 대학원생들은 ‘인지’ ‘선험’ 등 고난도 단어를 거리낌 없이 사용했지만, 이 수준에 못 미친 유학생들도 있다. 한양대 국문과 모 교수는 “정말 우수한 외국인 학생은 학습 내용의 80% 정도를 이해한다. 나머지는 절반 이하를 이해하는데, 정말 심한 경우는 분반 수업을 하거나 따로 공부를 시킨다. 다른 학생에게 피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국문과 석사과정 한 한국인 학생은 “지난 학기 중국 출신 유학생과 함께 수업을 했는데 일상어만 가능한 수준이라 개념을 일일이 설명해주다 보니 진도가 늦어 목표한 만큼 공부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외국인 유학생의 국적이 중국에 편중된 것도 문제다. 이화여대의 경우 국어계열 외국인 대학원생 32명 중 중국 학생이 14명이고 미국, 말레이시아, 미얀마, 인도 출신 학생은 1명씩이다. 한양대는 외국 출신 국문과 대학원생 17명 중 16명이 중국인이다. 고려대 국문과 대학원 황림화(32·조선족) 씨는 “전에는 한국어 교육 공부를 위해 김일성대학 등 북한으로 가는 학생이 많았는데 최근 10년간은 한국 유학이 유행”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양대 국문과 한민 교수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학생들이 와야 열린 사고로 공부할 수 있고, 세계에 한국어를 더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외국인 학생이 늘고 있는 국문과 석·박사 수업에 대해 교수와 학생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특히 외국 학생들이 모국어와 비교하면서 국문학을 다양하게 분석한다는 점을 강점으로 든다. 김유중 교수는 “외국인 학생이 색다른 견해나 의견을 제시해 수업 내용이 풍요로워진다”고 했다. 프라스키니 씨는 “지난 학기 한국 현대문학 스터디 때 내가 이탈리아 근·현대 시의 특징 등을 발표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어 교육 수업의 경우 외국인 학생들이 이미 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운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을 살려 학습방법 개발에 도움을 준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의 고급 언어를 공부하는 학생이 늘어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이익이다. 국립국제교육원 정부초청장학생팀 김덕기 팀장은 “한국어 학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결과적으로 국가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통(通)을 넘어 한국어통(通)이 될 그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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