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4

2004.09.30

계속되는 ‘지방 공항’의 전설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4-09-22 15: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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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중소도시에 터를 잡은 공항들은 제가끔 구전(口傳)되는 ‘전설’이나 ‘신화’ 하나쯤은 갖고 있다. 대개는 정치인의 ‘고향 사랑’에서 연유한 것이다.

    “추석 같은 명절이라면 모를까, 평소엔 ‘파리 날리는’ 쫛쫛공항은 A정치인이, 도저히 필요가 없어 보이는 △△공항은 B정치인이 힘을 써 어렵게 유치했다.”

    경북 예천공항은 항공사가 모두 철수해 ‘푹 쉬고’ 있다. 공군 공항에 400억원을 퍼부어 터미널을 완공한 게 2002년이니 2년도 채 안 돼 을씨년스러운 건물만 남은 것. 중앙고속도로가 새로 뚫려 서울에서 예천이 2시간 반 거리니 귀성객도 러시아워만 피하면 비싼 돈 주고 비행기를 탈 이유가 없다. 새로 짓는 전남 무안공항이나 전북 김제공항도 이쯤 되면 ‘묘수’가 없는 한 미래가 ‘빤하다’. 서해안고속도로는 예전(2001년)에 뚫렸고, KTX(고속철도)는 벌써부터 매서운 속도로 내달린다. 인구밀도 높지 않은 곳에 짓는 경북 울진공항 역시 ‘예천’ 신세를 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양양은 김포-하네다 셔틀이 생기기 전 서울에도 없던 국제공항을 갖고 있다. 그러나 3500억원을 쏟아부은 양양국제공항을 오가는 항공편은 양양-부산 1개 노선에 불과하다. 정기 국제노선은 애당초 없었고, 대한항공이 수지를 도저히 맞출 수 없다며 9월 초 서울-양양 노선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에 ‘손실보전금’까지 주면서 “운행해달라”고 매달려온 자치단체에 양양국제공항은 ‘애물단지’나 다름없다.

    공항을 짓게 한 옛 정치인들의 ‘고향 사랑’을 탓할 수만은 없는 노릇. 후배 정치인들은 추석을 눈앞에 둔 9월14일 빈사상태에 빠진 공항을 살려야 한다며 정부가 지방 공항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역구에 공항이 자리한 신국환 의원(무소속, 문경·예천) 등이 서명하고, 정문헌 의원(한나라당, 속초·고성·양양)이 대표 발의했다. 정의원은 법률안 제안 이유를 “KTX 개통에 따른 항공객의 감소 등으로 어려움에 빠져 있는 지방 공항을 육성하고 항공 노선의 유지 증설을 지원함으로써 지역민의 편의를 증진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해 지방 공항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밝힌다.



    2004년 6월 현재 대도시를 포함해 총 14개 지방 공항 가운데 흑자를 내는 곳은 단 두 곳에 그친다. 정의원의 지역구에 자리한 양양공항의 경우 올 추정적자는 180억원. 양양군의 재정자립도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그러나 주변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결국은 ‘지역구 예산 따먹기’가 아니냐는 것. 지원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일 뿐 보조금 지급은 타당성 검토와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에도 호의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는 건 공항의 전설과 신화가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정의원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지방 공항에 숨통을 틔우는 계기가 될지, 또 다른 예산 낭비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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