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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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감성 재해석한 아이딧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5-12-0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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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인조 올라운더 아이돌 그룹 ‘아이딧(IDID)’.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7인조 올라운더 아이돌 그룹 ‘아이딧(IDID)’.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펄펄 뛰는 활어가 마이크로 변해 아이돌 손에 쥐여지고, 횟집 커피 자판기와 카드결제기에서는 악상이 영수증처럼 쏟아진다. 소년들은 주방과 창고에서 춤을 추다가 커다란 수조를 끌고 바깥 세계로 나간다. 자신들만의 횟집을 차리겠다는 듯 낚시를 시작하고, 건물에서는 생선을 얼릴 얼음이 쏟아진다. 이렇게 적어놓으면 코믹할 것 같지만, 뮤직비디오 속 소년들은 진지해 보인다. 9월 데뷔한 보이그룹 아이딧(IDID)의 ‘푸시 백(PUSH BACK)’ 이야기다.

    카타르시스 아래 깔려 있는 불안

    ‘푸시 백’은 어떤 흐름 위에 짧은 요소들이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식으로 구성돼 있다. 그것이 자꾸만 긴장을 환기한다. 16비트로 성마르게 훑어 내리는 기타의 리듬감, 피아노에 신스를 겹쳐 반음을 눌러 짚으며 악센트를 주는 프레이즈, “터져버릴 것 같으니까”라는 여러 명의 외침, 문득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 같은 것들이 그렇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인물들이 체벌 등 가혹한 대우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아주 짧게 스쳐가지만 놓칠 수는 없는 장면들이 나온다.

    노래는 힙합을 기반으로 멤버들의 랩을 주로 들려주다가 푸근하고 매끄러운 건반이 등장하면서 리듬앤드블루스(R&B)로 넘어간다. 이후 다시금 은근하게 랩을 읊조리더니 한 템포 나중에서야 훅(hook)을 터뜨린다. 멤버들은 제목을 포함한 주제부를 큰 소리로 외쳐대고, 짤막하게 끊기던 저음의 프레이즈가 이제 공간을 채우며 날뛰기 시작한다. 전체적으로 절제돼 있던 곡이 혼란도와 에너지를 단숨에 끌어올린다. 길지는 않지만 매우 확실하게 듣는 이를 휘저어놓는 후렴이다.

    듣고 있자면 1990년대 말 백스트리트 보이스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2000년대 초반 동방신기 등이 스쳐 지나간다. 기성 질서의 억압과 그것으로부터 탈출이라는 테마도 2000년대 K팝에서 자주 보이던 고전적인 것이다. 아이딧은 거기서 묘한 균형점을 새로 찾는다. 전반부의 음식점 장면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들은 혹독한 처우에 시달리지만, 뮤직비디오에서 이를 어둡게 조명하는 장면은 매우 제한적이다. 노래도 큰 흐름에서는 적당히 듣기 편하고 달콤한데 내내 긴장이 흐른다.

    그래서 후렴은 자못 특별한 에너지를 갖는다. 속 시원하고 힘차지만 기저에는 초현실적인 불길함이 깔려 있다. 마지막 후렴은 특히 그렇다. 물고기와 악기가 공존하는 수조를 들여다보는 눈빛, 폭격을 연상케 하는 모양새로 날아와 부딪치는 얼음덩어리. 그것이 해방감을 자아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동시에 불안한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 아이딧이 2000년을 인용한 2025년의 존재인 이유가 여기 있다. ‘사이다’에 그치지 않고 끝내 남는 어떤 불안함이 이 신인의 새로운 모험을 응원하는 마음을 갖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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