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가 상승률이 꼴찌 수준에 머물고 있는 한국 증시. 11월 4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발언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뉴스1]
외국인투자자 매도세 부르는 달러 가치 상승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는 외국인투자자의 성과 평가가 ‘달러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주식시장에 분산투자하는 입장에서는 각국 로컬 통화(한국 원 등) 기준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달러는 기축통화로, 각종 회계 지표에서 척도 기능을 한다. 한국은 기축통화의 ‘가치저장’ 기능에 주목하지만, 아직도 백만장자(millionaire)라는 표현이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등 달러로 각종 지표를 측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달러 강세가 촉발될 때 한국 등 신흥시장은 부진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의문을 느끼는 독자가 많으리라 생각된다. 달러 강세의 악영향은 한국을 포함한 주요 신흥시장 26개국이 공통으로 받는데, 왜 코스피는 -3.7%를 기록하고 MSCI 신흥시장 지수는 12.6% 상승했을까. 이런 차이는 미국 제조업 경기 부진에서 발생한다.
2023년 한 해 동안 수출 986억3000만 달러(약 136조7000억 원)를 기록한 반도체 산업, 185억9000만 달러(약 25조7700억 원)를 기록한 디스플레이 산업은 미국 제조업 경기의 영향을 받는 대표적 사례다. 더 나아가 무선통신 기기 및 자동차 등 주요 내구재도 미국 같은 선진국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한국 브랜드는 세계 최정상 자리에 오르지 못했기에 테슬라나 애플 같은 글로벌 브랜드 경기와 비슷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와 궤를 같이하는 주요 수출 산업
그렇다면 미국 제조업 경기는 왜 부진할까. 보잉 등 일부 산업의 공급 차질 영향도 있지만, 가장 직접적 원인은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강력한 내구재 소비가 발생한 데 있다. 내구재(耐久財)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자동차나 가전제품은 한 번 사면 수년 혹은 십수 년을 사용하는 제품이다. 따라서 한 번 내구재 붐이 발생한 다음에는 일부 교체 수요 말고는 강력한 수요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산업의 사이클은 수많은 투자자가 테슬라 전기차에 열광하는 이유로 연결된다. 자동차나 휴대전화 같은 성숙시장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상품을 출시해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면 미래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2007년 출시된 아이폰, 2022년 개발된 챗GPT가 산업 판도를 얼마나 크게 바꿔놓았는지 돌이켜보면 짐작이 갈 것이다.
한국 기업이 선진국 제조업 경기 의존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아이폰이나 챗GPT 같은 상품 혹은 서비스 출시가 될 것이다. 혁신 산업 부문에 대한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한 정책 과제인 이유 또한 이런 데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