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입원 대기하던 4명 숨진 뒤에야 “신천지 말고 고위험군 우선” 발표
뒤늦게 문 연 ‘생활치료센터’…수용 인원 적고 응급조치 힘들어
고혈압 확진자 사망률 6%인데, 기저질환 목록에 고혈압 없어
![음압격리 병실로 이송되고 있는 코로나19 환자 [사진 제공·순천향대 천안병원]](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5e/5f/0d/e1/5e5f0de108a2d2738de6.jpg)
음압격리 병실로 이송되고 있는 코로나19 환자 [사진 제공·순천향대 천안병원]
14번째 사망자인 대구의 70세 여성은 코로나19 감염 검사조차 받지 못했다.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와 대구지역 보건소에 수차례 연락해 기침 증세를 호소했지만 △발열 증세가 없고 △신천지 교인이 아니며 △중국에 다녀온 적이 없다는 이유로 코로나19 검사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여성은 기침 증세가 나타난 지 7일째인 2월 28일 숨을 거뒀다.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례가 3월 4일 현재까지 4건 발생했다. 20번째(대구 86세 여성), 21번째(대구 80세 여성) 사망자도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 자택에서 대기하던 중 숨졌다.
이에 정부는 확진자 전원을 음압병상에 입원시키던 기존 치료체계를 포기하고, 중증도에 따라 치료 방식을 달리하는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이 너무 늦게 나온 데다, 치료체계 전환 속도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새로 도입한 중증도 분류 기준이나 생활치료센터도 그 내용이 불명확하거나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어 현장에서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입원 대기 확진자 2000명 넘어
![3월 3일 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는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왼쪽)과 권영진 대구시장. [뉴스1]](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5e/5f/0d/f1/5e5f0df1163fd2738de6.jpg)
3월 3일 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는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왼쪽)과 권영진 대구시장. [뉴스1]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2월 18일 31명이었으나,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대량 확산되면서 일주일새 977명(2월 25일)으로 폭증했다. 지난달 선제적으로 진료체계를 전환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중대본과 대구시는 병상 확보에 연일 매진하고 있지만, 3월 3일 오후 현재 입원 대기 중인 인원은 2195명에 이른다. 앞으로도 당분간 확진자가 매일 수백 명씩 추가될 경우 이 인원은 더욱 폭증할 수 있다. 자택에서 입원을 기다리다 사망에 이르는 사례가 더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대응 전략을 바꾸고 이틀이 지난 3월 3일에도 대구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으나 집에서 입원을 기다리다 숨지거나, 사망 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가 3건 발생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의 80% 이상이 별 다른 증세가 없는 경증환자다. 앞으로 경증환자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생활치료센터에서 생활하게 된다. 자택에서 자가격리하다 중증으로 심화돼 응급 상황이 발생하거나, 가족 및 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중대본에 따르면 생활치료센터 입소자는 1인 1실에서 지내면서 매일 두 차례 체온 및 호흡기 증상을 자가 모니터링한다. 각 생활치료센터에는 의사 4명, 간호사 7명, 간호조무사 6명으로 구성된 17명의 의료진이 24시간 상주한다. 생활치료센터는 대구에 가장 먼저 도입되는데, 3월 3일 현재 대구시는 7개의 생활치료센터, 총 1029실을 확보했다(그림 참조).

용어 통일 안 된 ‘코로나19 대응 지침’
문제는 더 있다. 대구의 생활치료센터 중 일부가 외진 곳에 위치해 응급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경북권의 상급종합병원은 5개로, 모두 대구 시내에 위치한다. 하지만 7개 생활치료센터 중 경북 문경의 서울대병원 인재원, 영덕의 삼성인재개발원 영덕연수원, 그리고 경주의 농협경주교육원과 더케이호텔경주는 이들 상급종합병원과 꽤 먼 거리에 위치한다. 특히 삼성인재개발원 영덕연수원은 대구 시내에서 180km 떨어져 있다. 영덕군 관계자는 “관내에서 가장 큰 병원은 100병상 규모의 영덕아산병원”이라며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있는 가장 가까운 병원은 포항성모병원인데, 차로 1시간가량 걸린다”고 밝혔다. 삼성인재개발원 영덕연수원에 설치되는 생활치료센터를 지원하기로 한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의료진을 지원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고, 그 밖에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의대 감염내과학교실 교수는 “경증환자가 입소한다 해도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생활치료센터도 중증도 분류 및 응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의료장비를 갖춰야 한다. 응급환자를 어느 병원으로 이송할지 같은 계획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중대본이 마련한 환자 중증도 분류 기준을 좀 더 단순·명료하게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대본은 환자 중증도를 경증·중등도·중증·최중증으로 나눈다고 발표했지만, 막상 각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한 ‘코로나19 대응 지침 부록’에는 중증도가 무증상·경증·중증·위중으로 표기돼 있다(표 참조). 기본 용어조차 통일되지 않은 것이다. 또 현재의 중증도 분류에 따르면 50세 미만에 발열 증세가 없고, 기저질환이 ‘1개 이상’이면 경증환자로 분류돼 병원이 아닌 생활치료센터로 가게 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단 하나의 심각한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는 중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경증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지침에 나열된 기저질환 목록에는 고혈압이 없다. 중국에서는 고혈압 기저질환을 가진 코로나19 확진자의 사망률이 6%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2월 22일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번째 코로나19 사망자(경북 경주 40세 남성)도 평소 고혈압약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대응 지침 7판 부록에 실린 코로나19 환자 중증도 분류표
“5000명 수용 규모, 충분” 막연한 예상
![코로나19 경증 환자를 위한 ‘대구1 생활치료센터’로 활용되는 대구 동구 교육부 중앙교육연구소. [사진 제공·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5e/5f/12/0d/5e5f120d0b37d2738276.jpg)
코로나19 경증 환자를 위한 ‘대구1 생활치료센터’로 활용되는 대구 동구 교육부 중앙교육연구소. [사진 제공·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하지만 정부는 ‘체육관 수용’을 고려 대상에 포함하고 있지 않다. 3월 3일 낮 정례브리핑에서 이창준 중대본 환자관리반장은 “치료보다는 모니터링 중심의 생활치료센터를 전국에 많게는 5000실 규모로 확보할 계획이다. 완치된 환자는 생활치료센터에서 퇴소하게 되므로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