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회원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애인 지원 및 대안 부재와 관련 보건복지부를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일부 장애인 단체는 과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격리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장애인이 많아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및 장애인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했으나, 최근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정부의 장애인 대상 방역 대책을 보면 조금도 나아진 게 없다고 주장한다.
소 잃고도 고치지 않은 외양간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메르스 사태가 진정된 후 2016년 10월 이들은 국가를 상대로 장애인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장애를 고려한 감염병 기본계획 및 표준매뉴얼 제작을 보건복지부(복지부) 측에 요청했다. 장애인 등 감염취약계층의 특수성을 고려해 감염관리 인프라 개선은 물론, 표준매뉴얼에 감염취약계층 관련 사항을 명시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이를 거부했다. 이미 장애인 안전종합대책에 관련 내용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는 성명을 통해 “이 자료에는 재판의 본래 취지인 감염병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재판부도 “여러 차례 피고와 원고 측 협의를 요청했으나 정부 관계자의 얼굴도 볼 수 없는 상황이라 협의 조정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코로나19 사태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부 장애인은 활동지원사가 필요한데, 장애인이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면 관련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에는 복지관이 모두 문을 닫아 장애인들이 도움을 받을 곳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장애 심할수록 고립 가능성 높아
다수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종로구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 21일 오후 코로나19 감염증 예방을 위해 시설을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뉴시스]
격리되지 않더라도 항상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들은 갈 곳을 잃었다. 경북지역 한 장애인 시설 관계자는 “가장 문제 되는 사람은 시설에 입소했던 장애인들이다. 이들은 가족이나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혼자 생활해야 하는 처지다. 정부에서 관련 비용을 지원한다지만 선뜻 나서는 사람을 찾기도 어렵다. 가족에게 돌아가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이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것은 실정을 모르는 이야기다. 이들은 대부분 가족이 직접 돌보기 어려워 시설에 맡긴 경우”라고 설명했다.
“도와주러 오는 사람도 무서워”
군산시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노인맞춤돌봄서비스 기한을 3월말가지 연장하기로 했다.(사진은 공무원연금공단 전북지부의 노인 돌봄 봉사활동 모습) [뉴스1]
나가고 싶어도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민간에서도 경로당, 노인정 등 고령자 다중이용시설을 앞다퉈 잠정폐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을 시작으로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이 2월 23일 무기한 휴관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진 뒤 다시 문을 열 예정이다. 해당 시설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자제 지침이 내려오기도 하고, 노인들도 외출을 꺼려 하는 분위기라 달리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노인들에게 더 다가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들이 외출을 꺼리며 코로나19 관련 정보와 단절되고, 언론보도로는 계속 확진자가 늘고 있어 공포감만 커진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나 보건 당국이 이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는 일에 힘써야 한다. 필요 이상의 공포감을 갖지 않도록 전화 등을 통해 정보를 알려야 한다. 외부와 연결돼 있다는 심리적 효과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