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근 아이엘사이언스 대표
소재로 광학업계 혁신 나서
실리콘렌즈 제품 이미지. [아이엘사이언스]
“스마트 광학 솔루션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회사다.”
-스마트 광학 솔루션?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실리콘 광학 렌즈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나무가 가지를 뻗듯 관련 분야에 차례차례 도전하고 있다. 조명업계에서는 실리콘 렌즈가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다. 그래서 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일종의 설명서가 필요한데, 우리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유명 회사의 제품이나 건물에 실리콘 렌즈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설명서를 대신하고 있다.”
-실리콘 렌즈 조명이 좋다는 것을 고객이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
“처음에는 고객사 측에 제품 설명을 할 때 실리콘 렌즈라는 점을 언급하지 말라고 했다. 직접 사용해보고 좋으면 다시 찾기 마련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 전략이 주효했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를 시작으로 대다수 대기업 건설사가 실리콘 렌즈로 된 조명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은 수요가 크게 늘었다. 24시간 공장을 가동해도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앞으로 자동차와 의료기기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실리콘 렌즈가 다른 렌즈와 비교해 뛰어난 점은 무엇인가.
“일단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하다. 플라스틱이나 아크릴, 유리는 렌즈로 가공하려면 금형이 필요하다. 이 금형을 만드는 데만 수천만 원이 든다. 반면, 실리콘은 디스펜싱(dispensing) 공법을 사용하면 금형 없이도 렌즈로 가공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더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열과 충격에 강하다는 것도 실리콘 렌즈의 장점이다. 플라스틱이나 아크릴은 열에 약해 고열에 노출되면 누렇게 변하는 황변 현상이 일어난다. LED(발광다이오드) 렌즈는 전력 소모 대비 밝은 빛을 내지만, 그만큼 높은 열이 발생한다. 작은 광원에서 많은 광량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유리 렌즈만 사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헤드라이트와 수술용 의료장비다. 그러나 유리라고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 비싸고, 깨지기 쉽다. 디스플레이 광 측정 장치 가운데 쿼츠라는 렌즈가 있는데 비싼 데다 작고 유리로 돼 있어 파손되는 일이 잦다. 하지만 실리콘은 이 같은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시장이 모르면, 우리가 만든다
-실리콘 렌즈를 개발한 배경이 있나.“창업에 나선 것은 새로운 일로 환경 등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기 위해서였다. 전공이 전기공학이라 일단은 태양광발전 사업에 도전했다. 이후 LED업체로 전환했다. LED는 다른 조명에 비해 전력을 덜 사용한다. 전기 사용량을 합리적으로 조절하면 에너지 절감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LED업체는 경쟁자가 너무 많았다. ‘경쟁자들을 모두 잠재 고객으로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에 렌즈 개발에 나섰다.”
-실리콘 렌즈를 개발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모든 신사업이 그렇듯 비용이 가장 큰 문제였다. 개발 기간은 6년, 들어간 비용만 30억 원이 넘는다. 당시 회사가 버는 돈이 연 30억 원이 못 됐으니 사활을 건 투자였다. 주위에서 ‘포기하는 것도 사업가의 덕목’이라는 충고도 종종 들었다. 하지만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야 의미가 있다고 믿었다. 성공한다면 시장에서 각광받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LED가 만들어내는 빛의 양이 계속 늘어날 테니 이를 제어할 렌즈에 대한 수요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어렵사리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금방 경쟁사가 나올 텐데….
“실리콘은 원료가 액상이라 모양을 만들어도 제대로 굳혀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조금만 실수해도 기포가 생겨 렌즈로 쓰지 못한다. 어려운 기술인 만큼 쉽게 경쟁사가 생길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 6년간 큰 비용을 쓴 데는 이유가 있다. 대기업이라도 렌즈 개발에 30억 원씩 투자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아이엘사이언스는 건설, 자동차 등 기존 산업 분야 외에도 농업, 헬스케어 등 조명과 무관해 보이는 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스마트팜 스타트업 엔씽과 협약을 맺어 ‘플랜티 큐브’ 개발에도 참여했다. 플랜티 큐브는 환경을 통제해 농작물을 기르는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으로, 2020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스마트시티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LED 탈모 치료기 개발에도 나섰다.
-피부 재생 효과가 있다던 LED 마스크가 과대광고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적발되는 사건이 있었다.
“LED에 피부 재생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다양한 연구로 입증됐다. 우리는 피부 재생 효과를 높이고자 실리콘 렌즈를 사용하고 있다. 과대광고로 적발된 업체는 이 제품이 의료용이라고 광고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팜,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있는데, 과도한 사업 확장 아니냐며 불안해해는 시선도 있다.
“기본을 잃지 않으면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기본은 언제나 조명이다. 조명을 매개로 더 많은 분야에 다양한 제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환경 등 에너지 효율에 관한 고민도 함께한다. 엔씽과 협업도 이 같은 맥락에서 추진했다. 앞으로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 채소를 사 먹기보다 직접 길러 먹는 수요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봤다. 물론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
필요한 만큼 켜지는 똑똑한 조명
스마트 미세먼지 보안등 이미지. [아이엘사이언스]
-센서를 이용한 IoT 분야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센서 개발에 나선 것은 전력 절감을 위해서였다. 사람이 들어가면 자동으로 켜지고, 나가면 꺼지는 조명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했다. 깜빡 잊고 조명을 끄지 않아 버려지는 전력이 적잖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후 센서를 고도화해 다양하게 응용하고 있다. 스마트 화장실의 경우 센서를 사용해 화장실에 들어가지 않고도 외부 화면을 통해 화장실 사용 현황을 알 수 있다. 스마트 회의실은 참석자 수에 따라 켜지는 조명 개수를 달리할 수 있고, 마지막 사람이 회의실을 나간 뒤 조명이 자동으로 꺼진다.”
-AI가 탑재된 IoT 솔루션보다 사용이 편한 것 같다.
“휴대전화 등 외부 단말기로 집 안의 조명이나 전자제품을 조정할 수 있도록 통신망을 통해 연결하는 플랫폼을 IoT라고 한다. 하지만 연결보다 중요한 것이 편의성이다. 깜빡 잊고 조명을 켜고 나가 휴대전화를 연결해 끄는 서비스와 집에서 사람이 모두 나가면 자동으로 조명이 꺼지는 센서가 있다면 당연히 후자가 더 편리하다. IoT는 친절한 집사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센서가 모은 데이터를 AI에 주입해 기온이나 습도에 따라 내부 환경을 최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면 관련 시장이 금방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