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고려대와 동국대가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비율을 2배로 늘리는 등 이른바 ‘학종’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반영되는 여러 요소 가운데 R&E(Research&Education)에 대한 관심 또한 커졌다. 외부활동을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게 되자 학교마다 학생들에게 전공 관련 탐구활동을 권장하는데, 그중 R&E는 우수한 학업역량과 전공 적합성을 뒷받침해줄 좋은 자료가 되는 데다 상위권 대학들이 선호한다는 입소문이 퍼지자 일반고에도 소논문 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사실 R&E의 교육적 효과는 크다. 전공 관련 주제를 택해 팀을 이뤄 토론하고 협업해 논문을 쓰는 과정 자체가 훌륭한 교육이다. 그 결과물로 교내 대회에서 수상까지 한다면 금상첨화다.
학생의 자발성과 지도교사의 헌신 필요
하지만 이러한 순기능에도 지금의 열풍이 과연 바람직한지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R&E를 제대로 완성하려면 최소 6개월가량 걸린다. 주제를 선정하고 관련 논문을 검색해 내용을 정리한 뒤,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일이다. 또 아무리 주제 선택이 훌륭해도 실험 도구와 장소를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일 수도 있다. 여기에 목차와 참고문헌 등 일정 형식을 갖춘 논문을 쓰려면 이를 지도해줄 역량을 지닌 교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자료 조사를 하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나오면 질문하고 방향을 잡아줄 교사가 있어야 한다. 교사의 헌신적인 노력과 전문성이 없으면 그 논문은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6개월 내내 R&E에 매달리다 자칫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더 큰 문제는 결과에만 집착해 과정이 왜곡되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에는 등록만 하면 학생들에게 소논문 제목을 고르게 하는 학원도 있다. 실험이 필요한 경우 학생이 학교 실험실 사용을 허가받은 다음, 사교육 관계자가 들어와 함께 실험을 진행해 결과물을 도출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초조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R&E를 위해 별도로 사교육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이 지원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박사학위 논문이 아니다. 고교생 수준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내용이면 된다. 또 대학은 결과만 보지 않는다. R&E 과정에서 지원자가 실제 무엇을 했고, 그것을 통해 어떤 학문적 열정을 갖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
한 가지 제안할 것은, 고교생 수준에서는 논문 쓰기보다 심화탐구보고서가 더 설득력이 있다는 점이다. 탐구보고서란 학생이 전공과 연계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고, 학업역량을 향상하는 데 효과적인 활동을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취지는 학생이 모집단위와 관련된 교과수업 안에서 심층적인 지식을 쌓는 것이다. 상위권 대학들도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소논문은 참고사항일 뿐 당락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