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선 이후 문 전 대표는 ‘정계은퇴와 대선 불출마 약속’ 이행 대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 씨와 함께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있는 DJ 생가를 찾아 호남 여론 무마에 나섰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하의도 주민과 오찬에서 “(호남이) 지난번 대선 때 그렇게 지지를 모아주셨는데 제가 제대로 보답해드리지 못했다. 앞으로 정치를 더 잘해서 꼭 갚아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앞으로’ ‘더 잘해서’ ‘꼭 갚아드리도록 하겠다’는 문 전 대표의 말 속에는 내년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어 보인다. 또한 정계은퇴, 대선 불출마 등 열흘 전 자신이 호남 유권자에게 다짐했던 약속을 이행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DJ 생가 방문 이후 문 전 대표는 경남 김해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 이 자리에 노 전 대통령과 별 인연이 없는 김홍걸 씨가 동행했다. 문 전 대표는 호남 의원들의 연쇄 탈당으로 더민주당의 호남 기반이 무너져내리던 시점에 김홍걸 씨를 영입, 호남 민심을 추스르려 했다.
총선 후에도 문 전 대표가 김씨와 동행하는 이유는 뭘까. 당장은 ‘정계은퇴, 대선 불출마’ 약속 불이행에 대한 따가운 호남 여론을 무마하려는 방패막이 성격이 짙다. 그러나 또 다른 뜻도 담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20대 총선에는 불출마했지만, 내년 대선 전후로 ‘김홍걸 국회의원 만들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시각이 그것이다.
20대 총선 직후 검찰은 국민의당 박준영 당선인의 ‘공천 헌금’ 의혹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박 당선인에 대한 수사는 전광석화처럼 이뤄져 총선 후 일주일만에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쳤고, 회계책임자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더욱이 검찰은 박 당선인에 대해 20대 국회 개원 전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준영 당선인의 선거구는 전남 신안·무안·영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인 신안군이 박 당선인 선거구에 포함된 점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내년 12월 대선 투표일에 문 전 대표는 더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서고, 김홍걸 씨는 전남 신안·무안·영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동반 출마하려는 묵계가 이번 하의도와 봉하마을 교차 방문에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