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생이 공부방에 들어가기 전 손 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동아일보 DB]
공부방 운영자들은 “코로나19 감염과 확산을 조기에 막고자 한다면 학원처럼 휴원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 텐데, 공부방 같은 교습소는 예외로 둬 출석하지 않는 학생을 오라고 할 수도, 오겠다는 아이를 막을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마포구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는 40대 이모 씨는 “학생 출석률이 절반으로 줄었는데 방역은 물론, 학습효과까지 신경 쓰다 보니 일이 2배로 늘었다”며 “문을 닫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목숨 걸고 문 연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에 등록된 교습소는 현재 1만여 곳에 이른다. 방역 당국은 이들 교습소의 경우 ‘2단계’ 방역수칙을 따르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부방을 운영하는 사업주(또는 책임자)는 전자출입명부를 설치하거나 수기명부를 비치해야 한다. 이용자가 수기명부를 작성할 때는 성명, 전화번호, 신분증을 확인해야 하며 이를 4주간 보관 후 폐기해야 한다. 발열 체크 등을 통해 출입자의 증상을 확인하고 유증상자의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 이용자는 음식을 섭취할 때 등을 제외하고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좌석을 한 칸씩 띄어 앉게 하는 등 시설 내 이용자가 1~2m 간격을 유지하도록 이용 인원을 관리하는 것도 핵심 수칙 중 하나다.[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제공]
또 다른 공부방 운영자 황모 씨는 “학원이 문을 닫다 보니 잘되는 공부방은 인원이 늘었다”면서 “초등학교 저학년 위주의 교습소 가운데는 ‘당분간 휴업’을 선언한 곳도 적잖다”고 전했다.
공부방도 실시간 온라인 수업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온라인 수업으로 바꾸는 공부방도 늘고 있다. 이씨는 “수업에 오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실시간 방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더니 휴대전화 하나만으로도 수업이 가능해졌다”며 “아프리카TV로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많이 한다”고 밝혔다. 이씨처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한다는 김씨는 “처음엔 유튜브를 이용했는데 업로드하기가 복잡하고 비공개 수업을 할 수 없는 점도 신경 쓰였다”면서 “요즘은 스마트워치를 통해 질문을 받아 놓친 문제를 바로바로 해소하고 있다”고 말했다.황씨는 “다른 젊은 공부방 운영자들처럼 온라인 수업 병행을 바라는 학부모가 많아 장비를 새로 구입했는데, 사용 방법이 익숙지 않다 보니 매일 조마조마하다”고 털어놨다. 공부방 운영자들은 “온라인 수업 때는 수강생들이 대면 수업의 10~20%도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QR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 [사진=뉴스1]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교습소들이 방역수칙을 잘 준수하는지를 산하 교육지원청으로 하여금 점검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 담당자는 “1만여 곳의 방역수칙 위반 여부를 감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지금은 신고가 들어온 곳에 한해 단속에 나서는데 아직 신고가 접수된 곳은 없다”고 말했다.
과외교습자 2만4000여 명
서울은 학생을 일대일로 가르치거나 그룹 지도를 하는 개인과외교습자도 2만4000명에 달한다. 일부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대면 수업을 하는 개인과외교습자의 학습 활동이 자칫 코로나19 방역의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 전문가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조금만 방심해도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는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개인과외교습자에 대한 별도의 방역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개인과외교습자에 대한 방역지침이 나오지 않았기에 달리 조치를 취하거나 점검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방역 당국 관계자도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모르겠지만 아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응TFT 위원장인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물 샐 틈 없는 방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방역 당국의 지침이 나오지 않았어도 개인과외교습자 등 대면이 불가피한 외부인이 방문했을 때는 손소독과 발열 체크를 기본으로 해야 하고, 사방으로 1m 거리를 둬야 하며, 마스크를 항시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