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2018년 출생 여아의 건강수명은 64.9년으로 2016년 대비 0.3년, 2012년 대비 1.6년 감소했다. 이런 결과는 2018년 출생 남아에게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건강수명이 64.0년으로 2016년 대비 0.7년, 2012년 대비 1년 감소했다. 남녀 전체 건강수명은 2012년 65.7년에서 2018년 64.4년으로 1.3년 단축됐다.
반면 2018년 출생자가 앞으로 살 것으로 예상되는 기대수명은 증가했다. 2018년 출생 여아의 기대수명은 85.7세로 2016년 대비 0.3년, 2012년 대비 1.5년 증가했다. 2018년 출생 남아의 기대수명 또한 79.7세으로 2016년 대비 0.4년, 2012년 대비 2.1년 늘었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인 유병기간은 남녀 모두 증가 추세이며 2018년 출생아 기준으로 여성의 유병기간이 남성보다 5.1년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의 기대수명 차이가 6.0년임을 감안하면, 여성은 남성보다 오래 사는 기간의 대부분을 각종 질환에 시달린다고 봐야 한다.
만성 질환자 증가와 나쁜 생활습관
건강수명 단축에 영향을 미친 요소로는 비만·고혈압·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자의 증가, 아침식사와 적정수면 시간 감소 등이 꼽힌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2018년 기준 만 30세 이상 남녀 모두 비만, 고혈압, 당뇨병 유병률이 10년 전에 비해 증가했다. 비만의 경우에는 여성이 30.4%, 남성이 43.3%로 10년 전 대비 각각 1.0%p, 6.4%p 증가했다. 고혈압은 여성 30.4%, 남성 36.4%로 10년 전 대비 각각 4.0%p, 8.3%p 상승을 기록했고, 당뇨병도 여성 10.3%, 남성 14.6%로 10년 전 대비 각각 0.3%p, 1.3%p 상승했다.특히 여성의 경우 만성질환을 유발할 확률을 높이는 흡연과 음주율 상승세가 건강수명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2018년 기준 19세 이상 여성 인구 중 담배를 피우는 여성은 7.5%, 월 1회 이상 음주하는 여성 비율은 51.2%로 10년 전 대비 각각 0.1%p, 6.2%p 증가했다.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검진을 받는 비율은 증가했지만 아침식사와 적정수면에서는 실천율이 감소했다. 2018년 기준 13세 이상 여성 인구 중 68.8%는 아침식사를 하고 77.4%가 적정수면을 취한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10년 전 대비 각각 8.4%p, 2.7%p 감소한 결과다.
남성의 경우 흡연자는 2018년 기준 19세 이상 남성 인구 중 36.7%로 10년 전 대비 11.1%p 감소하고, 고위험 음주율과 월간 폭음률도 각각 20.8%, 50.8%로 10년 전 대비 각각 3.7%p, 5.9%p 감소했다. 반면 13세 이상 남성 인구의 아침식사와 적정수면 실천율에서각각 9.3%p, 0.1%p 줄었다.
병원 접근성 쉬워 질환 조기 발견도 영향
건강수명 감소에는 만성질환자 수의 증가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GettyImage]
지난해 ‘2018년 생명표’ 제작을 총괄한 당시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한국이 의료보험 서비스가 잘돼 있고 병원 접근성이 용이하며 건강검진 범위가 지속해서 확대되다 보니 고혈압 등 질환을 조기 발견하고 관리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건강수명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 보건의료연구센터 연구위원도 “만성질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이 문제다. 만성질환은 완전한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건강수명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강수명을 어떻게 산출할까. 통계청은 전국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및 시·구청에 접수된 사망신고 자료를 기초로 현재 연령별 사망 수준이 유지될 경우 특정 연령의 사람이 향후 몇 세까지 살 수 있을지를 추정해 생명표를 만든 뒤 기대수명(기대여명)과 건강수명을 발표한다. 이번 조사에서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을 분석한 통계청 담당자에 따르면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기대수명과 달리, 건강수명에는 사람들의 주관적인 건강평가가 반영되다 보니 정확성에서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장애유병률도 주관적 평가 요소다. 장애유병률은 ‘귀하는 지난 2주일 동안 질병이나 사고로 아팠던 적이 있습니까? 있다면 아팠던 일수와 그중 반나절 이상 누워서 지냈던(입원 포함) 일수를 모두 적어주십시오’와 ‘귀하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는 어떠하십니까?’라는 2가지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유병 기간’은 아팠던 일수와 입원 또는 누워서 지낸 일수를 일 기준으로 표기하게 한 뒤 1/14~14/14로 환산해 응답한 사람들이 2주간 아팠던 일수 비율의 평균으로 계산한다. ‘건강평가’는 매우 좋다, 좋은 편이다, 보통이다, 나쁜 편이다, 매우 나쁘다 가운데 선택하게 한 뒤, ‘나쁜 편이다’ 및 ‘매우 나쁘다’라고 응답한 사람 비율을 기준으로 삼는다.
정부에서는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는 흡연과 음주의 자제, 비만 예방을 위한 규칙적인 운동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증가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강재헌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개인적인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면서 “일본의 경우 흡연자의 금연 상황을 담당 공무원이 지속적으로 체크하는 정책도 쓰고 있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건강한 음식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비만을 막는 방법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만성질환의 출발점이 되는 비만은 전 세계 공통 현상입니다. 식생활이 서구화된 결과죠. 문제는 건강에 좋은 음식은 비싸고 몸에 나쁜 음식은 싸다는 겁니다. 그걸 바꿔야죠. 10년 전 우리나라에서 한창 트랜스지방이 문제가 됐을 때 정부는 곧바로 규제를 하는 대신 업체에 보조금을 주고 트랜스지방 저감 노력을 하게 하는 한편 트랜스지방 없이도 맛있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서 업체에 이전해줬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트랜스지방 표시 의무화를 했을 때는 대부분 회사가 0이라고 표기를 했습니다. 지금은 당이 문제인데 당 역시도 같은 방법으로 인센티브를 주고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찾게 하는 겁니다. 그러면 저렴하면서도 건강하고 맛있는 제품이 나오게 할 수 있습니다.”
대한비만건강학회 회장인 오한진 을지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인센티브 방식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2010년 당시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가 이끌었던 ‘렛츠 무브(Let’s Move)‘처럼 인센티브를 주는 건강 캠페인을 시행하면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비만을 줄일 목적으로 시작된 ‘렛츠 무브’ 캠페인은 음식, 운동 등으로 건강이 개선되면 청소년들에게 학용품 등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큰 효과를 거두었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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