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4월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李 대통령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삼성전자 노조 중 하나인 삼성전자동행노조(동행노조)는 5월 6일 규모가 가장 큰 삼성그룹 초기업노조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4일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측에 공동투쟁본부에서 빠지겠다는 공문을 보낸 데 이은 조치다.동행노조는 “과거 초기업노조는 과반 조합이라는 권한을 남용해 우리 노조 의견을 고의로 무시·배제하거나 형법 모욕죄에 해당하는 비하 등을 지속했다”며 “공문 수령 후 합리적 이유 없이 교섭 정보와 상황 공유를 거부하거나 우리 노조 조합원들을 향한 비하 등을 지속하는 경우 민형사상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 및 강력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행노조 조합원의 70%는 스마트폰과 가전을 담당하는 DX 부문 소속이다. 공동투쟁본부는 지난해 11월 이후 반도체 사업부인 DS 부문에 대해서만 영업이익 15%를 성과급으로 상한 없이 지급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가전을 담당하는 DX 부문에 대해서는 별다른 요구가 없다. 공동투쟁본부 요구대로 되면 DS 부문은 인당 6억 원에 이르는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반면, DX 부문은 연봉 50% 상한이 적용된다.
실제 초기업노조 홈페이지에서는 DX 부문 직원을 중심으로 노조 탈퇴 움직임이 쇄도하고 있다. 하루 100건 미만이던 탈퇴 요청은 4월 28일 500건을 넘어섰으며 29일에는 1000건으로 치솟았다. 최근 열흘 사이 DX 부문 직원 2500여 명이 노조를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삼성전자 노조를 향해 “회사 어수선하게 만들어놓고 결국 원하는 건 자기(반도체) 배불리기” 같은 글이 게시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4월 30일 “일부 조직의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부당한 요구를 해서 국민으로부터 지탄받게 되면 해당 노조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며 삼성전자 노조를 겨냥한 발언을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4월 27일 “반도체를 담당하는 주무 부처 장관 입장에서 봤을 때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파업이라는 사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주들도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주 단체는 노조 파업으로 손해가 발생할 경우 노조원 전원을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5월 4일 삼성전자 파업으로 회사 핵심 자산이 훼손될 경우 파업 참여 노조원 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메모리 3사 중 주가 상승률 최저
실제로 노조가 3월 18일 ‘5월 총파업’을 예고한 이후 삼성전자 주가 상승률이 주춤하고 있다. 3월 18일부터 5월 6일까지 총 33거래일간 주가는 종가 기준 20만8500원에서 26만6000원으로 27.6% 상승했다(표 참조). 반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주가는 같은 기간 각각 51.6%(105만6000→160만1000원), 44.8%(461.73→668.59달러) 오르며 삼성전자 상승률을 상회했다. 이전 33거래일 동안(1월 16일~3월 18일) 삼성전자 주가는 37.1%, SK하이닉스 주가는 43.5%, 마이크론은 27.3% 오른 것과 비교해도, 파업 선언 이후 삼성전자 주가 수익률은 하락하고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주가 상승률은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파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예상 영업이익을 하향 조정한 글로벌 투자은행(IB)도 나왔다. 씨티그룹은 4월 30일 노사갈등에 따른 대규모 비용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며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32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낮췄다. 또한 노조의 총파업 예고와 성과급 요구가 현실화할 경우 막대한 충당금 설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삼성전자의 2026년, 2027년 영업이익이 당초 추정치보다 각각 10%, 11%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57조2000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이 중 93%인 53조7000억 원이 DS 부문에서 나왔으며, DX 부문 이익은 3조 원에 그쳤다. 최근 삼성전자가 DX 부문 내 가전 담당(DA) 사업부의 구조 개편을 단행하고 있는 이유다. DA 사업부는 임직원 대상 경영설명회를 열고 일부 가전 라인을 외주화하는 내용의 사업 재편안을 공유한 데 이어 중국에서 생활 가전과 일부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5월 5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최근 회사 상황으로 주주와 고객은 물론, 많은 국민이 큰 걱정을 하고 있다”면서 “이사회 의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 모두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사업 경쟁력 저하는 물론, 고객의 신뢰 상실, 주주 및 투자자 손실 등 국가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안전 보호시설 정상 유지 및 운영, 반도체 웨이퍼 변질·부패 방지를 위해 불법 파업을 막아달라며 노조를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했다. 수원지법은 5월 13일 2차 심문을 진행한 뒤 총파업 전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파업이 현실화하면 납기 지연에 따른 고객사 페널티 등으로 30조 원 넘는 손실을 볼 수 있다”며 “주요 고객사가 삼성을 ‘리스크 공급처’로 분류하면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더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안녕하세요. 문영훈 기자입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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