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거리 항공 여행 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좋은 영화나 음악 등에 몰입하면 불안도가 낮아진다. GETTYIMAGES
공포가 시작된 건 수십 년 전, 일본 도쿄에서 서울 김포국제공항으로 돌아오던 어느 여름날이었다. 여객기가 폭우를 뚫고 착륙을 시도하면서 여러 차례 급강하와 급상승을 반복했다. 그 짧은 시간이 필자에겐 영원히 끝나지 않을 추락처럼 느껴졌다. 하늘에 내던져지는 듯하던 몸의 감각, 귀를 찢을 듯 울리던 엔진소리 등이 선명하다.
이후 필자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첫 번째로 도움이 된 것은 ‘과학’이다. 터뷸런스는 대부분 크게 위험한 것이 아니며 단순한 기류 변화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공포가 조금씩 사라졌다.
“나는 갇혀 있지 않다”는 인식 중요
두 번째로 도움이 된 것은 좋은 컨디션 유지를 위한 ‘습관’ 형성이다. 비행 도중 기내 공기는 사막보다 건조하고, 산소 농도 또한 낮다. 이는 미세한 탈수와 혈액 점도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 영향으로 기내에서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불안도가 높아진다. 필자는 이를 막고자 비행기에 타면 매시간 물을 마시는 습관을 들였다. 또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를 삼가고 때때로 찬물 세수를 한다. 건조한 얼굴에 냉수가 닿으면 순간적으로 혈관이 수축돼 머리가 맑아지고, 몸의 감각도 또렷해진다.좌석에 오래 앉아 있는 것도 피한다.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피로와 불안이 커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비행기를 타면 기내 통로를 따라 가볍게 걷거나 발목을 돌리는 방식으로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
여기에 하나 더, 파스도 도움이 됐다. 종아리나 허리, 어깨 등에 파스를 붙이고 타니 근육 이완과 통증 완화로 장시간 비행 피로가 크게 줄었다. 또 필자는 비행 전 저용량 아스피린도 복용한다. 아스피린이 비행 중 뇌혈관 내 미세한 압력 변화로 생길 수 있는 불편감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약물의 영향은 사람마다 다른 만큼 복용 전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비행 중 지루함은 불안을 키우는 연료다. 이를 막고자 필자는 기내 엔터테인먼트를 적극 활용한다. 영화나 드라마에 몰입하면 시간 감각이 사라지고, 터뷸런스나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게 된다. 음악, 오디오북, 팟캐스트도 좋은 선택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제감이다. 화장실까지의 짧은 이동, 복식호흡, 스트레칭 등은 “나는 갇혀 있지 않다”는 신호를 몸에 각인시켜 불안의 뿌리를 흔든다.
마지막으로 비행 중에는 지상에서만큼 깊이 잠들기 어렵다. 그래서 푹 자야 한다는 압박을 버리는 게 좋다. 기내에서는 가볍고 균형 잡힌 식사와 충분한 수분 섭취에 신경 쓰고,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햇빛을 받으며 산책한다면 시차 적응과 컨디션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