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와 코스닥의 ROE(Return On Equity·자기자본이익률)는 여전히 횡보 구간에 갇혀 있다. 게다가 대외 경제 변수는 물론, 최근 불안한 국내 정세까지 겹쳐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다. 특히 시장 변화에 격하게 반응하는 투자심리는 그야말로 얼어붙은 상황이다. 이런 때일수록 주가와 평균 수익률, 기업 이익 등 데이터를 냉정히 분석하면서 주식시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투자 전문가 우황제 작가. [홍태식]
“조선, 조선기자재, 해운, 반도체 소재 파츠 등 주목”
투자 전문가 우황제 작가는 최근 국내 주식시장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국내 증시는 그야말로 시계 제로(0) 상황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약세를 면치 못하다가 비상계엄 사태로 결정타를 맞았다. 정국 불안에 12월 9일 코스피(2360.58)와 코스닥(627.01) 모두 연저점을 기록했다. 10∼11일 두 지수 모두 상승 마감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은 가시지 않고 있다. 12월 9일 우 작가를 만나 시장 혼란 속에서 참고할 만한 내년 투자 포인트와 눈여겨 볼 섹터를 물었다.
내년 주식투자에서 주목할 지표와 섹터는 뭔가.
“주식투자자에게는 역시 ‘적당히 빠르게 변하는 지표’인 실적이 중요하다. 다음, 다다음 분기 실적 전망은 이미 주가에 어느 정도 선반영돼 있다. 국내 주식시장 종목 중 80∼90%는 6∼9개월 후 실적을 미리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점에서 단기 실적이 아닌, 실적 전반의 흐름을 읽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최근 실적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이런 흐름이 1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기업이나, 실적 하락 사이클을 마치고 실적 증가를 준비하는 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자의 경우 조선(造船), 조선기자재, 해운, 반도체 소재 파츠 업체가 눈에 띈다. 후자로는 고사양 제품을 생산하는 화학 기업, 미국·유럽 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화장품 기업이 있다.”
실적 전망이 중요하다면 이익이 안정적으로 우상향하는 ‘안정성장형’ 기업 투자는 어떤가.
“좋은 질문이다. 실적이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기업을 살펴보면 유독 코스닥 시장에 몰려 있다. 이들 기업의 주가가 최근 역사적 저점까지 내려온 경우가 적잖다. 비즈니스 모델이 굉장히 안정적이라서 실적이 10년, 20년 꾸준히 증가하는 기업들이 있다. 안정성장형 기업 주가는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나빠지면 같이 빠지곤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처럼 주식시장이 안 좋을 때가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게다가 이들 기업은 비즈니스 구조가 단순하고 안정적이라 투자자 입장에서도 복잡하게 분석할 필요가 적다.”
안정성장형 기업이 유독 코스닥에 많은 이유는.
“대기업일수록 다양한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사업 종류가 늘어나면 생기는 문제가 하나 있다. 실적 개선과 악화가 큰 사이클을 그리는 사업, 전방 산업에 제품을 공급하는 특성상 그 업황에 휘둘리는 사업 영역이 덩달아 많아지는 것이다. 사업의 구조와 내용이 단순하면서도 안정적인 기업에 비해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코스피 대형주는 대부분 사업 영역이 다양하다. 반면 고유의 기술 강점을 바탕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코스닥에 비교적 많이 상장돼 있다. 따라서 코스닥의 안정성장형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장’ 답답해도 유망주 계속 관찰해야”
코스닥 시장의 대표적인 안정성장형 기업 예시를 들어달라고 하자 우 작가는 ‘케이아이엔엑스(KINX)’와 ‘리노공업’을 꼽았다. 그는 “이들 기업을 바로 매수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안정성장형 종목 투자에 관심 있다면 해당 종목의 역사적 밸류에이션을 쭉 살펴보면서 ‘공부’할 필요가 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케이아이엔엑스는 IX(Internet eXchange) 기업으로 쉽게 말해 인터넷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사업을 한다. 케이아이엔엑스는 데이터가 오가는 과정에서 통로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 그 과정에서 오가는 데이터양에 비례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앞으로도 통신기술 발전에 따라 데이터 사용량은 나날이 증가할 것이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이익이 조금씩 증가한다. 리노공업은 반도체 칩 테스트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새로운 칩이 등장하면 이에 빠르게 대응해 부품을 생산하는 게 강점이다. 반도체 산업은 연구개발 과정에서 정말 다양한 칩이 쏟아져 나온다. 이런 칩 성능을 평가하는 데 핀(pin)이라는 부품이 필요하다. 다종다양한 칩에 맞춰 그것에 특화된 핀이 필수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만큼 칩 종류가 다양해지고 사양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리노공업이 공급하는 핀 종류와 양도 덩달아 증가할 것이다.”
안정성장형 종목 투자 방식은.
“안정성장형 기업 주가도 당연히 오르락내리락한다. 장기적으로 우상향해도 이따금 쉬어갈 때가 있다. 고객사 이탈, 실적 둔화 등 단기 이슈가 터지면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훼손된 것이 아닌데도 주가가 때로는 3분의 1, 4분의 1 토막이 나기도 한다. 바로 그때가 매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꾸준한 실적 증가가 예측되는 기업 주가는 미래 가치를 더 빠르게 선반영하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이 높다. 다만 그 와중에도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높거나 낮은 구간이 있다. 이런 기업은 단순히 실적 증가뿐 아니라 최근 밸류에이션을 철저히 따져보고 투자하는 게 좋다. 보통 밸류에이션 하단 영역이 1∼2년가량 지속된다. 그 구간에서 꾸준히 분할매수하며 상단으로 가길 기다리는 투자법을 고려할 수 있다.”
최근 ‘국장’에서 탈출해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이가 많은데.
“평균 수익률 관점에서 미국 주식시장 투자에 분명 유리한 측면이 있다. 다만 최근 미국 주식에 투자하겠다고 나선 이들 중 상당수가 테슬라, 엔비디아처럼 특정 종목에만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대형주 투자도 나쁘지 않지만 확실한 전략 없이 뒤늦게 따라가는 식의 투자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국장’이 답답한 심정은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국내 주식시장의 매력적인 부분도 하나둘 보이고 있다. 내년에 어떤 새로운 이슈가 생겨 한국 주식시장이 인기를 끌지 알 수 없다. 내년 들어 주식시장이 반등을 시작할 때쯤 ‘나는 뭘 사지’ 하면 투자로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모두가 한국 주식시장을 기피할 때 최소한 유망주가 무엇인지 계속 공부하고 관찰해야 한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김우정 기자입니다. 정치, 산업, 부동산 등 여러분이 궁금한 모든 이슈를 취재합니다.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받나... 尹 대통령 직무정지로 ‘거부권’ 행사 제약
헌법재판소로 공 넘어간 尹 대통령 탄핵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