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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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단된 개구리 다리, 1년 반 만에 완벽 재생하는 실험 성공

[궤도 밖의 과학] 맞춤형 장기로 장수하는 재생의학의 유의미한 첫 단추

  •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nasabolt@gmail.com

    입력2022-11-0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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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발톱개구리. [GETTYIMAGES]

    아프리카발톱개구리. [GETTYIMAGES]

    최근 절단된 개구리 다리를 18개월 만에 완벽하게 재생한 실험 결과가 학술지에 공개됐다. 실험 대상은 아프리카발톱개구리로, 수명도 20년 정도로 꽤 긴 애완용 개구리다. 다리 절단 부위를 젤 형태의 약으로 24시간가량 감싼 후 18개월쯤 지나자 놀랍게도 새로운 뼈, 피부, 신경, 혈관이 만들어졌고 물갈퀴와 발가락을 포함해 다리가 완전히 재생됐다. 과거에도 유사한 연구가 있긴 했지만, 형태나 기능 측면에서 재생된 개구리 다리가 원래 다리와 같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물론 개구리 중에는 팔다리가 잘렸을 때 새로운 팔과 다리가 자라나는 종도 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팔다리가 재생되지 않는 성체 종을 골라 의학적 처치를 통해 재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기에 의미가 있다.

    잘린 다리를 재생하기 위해 연구진은 바이오돔(BioDome)이라는 실리콘 막을 준비했고, 이 안에 약제가 든 비단실 단백질을 가득 채워 다리 절단 부위를 꼼꼼히 감쌌다. 사실 팔이나 다리는 구조적으로 무척 복잡해 재생이 간단한 부위는 아니다. 그러다 보니 보통은 원래 형태로 돌아가는 재생이 아니라 상처가 아무는 방향으로 가기 쉽다. 재생보다 흘러나오는 피를 멈추고, 감염되지 않게 하는 방향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처를 아물게 하는 작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혈관이나 근육 발달을 유도하는 약물을 활용해 재생에 적절한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결국 실험 대상이던 개구리 대부분이 다리 끝 발가락을 포함해 완벽에 가까운 형태로 다리가 재생된 것을 확인했다. 사용한 약물의 종류와 용법이 적절했음을 성공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물론 개구리로부터 얻은 성과를 포유동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형태의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재생을 위한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성공적으로 복구되는 부위를 확인했다는 점은 놀라운 기적을 위한 신호탄과 같다.

    저절로 복원되는 자가 치료 플라스틱

    플라나리아. [GETTYIMAGES]

    플라나리아. [GETTYIMAGES]

    재생 치료에 대한 염원은 공학자들에게도 있었다. 사람도 피부에 생긴 가벼운 상처 정도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도 그냥 아문다. 하지만 깨진 스마트폰 액정은 아무리 기다려도 결코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기에, 수리를 하러 서비스센터에 가야 한다. 혹시 이런 상황에서 사람처럼 저절로 복원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등장한 소재가 자가 치료 플라스틱이다. 2014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인체가 스스로 치료하는 것과 굉장히 유사한 형태로 자가 치료를 하는 플라스틱을 소개했다. 플라스틱 안쪽에는 전반적으로 미세 캡슐이 가득 차 있는데, 마치 인간 피부처럼 상처가 생기면 미세 캡슐들이 터지면서 흘러나온 물질들이 그 균열을 메우고 더 단단하게 고정시킨다. 혈관처럼 미세한 관에 치료 물질이 흐르다 상처가 생기면 흘러나와 균열을 메우는 방식도 있다. 실제로 실험한 결과 지름 1㎝가량의 구멍이 20분 만에 말끔하게 원상태로 복구됐다. 사람 손이 닿지 않아 고치기 어려운 장비 표면에 사용하면 좋을 듯하다.

    자기 신체를 재생하는 다른 동물들

    우리 주변에도 재생이 가능한 동물들이 존재한다. 지렁이는 반으로 자르면 두 마리로 재생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 지렁이는 뇌와 심장 등 주요 장기가 앞부분에만 있어 잘린 앞쪽은 꼬리 부분을 재생할 수 있지만, 남은 뒷부분은 머리를 재생하지 못한다. 아마도 잘린 부분이 힘을 다하기 전까지 계속 움직이기에 그런 소문이 난 것이 아닐까 싶다. 이와 반대로 손톱만 한 크기의 플라나리아라는 편형동물은 자르면 머리 쪽은 꼬리를 재생하고, 꼬리 쪽은 머리를 재생해 온전한 두 마리로 늘어난다. 삼등분해도 마찬가지이며, 100분의 1로 잘라도 남은 부위만으로 몸 전체를 재생할 수 있다고 한다. 따로 머리가 달린 동물이 모든 곳에서 머리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각각의 세포가 몸 전체를 기억한다는 의미인데, 이건 정말 위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불가사리. [GETTYIMAGES]

    불가사리. [GETTYIMAGES]

    1950년대 일본 어촌에서는 불가사리가 자주 그물에 걸려 어업을 방해하는 일이 있었다. 어부들은 거치적거리는 불가사리들을 토막 내 바다에 버리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토막 난 조각이 전부 재생돼 여러 마리로 늘어나면서 이후 급격하게 개체 수가 증가했다. 비슷한 해삼의 경우 어떤 부위를 절단해도 무조건 재생되는데, 심지어 창자를 다 빼버려도 창자가 그대로 같은 위치에서 재생된다. 그러다 보니 포식자로부터 먹힐 수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 창자를 쏟아내 교란하는 형태로 살아남는 종류의 해삼도 존재한다.



    우파루파. [GETTYIMAGES]

    우파루파. [GETTYIMAGES]



    멕시코 중부에 서식하는 우파루파라는 귀엽게 생긴 도롱뇽이 있다. ‘포켓몬스터’ 만화에 나오는 가상 캐릭터 중 멍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있는 ‘우파’가 여기서 나왔다. 정식 명칭은 아홀로틀인데, 팔다리나 꼬리는 당연히 재생되고 뇌 일부가 손상을 입어도 원래대로 돌아온다. 죽지 않을 정도 부상이라면 거의 모든 부위가 재생되는 우파루파의 능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연구진은 우파루파의 유전체를 해독했고, 인간의 거의 10배 길이인 320억 쌍의 염기 서열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물론 길다고 다 우수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뛰어난 재생 능력의 비밀이 기다란 염기 서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일단 어딘가 손상되면 우파루파가 보유한 유전자 중 성장과 관련 있는 특정 유전자가 몇 개월 동안 계속 열심히 일한다. 그럼 손상된 부위의 세포가 분열을 통해 새로운 신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상처가 났을 때 인간은 이러한 유전자가 아주 짧은 기간에만 작용하지만, 우파루파와 유사한 개체는 오랫동안 발현되면서 뛰어난 재생 능력을 얻게 된다. 그 외에도 분화가 덜 된 세포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아직 안 쓴 비상용 보급품 같은 세포를 갖고 있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적절히 사용한다는 것이다.

    신체 외부가 다치거나 손상을 입었을 때 재생되기는 쉽지 않지만, 몸속 장기는 재생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 몸에서 크고 복잡한 장기인 간의 경우 수술로 조금 떼어내도 6개월가량 지나면 회복된다. 폐는 표면 세포들이 3주 간격으로 재생된다. 심장은 재생이 잘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생에 몇 번 정도는 컨디션을 스스로 회복하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장도 위산의 공격을 주기적으로 받기에 계속 재생하면서 버틴다. 눈은 당연히 재생이 안 되겠지만, 놀랍게도 각막의 경우 손상을 입었을 때 하루 만에 복구된다.

    재생의학으로 꿈꾸는 무병장수의 삶

    우리 몸속 장기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 재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신체 외부가 재생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출혈을 멈추고 감염을 막기 위한 과정이 생존에 유리해 오히려 재생을 방해하기 때문이라면, 이런 자연적인 과정이 불리한 상황도 있지 않을까. 일부 환경에서는 특정 신체 부위를 잃는 것이 생존에 불리할 수도 있다. 차라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상태로 돌아가는 편이 이후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는 때도 있다. 생각해보면 뛰어난 재생 능력을 가진 동물이 대부분 물속에 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제나 액체에 담겨 있는 인간 장기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왜 이런 상황에서 재생되는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비슷한 환경을 구축하면 신체 재생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신체 외부도 양수 안 환경을 만들어주면 재생될지 모른다. SF영화를 보면 신체를 회복하거나 죽음에서 부활하는 상황을 묘사할 때 주로 거대한 수조 안에 알몸으로 둥둥 떠 있는 장면이 나온다. 복제인간도 역시 액체로 가득 찬 투명한 원통 안에 주로 존재한다. 비슷한 방식에 착안해 연구진은 약품이 섞인 단백질 젤 형태의 바이오돔이라는 물질로 손상된 부위와 그 주변을 꼼꼼히 덮어 완벽한 기능을 갖춘 개구리 다리를 재생했다. 신체 재생을 위한 첫 단추를 끼운 것이다.

    재생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맞춤형 장기를 만들어 이식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GETTYIMAGES]

    재생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맞춤형 장기를 만들어 이식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GETTYIMAGES]

    매년 미국에서만 18만5000건 이상의 절단이나 제거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추정하기로는 2050년까지 팔이나 다리가 없는 사람 수도 36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가 이러한 신체 외부의 회복을 위한 주요 지표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아가 장기이식 분야 역시 덩달아 새롭게 기대를 받고 있다. 한국도 고령화 사회로 이동하면서 장기이식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하지만 공여 장기는 전 세계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 장기이식만 애타게 기다리다 사망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장기나 조직을 외부에서 별도 부품처럼 재생할 수 있다면 환자의 세포를 가지고 면역 문제가 없는 완벽한 심장을 만들어 못 쓰게 된 심장과 교체할 수도 있다. 지금처럼 타인의 장기를 이식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딱 맞는 맞춤형 장기를 만들어 이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무병장수가 어려운 이유는 일단 병이 들어 몸이 상하면 장수 역시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치료가 질병의 진행을 막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 우리 몸이 스스로 복구하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치료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재생의학은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는 것이 주요 과제이므로 어쩌면 치료라는 단어에서 새로운 측면을 제시하게 될지도 모른다. 충분히 연구가 진행되고 인간에게 적용 가능한 수준의 장기를 만들 수 있다면 앞으로는 병에 걸리는 것과 무관하게 그저 일회성 장기를 꾸준히 교체하면서 장수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사실 아무런 제한 없이 무한정 회복되는 건 노동하지 않고 얻는 불로소득과 같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회복에는 여러 기회비용이 들어가며, 그래서 우리는 가장 완벽한 개인의 회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많은 휴식과 한가한 시간을 보낸다. 가끔 계획적인 재충전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언젠가 과학기술이 무한히 발전해 노곤한 상태마저 무한정 회복되는 재생 능력을 갖춘다 해도 건강이나 장수와 무관하게 상상만으로도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여가활동이 사라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 신체 재생이나 복구와 더불어 마음의 즐거움과 회복도 어우러져 진정으로 행복한 무병장수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

    궤도는…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학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감시센터와 연세대 우주비행제어연구실에서 근무했다. ‘궤도’라는 예명으로 팟캐스트 ‘과장창’, 유튜브 ‘안될과학’과 ‘투머치사이언스’를 진행 중이며, 저서로는 ‘궤도의 과학 허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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