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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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3세 이선호, 한화 3세 김동선 경영 보폭 확대… 신세계 ‘신상필벌’ 적용

비상경영체제 돌입한 재계 연말 임원인사 키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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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입력2022-11-04 10: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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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환율·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와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사업 환경이 악화일로를 겪는 상황에서 재계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모습이다. 단적인 예로 연말 정기 임원인사가 빨라졌다. 한 발 빠르게 인사를 단행해 어려운 여건을 헤쳐가고 미래 전략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대표 기업은 CJ그룹으로, 2017년 이후 5년 만에 10월 조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개월이나 빠른 인사다. 한화그룹은 8월 29일 9개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해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10월 12일 한화솔루션·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 등 주요 계열사의 임원인사를 했고, 같은 달 24일 후속 인사를 발표했다. 신세계그룹은 핵심 경쟁력 강화와 미래 준비에 방점을 찍고 10월 27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10월 27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승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취임식 없이 바로 현장 경영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통상 12월 첫째 혹은 둘째 주에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는데, 올해는 시기가 다소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사진 제공 · CJ그룹]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사진 제공 · CJ그룹]

    CJ 신규 임원 평균 나이 45.5세

    CJ그룹은 지난해 11월 C.P.W.S(컬처, 플랫폼, 웰니스, 서스테이너빌리티) 등 4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한 2021~2023년 중기비전을 발표하면서 10조 원 이상 투자로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미래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을 위한 혁신 성장과 최고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조직문화의 근본적인 혁신을 주문했다. CJ그룹은 이 같은 중기비전 중심의 미래 성장 추진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올해 10월 24일 조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임원인사 사흘 후인 27일에는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지주사 주요 경영진이 모두 참석해 ‘그룹 CEO 미팅’을 진행했다. 2023~2025년 중기비전 전략 실행을 위한 준비에 착수해 내년 이후 그룹의 성장 전략과 실행 방안을 숙고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CJ그룹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가 예상되는 2023년은 그룹의 미래 도약 여부가 판가름나는 결정적 시기”라면서 “중기비전 중심의 미래 성장을 내년 이후 일할 사람들이 주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인사 시기를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이번 CJ그룹 정기 임원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조직 안정화와 젊은 인재 발탁이다.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는 글로벌 식품 사업을 관장하는 중책을 맡았다. 지난해 인사에서 식품전략추진실 전략기획1담당으로 선임돼 미주 사업을 총괄하던 그는 이번 인사에서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재계에서는 해당 자리의 역할을 고려하면 승진과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경영리더는 미국 슈완스 법인과 CJ푸드 법인을 성공적으로 통합하는 등 미주 사업 대형화 기반을 구축하고, 플랜트 베이스드(Plant-based) 식품 등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미주를 넘어 유럽·아태 지역을 포괄해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신사업 투자,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 등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는다면 CJ그룹 경영 승계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호성 CJ주식회사 경영지원대표.  [사진 제공 · CJ그룹]

    강호성 CJ주식회사 경영지원대표. [사진 제공 · CJ그룹]

    중기비전의 속도감 있는 실행을 위해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이사, 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 김찬호 CJ푸드빌 대표이사, 허민회 CJCGV 대표이사 등 주요 계열사 CEO는 대부분 유임됐다. 다만 그룹 전반의 대외환경 대응력 강화를 위해 지주사 경영지원대표를 신설하고, 강호성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를 임명했다. CJ주식회사는 기존 김홍기 대표가 경영대표를, 신임 강호성 대표가 대외협력 중심 경영지원대표를 맡는 2인 대표체제로 전환된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강 신임대표는 법조인 출신 경영자로, 1997년 윤석열 대통령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함께 근무했다.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 신임 대표에는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가 내정됐다. 이재현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구 대표는 지주사 전략1실장을 거쳐 CJ푸드빌, CJ올리브영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공석이 된 CJ올리브영은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이선정 경영리더가 승진해 취임한다. 이 경영리더는 1977년생 여성으로 그룹 내 최연소 CEO이자 올리브영 최초 여성 대표이사다. 미래 성장을 이끌 젊은 인재 발탁 기조도 유지됐다. 신임 임원은 44명으로, 평균 나이는 45.5세다.



    포지션 중심 인사체계 도입한 한화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한화그룹 본사(왼쪽).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한화그룹 본사(왼쪽).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

    한화그룹은 2023년 임원인사에서 ‘포지션 중심 임원인사체계’를 처음으로 도입해 재계의 이목이 쏠렸다.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에 맞춰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도입한 제도다. 포지션의 가치와 적합도에 따라 임원 승진과 이동이 결정되고 보상 수준이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임원 호칭도 상무, 전무 등이 아닌 담당, 본부장 등 수행하는 직책으로 변경된다. 재계에서는 유연한 조직문화 조성과 성과 중심 기조가 반영된 제도라고 보고 있다.

    10월 12일에는 한화솔루션, ㈜한화, 한화테크윈,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 한화토탈에너지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커넥트 등 8개 계열사가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서 김승연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호스피탈리티 부문 미래전략실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면서 경영 보폭을 넓혔다. 그는 승마사업 등을 자회사로 분리해 시장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신사업전략실장을 겸하면서 미국 3대 버거로 꼽히는 ‘파이브가이즈’를 유치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40대 초중반 여성 임원의 발탁도 눈에 띈다. 한화솔루션은 26명이 임원으로 승진했고, 1980년대생 여성 임원이 처음으로 나왔다. 1981년생인 김혜연 갤러리아 부문 프로가 그 주인공이다. 한화에너지도 스페인법인을 담당하는 1979년생 홍승희 법인장을 첫 여성 임원으로 발탁했다. 10월 24일에 이어진 인사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5명, 한화디펜스 6명, 한화시스템 8명, ㈜한화 모멘텀 부문 3명 등이 신규 임원으로 승진했다.

    신세계 계열사 CEO 대거 교체

    신세계백화점 본점. [사진 제공 · 신세계]

    신세계백화점 본점. [사진 제공 · 신세계]

    신세계 인사에서는 신상필벌(信賞必罰: 공이 있는 자에게는 반드시 상을 주고 죄가 있는 자에게는 반드시 벌을 준다) 원칙이 철저히 적용됐다는 분석이다. 성과·능력주의에 중점을 두고 미래 성장을 선도해 핵심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최적임자 선정에 집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주요 계열사 CEO를 대거 교체한 점이 눈길을 끈다. 올해 최대 실적을 이끈 백화점 부문과 올여름 시즌 굿즈 ‘서머 캐리백’ 발암물질 검출 논란이 일었던 SCK컴퍼니(옛 스타벅스코리아)는 인사 희비가 엇갈렸다. 백화점 부문은 2분기 매출액 623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5%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1211억 원으로 80.6% 늘었다. 3분기 역시 호실적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손영식 ㈜신세계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손 신임 사장은 1987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해 35년간 신세계그룹에서 근무한 정통 ‘신세계맨’이다. SCK컴퍼니는 송호섭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신세계아이앤씨를 이끈 손정현 대표가 내정됐다. 손 대표는 조직 쇄신 및 디지털, 미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로는 외부 전문가를 새롭게 영입할 예정으로, 기존 이길한 대표는 공동대표를 맡게 된다. 신세계라이브쇼핑과 신세계까사는 대표이사를 상호 맞교환하는 식으로 교체했다. 신세계라이브쇼핑에는 온라인 사업 경험이 풍부한 최문석 신세계까사 대표가, 신세계까사에는 영업 전문가인 김홍극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가 내정됐다.

    손영식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 [사진 제공 · 신세계]

    손영식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 [사진 제공 · 신세계]

    내년 3월 말 임기 만료가 예정됐던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공동대표는 유임됐다. 영업이익 감소 등 이마트 실적 부진에도 지난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진두지휘하는 등 그룹 내 쇄신 작업에 매진한 점이 임기 연장의 주요인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통해 조직을 쇄신하고, 성과와 역량이 검증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했다”며 “앞으로도 능력주의, 성과주의에 기반한 엄중한 인사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급변하는 국내외 상황에서 기업 경영진(임원) 인사는 2가지 리더십이 동시에 요구된다”며 “우선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을 돌파해 생존과 지속적 성장을 확보할 수 있는 현장 실행력을 갖춘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면서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리더십도 요구된다”며 “기업들은 임원인사에서 10년 후를 내다보고 2가지를 동시에 실천할 수 있는 패러독스적인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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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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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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