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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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이태원 참사’ 사진 유포 자제해주세요 [SynchroniCITY]

디지털 기본 윤리 교육이 필요한 시점

  •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입력2022-11-0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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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GETTYIMAGES]

    현모 별일 없으시죠?

    영대 다행히….

    현모 지난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이태원 참사 뉴스를 들은 해외 지인들로부터 안부 연락이 엄청 많이 왔더라고요.

    영대
    저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을 며칠 안 했더니 걱정하는 분이 꽤 많았어요.

    현모 국화 사진이라도 올렸어야 하나 싶긴 한데…. 사실 며칠간 그런 걸 올리거나 SNS에 접속하고 싶은 마음조차 안 들 정도로 멍하더라고요.



    영대 저는 10월 말부터 주말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을 새로 시작했는데, ‘첫 방’ 다음 날 비보를 전하느라 굉장히 힘들었어요.

    현모 아, 생방송 중에 다루셨구나.

    영대 방송 시간대가 하루를 여는 시간이라 실종자 신고 핫라인이 개설되는 등 속보가 마구 쏟아져 나올 때였거든요. 결국 준비한 내용들을 전부 취소하고 애도 방송으로 진행했어요. 모니터에 실시간 뉴스를 띄워놓고 보면서요. 초보 DJ인 저한테는 진땀 빼는 일이었죠.

    현모 그런 상황은 베테랑 방송인도 쉽지 않죠.

    영대 On–air 라이트 무게가 남다르더라고요.

    현모 그럼요. DJ는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주인이자 선장이니 책임감이 생기죠.

    영대 케이팝이 주제인 방송이라 노래를 안 틀 수도 없어 미리 선곡한 신나는 노래 대신 차분한 노래들로 즉석에서 변경했어요. 혹시라도 가사에 부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싶어 작가, PD 전원이 꼼꼼하게 확인했고요.

    현모 그래서 어떤 곡들을 들려주셨어요?

    영대 음… 이승철의 ‘서쪽 하늘’, 015B의 ‘슬픈 인연’, 신용재의 ‘사랑하는 그대여’요. 악뮤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도 내보냈네요.
    현모 주로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노래들이군요.

    영대 나중에는 저도 슬퍼지고 분위기가 침울해지니까 청취자들이 저한테 힘내라면서 문자메시지로 위로를 해주더라고요. “이게 라디오의 힘이구나” 새삼 느꼈죠.

    현모 당분간 추모 분위기가 이어질 거 같으니, 조금만 더 기운 내세요. 그래도 우리는 각자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다해야 하잖아요.

    영대 비록 비극적인 사고는 일어났지만, 더는 정신적으로 매몰되거나 집단적인 트라우마로 확대되지 않도록 함께 최선을 다해야 할 거 같아요.

    현모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번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발표한 성명서가 정말로 와 닿고 감사했어요. 혹시 보셨어요?

    영대 현장 사진이나 영상을 여과 없이 함부로 유포하지 말라는 성명서 아니었나요?

    현모 맞아요! 혐오 표현이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유포는 삼가라는 당부도 있었고요. 재난보도준칙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도요. 앞으로 학회가 국민의 정신적 회복을 위해 힘쓰겠다는 약속도 있었죠. 이 시점에서 꼭 필요한 말을 딱딱 짚었더라고요.

    영대 동감해요. 인터넷에 접속하기가 무서울 정도였거든요. 너도나도 마치 속보 경쟁이라도 하듯 처참하고 적나라한 장면들을 올리는데, 컨트롤이 안 되는 수준이었어요.

    현모 의식 없이 비극을 콘텐츠화하고 소비하는 사람들한테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저는 원래 국가적으로 화제가 되는 사건이 터져도 골자만 듣는 편이지, 끔찍한 시각자료는 힘들어서 못 봐요. 그런데 누군가가 단톡방에 원치 않는 사진 한 장을 보내는 바람에 한동안 비주얼적으로 쇼크가 더해져 여파가 상당했어요.

    영대 무슨 말인지 이해해요. 사태의 원인 파악이나 해결책 마련, 건설적 회복과는 거리가 먼 자극적인 비주얼만 쫓는 부류가 있거든요.

    현모 물론 악의를 갖고 고인의 명예를 더럽히거나 누군가에게 트라우마를 심어주고자 일부러 그러는 사람은 없겠죠. 대부분 별생각 없이 한 행동일 테지만, 그 행동의 밑바탕에는 희생자들에 대한 명백한 타자화가 깔렸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어요. 고통을 느끼는 주체가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고 생각한다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들이거든요.

    영대 그러게요. 요새는 개인도 저마다 방송국이나 언론 역할을 자처하다 보니, 빠르게 정보를 발굴하고 전송해 결국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강한 거 같아요.

    현모 그러니까요! 이젠 1인 미디어 시대라서 기존 레거시 미디어에 요구되던 방송윤리나 보도윤리를 일반인도 보편적으로 배우고 실천해야 해요. 예를 들어 우연히 등장한 인물들의 초상권을 보호한다든가,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다든가 이런 기본적인 사항들 말이에요.

    영대 동의해요. 요즘 유튜버들도 지나가는 행인들 얼굴을 점점 모자이크 처리하잖아요.

    현모 그죠. 자동차 번호판 같은 것도 식별되지 않게 가려야 하고요.

    영대 온라인상에서만 본다면 기술적으로나 구조적으로나 개인 채널이든, 방송국 채널이든 전송력에서는 다를 게 없으니까 일반인도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는 게 맞죠.

    현모 수많은 채널과 영상을 법으로 일일이 규제하고 검열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제대로 된 교육 정도는 이뤄져야 할 때인 거 같아요. 마치 자동차가 보급된 이후로 누구나 운전자든, 보행자든 꼬마 때부터 도로교통 교육을 받는 거처럼요. 비록 전 국민이 인플루언서가 아니더라도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본 윤리를 교육받으면 좋겠네요.

    영대 ‘격공’입니다. 공공질서나 공중도덕은 오프라인 생활에 필요한 예의와 예절이었잖아요.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 세상이 주요 무대가 된 만큼 디지털 버전의 예의범절을 익혀야 할 타이밍이죠.

    현모 최근까지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시대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정보 이해 및 표현 능력) 교육이 각종 디지털 소스를 활용하는 능력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디지털 윤리 교육이 반드시 뒷받침되기를 바라요.

    영대 마침 적절한 때 전문가들이 성명서를 발표한 거 같아요. 이번 기회에 디지털 예절에 대한 전반적인 의식 제고가 이뤄졌을 테니 앞으로 차차 나아지겠죠.

    현모 마음이 무겁지만, 우리 건강하게 한 주 버텨요!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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